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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나는 택시기'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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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내
댓글 0건 조회 182회 작성일 26-07-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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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택시운전자 집단시위 65명 연행 9명 구속키로”(동아일보, 1984.5.26)



나는 택시기'사람'입니다


정용재(노동자역사 한내 운영위원)



1984525

 

택시노동자들은 일당식 도급제, 사납금제로 극심한 착취에 시달려 왔다. 전근대적 임금제도는 합승과 승차 거부, 과속과 난폭 운전, 교통법규 위반을 유발했다. 16시간 또는 24시간 연속운전을 강요하는 격일제 근무로 교통사고와 직업병 위험에 시달렸다. 이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와 19845~6월 사납금 인하, 부제 완화, 노조결성 방해 중지, LPG 자유 급유 등을 요구하며 전국에서 지역연대파업을 전개했다. 1984525일부터 64일까지 전국에서 택시노동자들이 파업투쟁을 이어갔다. 이 투쟁은 1984년 전국적인 노동운동 활성화의 기점이 됐다.”  ― 태연,  변혁의 기치 들고 반격에 나선 한국 노동자계급’ 131쪽, 한국노동운동사1한내,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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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홈페이지



2026329

 

택시노동자 고영기가 택시월급제 즉각 시행과 택시발전법 개악 중단을 요구하며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 지역사무실 앞 20미터 높이의 교통탑에 올라 자신의 몸을 하늘감옥에 가두었다. 2019년 택시발전법이 제정됐으나 7년의 유예 끝에 올해 전면 시행이 예정된 택시월급제를 또다시 2년 유예한다는 개악 법안을 막기 위해서였다.

42년이 지난, 아니 일제강점기 때부터 도입된 불법 사납금제는 지금도 기준금제도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택시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다. 이에 항거한 택시 노동열사가 수십 명이고 방영환 열사의 분신 사망도 불과 3년 전의 일이다. 2017년 택시노동자 김재주의 510일 고공농성 등 그야말로 목숨값으로 쟁취한 택시월급제(전액관리제)의 혜택을, 택시노동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구 하나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하루 열 시간을 일하고도 제 돈을 냈습니다


사납금제도는 법인택시 기사가 하루 동안 운행하여 올린 수입 중 회사가 정한 일정한 금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남은 금액을 자신의 수익으로 가져가는 방식이다. 택시노동자는 사납금을 넘겨야만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시간 운전, 승차 거부, 난폭운전 등 각종 부작용이 끊이지 않았다. 택시사업의 고질적 병폐인 사납금제 폐지와 운송 수입금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는 '전액관리제' 도입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을 벌여 마침내 20201월부로 법인택시의 사납금제도가 공식적으로 폐지되고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불법과 탈법의 행태는 기준금제도라는 변종 사납금제도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오히려 실질 소득은 줄고 장시간 노동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재 택시노동자는 노사 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간주근로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택시회사들은 이 제도를 악용해 소정근로시간을 실제 노동시간보다 훨씬 낮게 잡는다. 하루 10시간을 일해도 실제로 임금이 인정되는 노동시간은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3~4시간에 불과하다. 공짜 노동과 임금 착취의 악순환 속에 최저시급도 손에 쥐어지지 않는 노동자들은 장시간 운전에 내몰리고, 일상이 된 과로와 위험운전은 결국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에 따른 실질적인 임금 구조 개선과 보장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다. 처참한 죽음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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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하라

 

택시노동자들은 당장 개악 법안 철회가 어렵다면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바꿔서라도 택시노동자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미 카카오택시 등 호출앱을 통한 택시 이용은 일상화됐으며 운송 수입은 그 어느 때보다도 투명하게 확인되며 관리와 적정 임금 분배도 마찬가지로 가능하다. 사업장 밖에서 일하는 택시노동자의 노동 시간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58조 간주근로시간제를 적용했지만, 현재는 TIMS(택시운행 기록장치), 카드 결제 기록, 배차 기록과 호출 기록, GPS 위치 정보 등으로 초 단위 노동시간 산정이 가능해 택시업종은 적용 대상이 될 이유가 없다. 택시업종에서 간주근로시간제는 노동시간 산정의 편의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택시노동자의 공짜 노동과 과로를 조장하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시행령은 그야말로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고공농성 초기 청와대와 고용노동부는 시행령 개정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고용노동부는 경사노위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그 책임을 넘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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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어떤 세상에 첫발을 디디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고영기 동지가 몸을 뉜 20미터 높이의 교통탑 농성장은 고작 0.4, 가운데 봉과 옆 계단 때문에 실제로 쓸 수 있는 공간은 불과 0.25평이다. 이 좁은 공간에 몸을 욱여넣고 지낸 지 오늘(7월 15일)로 109일째다. 연일 반복되는 폭염과 폭우에 땅 아래의 농성장 동료들과 연대자들은 오늘도 마음이 무겁고 시시각각 전전긍긍한다.

고영기는 농성 100일을 맞이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100일을 버틴 것이 아닙니다. 통신탑 위에서도 하루는 계속 흘러갑니다. 혈압을 재고, 약을 먹고, SNS로 투쟁을 알리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편지를 씁니다. 먹고 자고 비를 견디고 폭염을 견디는 일상. 100일은 특별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낸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가장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합니다. 또 택시지부야, 또 고공농성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는 걸 압니다. 반복되는 투쟁, 반복되는 연대 요청, 그래서 저는 연대해 주시는 동지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마음은 고마움입니다. 통신탑 위에는 저 혼자 있지만, 이 싸움은 혼자 하는 싸움이 아닙니다. 매주 찾아와 주시는 동지들, 현장을 지키는 조합원들, 멀리서도 마음을 보태주시는 분들. 그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제가 100일을 버틴 것이 아니라, 동지들이 저를 100일 동안 버티게 해주었습니다. 어떤 세상에 첫발을 디디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저는 월급제가 시행되는 세상에 첫발을 디디고 싶습니다. 10시간을 일하고도 내 돈으로 사납금을 내야 했던 세상이 아니라, 일한 만큼 정당하게 월급 받는 세상, 손님을 돈이 아니라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세상. 그리고 통신탑에서 내려온 그날, 함께 버틴 동지들과 웃으며 소주 한잔할 수 있는 세상. 더 이상 누구도 우리처럼 같은 싸움을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저는 그런 세상으로 내려가고 싶습니다. 그 세상을 위해 저는 통신탑에 올랐습니다."


택시회사 무지개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정의가 실종된 사회, 전화 한 통이면 오케이"를 외치며 불의에 짓밟힌 피해자들을 대신해 복수를 대행하는 드라마 '모범택시'는 아이러니하게도 온갖 탈법과 부조리로 점철된 자신들의 택시 현장에는 침묵한다. 대신 현실의 고영기와 동료들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이 통하지 않는 택시 현장을 바꾸기 위해, 택시노동자와 이용자 시민의 피해와 희생을 바탕으로 택시 자본가만 이익을 취하는 착취 구조를 깨기 위해 오늘도 하늘에서, 땅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 투쟁이 반드시 이기고 또 이길 때까지 연대해야 할 이유이다.

 

[인용]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나는 택시기'사람'입니다연작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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