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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내레터 다시읽기] ‘당신들’이 만들고 싶은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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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내
댓글 0건 조회 228회 작성일 25-07-2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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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일 (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 2018년 8월, 한내 뉴스레터 '씨줄날줄'


 

법무부의 소재지인 과천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을 지나다 보면 일부 기독교세력이 문재인 정권의 성평등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 일인시위 등을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양성평등성평등 정책에 대립시키는 그들이기에 그 주장의 중심에는 LGBT의 부정을 상징하는 동성애, 동성혼 반대가 자리하고 있다. 그들이 문재인정권의 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의 실행이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1789,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 프랑스 인권선언이 공표된 이래 세계인권선언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견해,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더 나아가 개인이 속한 국가 또는 영토가 독립국, 신탁통치지역, 비자치지역이거나 또는 주권에 대한 여타의 제약을 받느냐에 관계없이, 그 국가 또는 영토의 정치적, 법적 또는 국제적 지위에 근거하여 차별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이에 근거할 때, 그들이 “NAP OUT”을 주장하는 것은 인권선언의 기본 내용들을, 그것도 아주 당당하고 공공연하게 부정하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항상 그런 주장을 해 왔기에 그런가 보다며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부정이 단순히 그 선언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착취, 수탈, 차별, 배제 당해온 이들이 자신들의 삶 자체를 걸고 벌였던 투쟁의 역사와 그 성과를, 그리고 현재의 벌어지고 있는 투쟁을 무화시키려는 행위이기에 그렇다.

 

그렇다면 그들이 그처럼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추동한 이유는 무엇인가. 3NAP가 이른바 국가 정체성을 훼손, 부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국가 정체성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는데, 그들의 주장에서 그 정체성을 유추하는데 참고할 수 있는 것은 애초 하느님이 인류를 창조할 때, 남성과 여성으로 구별하여 창조하였다는 내용뿐이다. 그렇기에 그러한 구별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것에 반하는 것은 그 자연스러움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정치적, 사회적, 윤리적,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없으며 용인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들 판단과 행동의 유일한 근거는 하나님의 역사와 권위. 그들은 이 사회, 이 나라가 하나님의 주관 하에 있다고 믿는다. 과거 일제 식민지로의 전락을, 세월호사건의 발생을 하나님의 뜻이 실현된 것이라 했던 일부 목사들의 발언이 시대착오적인 개인의 일탈로만 치부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그 하나님의 뜻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이가 누구인가? 그들도 부정하지 못하는 독생자 예수아니던가. 그 예수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집과 재물을, 좋은 옷을, 맛있는 음식을 가져보거나 먹어본 적이 없다. 교회라는 권력을 가져본 적은 더더욱 없다.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을 내친 적도 없다. 오히려 그들과 함께 하였기에 죽임을 당했고 바로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항상 기득질서를 문제시하였기에 하나님의 존재 여부, 다른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것 여부와 무관하게 그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NAP OUT”을 외치고 있는 이들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예수의 존재를 또 한 번 부정하고 있을 뿐인 그들에게 말이다.

 

그렇기에 문제는 그들 일부 기독교인의 행태가 아니라 문재인정권에게 있다. 이른바 헌법수호의 책무가 있는 정권이 그 헌법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인권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이들의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고 있기에 그렇다. ‘사람이 먼저인 나라의 실현을 역설해온 정권이기에 더 그렇다. 성소수자들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는 사회는 그런 나라에 부합하지 않는 것인가. 젠더 평등을 외치며 여성에 대한 착취, 수탈, 차별 등에 저항하는 것은 사람이 먼저인 나라의 실현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오히려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기에 혹시 그 상황을 인종하는 것이야말로 페미니즘의 진언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주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리는 나라, 이슬람을 포함하여 난민의 피난처, 나아가 그들 삶의 거처가 되는 나라는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이루어진 다음에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나라인가. 문재인정권 식의 사람이 먼저인 나라는 국민국가의 범주를 벗어나서는 도통 상상해 볼 수 없는, 그런 것인가. 그토록 틈만 나면 지구화시대를 역설하면서도 말이다.

 

813, 문재인정권이 발표한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결국 소수자 범주에서 성소수자를 삭제하였다. 형식적이었지만, 이전 수구정권에서도 존재했던 것조차 빼버렸다. 그렇기에 도대체 그 사람이 먼저인 나라는 무엇인지, 어디에서 배회하고 있는 지 더 궁금하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당신들이 말하는 그 나라는 도대체 어떤 정체성을 가진 나라인가.



[사진]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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