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로 보는 오늘] 노동자 정치세력화, 사회대전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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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25년 5월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노동선거대책본부 발대식
양규헌 (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동자 정치세력화란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고 확대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조직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이 땅에 다수 계급인 노동자가 정치의 주도권은 물론 권력을 잡는 것이 세력화의 중장기적 목적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노동자 자신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삶의 질을 개선하고 구조적인 불평등을 바꿀 수 있으며, 노동자에게 적대적 태도로 일관하는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체제를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주장은 1970년대 한국노총에서 시작되었다. 1970~80년대를 관통하며 강조되었던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는 한국노총 간부 출신이 국회에 진출하겠다는 욕망의 표현이기 때문에 ‘노동자 정치세력화’라기 보다 개인의 입신출세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민주노조 진영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성과로 전노협을 건설하고 민주노총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투쟁의 성과를 모으며 본격화되었다. 96, 97 민주노총 총파업과 신자유주의(정리해고, 비정규직 확대)에 맞서 싸우며 계급적 정치세력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실천단계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의 직함은 사유물이 아니다
민주노총은 2022년 대선에서 기득권 보수 양당 체제를 타파하고 진보 진영 단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공동선언, 공동정책, 공동투쟁, 후보단일화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사업은 형식에 머물렀고,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는 혼미해진 상태다. 이는 노동자 정치가 복수의 진보 정당들로 분화해서가 아니라 진보 내부에 논쟁이 없어졌다는 데 문제가 있다. 특히 진보의 가치를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구분하지 않고 무늬만 진보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민주당 외곽에 포진한 4개의 위성정당은 2024년 총선에 이어 2025년 조기 대선에서도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식이면 2026년 지방선거나 2028년 총선도 진보의 깃발을 흔들며 민주연합당 혹은 위성정당이라는 기만적 방식으로 등장할 가능성 매우 크다. 이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기만하고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민주당과 정책 연합이라며 변명하는 이들 세력은 노동, 정치, 경제, 복지, 환경 등 주요 정책에서 무엇이 같은지 설명해야 한다.
지난 5월 7일에는 민주노총과 산별조직 전직 임원 200명 이상이 국회에서 “소년공의 꿈, 노동자들이 지키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소년공 이재명의 꿈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의 주인인 노동자가 압도적인 정권교체의 주역이 돼 내란과 기득권 집단의 반동을 이겨내고, 마침내 사회 대개혁의 길을 열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주장에서 ‘대개혁’이 무엇인지 설명해야 민주노조 정신에 부합하는지 아니면 타락의 길인지 판단할 수 있지 않은가. 민주노총의 직함은 사유물이 아니다.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전직 임원, 간부들에 대해 민주노총은 정치 방침 위반이라는 경고장을 보내야 하는데 수수방관일 뿐만 아니라 조기 대선에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정치 방침을 논의하는 중집에서 지지 정당에 민주당도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왔다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자유주의 세력, 아니 보수정당에 연대나 지지를 하는 정치노선이라면 한국노총과 별도의 중앙조직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노동운동을 희생시키고 활용하여 권력욕을 채우려는 굴종적인 모습은 1970~80년대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를 떠올리게 하며, 30년이 훌쩍 넘은 비판적 지지를 연상시킨다.
사회대전환으로
윤석열 탄핵, 파면 투쟁에 함께 했던 진보 정당과 활동가들은 투쟁 성과를 모아 노동당, 정의당, 녹색당,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등이 사회대전환이라는 연대체로 모였다. 사회대전환은 정의당 권영국 대표를 대선후보로 선출해 “한시적 민주노동당” 이름으로 조기 대선 투쟁에 돌입했다. 투쟁 현장을 순회하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장, 동지들을 규합하고 선전 선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중조직의 결합이 취약하다고 해도 대선 국면에서 이들은 체제를 바꾸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맥과 그 정신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본다.
민주노총의 태도가 미온적이고 진보를 자칭하는 위성 정당들이 외면하더라도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중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노동운동이 자본주의 정당 틈새에 끼어서 정치세력화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며 정치세력화를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요소일 뿐이다. 나아가 보수 정치 기득권의 반사이익을 노리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가 아니며, 선거 시기에만 등장하는 세력화도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아니다. 어렵게 되찾은 이름 ‘노동자’라는 계급이 차츰 지워지고 ‘시민’으로 전락하는 지금, 후퇴하는 역사를 중단시키고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화에 새로운 결의를 모으는 것이 현 시기 노동자계급의 임무인 동시에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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