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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보면] 내란범 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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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내
댓글 0건 조회 54회 작성일 25-12-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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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일 민주노총 등의 사법부와 윤석열에 대한 국민 심판 퍼포먼스. [사진=노동과 세계]



내란범 어워드

 

이황미(노동자역사 한내 기획국장)

 

2025년 대상은 단연 윤석열


연말은 뭐니 뭐니 해도 시상식이다. 매년 한 해를 결산한다며 갖가지 어워드가 넘쳐난다. 권위 있는 상이라 해도 어차피 그 분야 전문가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추천하고 점수 매기고 결정까지 하는 식이니, 그 무리에 속하지 않으면 그저 관중일 뿐이다. 물론 영화 좋아하는 이들은 청룡영화상 수상자가 궁금할 것이오, 프로야구 좋아하는 사람들은 골든글러브를 누가 거머쥐었는지 궁금하고 뭐, 그럴 것이다.

영광의 과 극단의 반대편에 선 처벌’, 올해 온 국민의 관심사는 그것 아닐까. 2024123일 계엄을 선포해 내란을 획책한 자들 어워드. 늦어도 올 연말, 내란 1년이 넘기 전에는 나오리라 기대했던 성적표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내란을 옹호하고 주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동조한 자들이 수상 후보에서조차 빠지고 있다.

238명으로 꾸려진 내란 특검팀의 활동은 180일 동안 27명 기소로 끝났다. 물론 대상은 따져볼 것도 없이 내란 우두머리겠지만, 그에게는 아직 구형조차 내려지지 않았다. 그나마 한덕수가 징역 15년을 구형받아 첫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이 다다. 전 국민에게 명품을 홍보한 공적, 꼼꼼하게 수첩에 기록을 남긴 공적, 종교라는 휘장을 두르고 영민하게 이윤을 추구해온 공적 따위 부문별 어워드도 저지른 죄에 걸맞게 시상해야 마땅하다.

더 늦지 않게 그들에게 딱 떨어지는 성적표와 함께 처벌을 내려야 할 때지만, 변죽만 울려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러니 내란은 결국 1년 넘도록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기대했던 연말이 허무하다.

 

학살자들은 ()’이 아닌 ()’을 받았다


내란이 성공했다면 어땠을까? 27명이 아니라 270, 아니 2,700명은 족히 포상받고, 좋은 자리도 차지하고, 배도 불렸을 터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광주 민중을 학살하고 대통령이 됐다. 그들은 내란죄로 사법부에서 각각 사형과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지만, 고작 2년뿐이었다. 사면된 그들은 천수를 누리며 풍족한 귀족으로 살았다.

또 그들은 상을, 그것도 많이 받았다. 전두환은 10개의 훈장을 받았다. 이 가운데 태극 무공훈장은 광주 민중을 학살한 공적을 내세워 스스로 대통령이 되기 직전 최규하 대통령에게 타낸 것이다.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은 쿠데타로 5공화국을 출범시킨 공적을 내세워 본인이 수여했다. 노태우도 비슷한 이유로 12.12쿠데타 이후 전두환으로부터 11개의 훈장을 받았고, 1개는 스스로 수여했다. 모두 다 공로가 뚜렷해서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이다.

이들의 훈장은 2006년에야 취소됐다. 둘은 기왕에 받은 명예스러운 상을 반납할 수 없다며 버텼다. 전두환은 2013년에 이르러서야 9개를 반납했고, 노태우는 버티고 버티다 반납하지 않은 채 죽었다. 그러나 둘 다 1개씩은 취소조차 되지 않고 남았다. 바로 대한민국 최고훈장인 무궁화대훈장되겠다. 모든 대통령에게 응당준다는 훈장이니, 강도질로 직을 강탈했을지언정 취소할 수는 없다고 한다. 제도가 그렇다는 거다. 윤석열은 너무 일찍 계엄을 저지르는 바람에 그 자랑찬 훈장을 받기도 전에 탄핵당했다. 물론 내란 어워드는 따놓은 당상이니 어느 쪽이든 대상이긴 매한가지다.

12.12쿠데타 세력은 내란 성공 후 사이좋게 훈장을 나눠 가졌는데, 2006년 광주민중항쟁 진압 관련자와 각종 비리에 연루된 공직자 등 170여 명에 대한 서훈이 취소됐다. 그런데도 쿠데타 주역 34명 가운데 14명은 여전히 충무무공훈장 서훈을 유지하고 있다. 그중 8명은 지금까지 국민연금에 서훈 수당까지 받고 있으며, 사망한 20여 명은 서울과 대전 현충원 국립묘지에 묻혀 있다고 한다.

하긴, 한덕수도 국민훈장 무궁화장’(2013)을 비롯해 여러 훈장을 받았다. 내란을 거든 그가 훈장을 언제까지 움켜쥐고 있을지도 살펴볼 일이다.

 

80년 전 학살자도 국가유공자


취소는 고사하고, 2025년에도 학살자에게 포상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114일 박진경이란 자에게 국가유공자 증서를 전달했다.

박진경, 일제강점기 일본군 소대장으로 제주도에 근무한 적이 있는 경력 덕에 194856, 조선국방경비대 11연대장으로 발령 났다. 미군정은 제주도 지리를 잘 아는 그에게 강력한 토벌을 지시했다. 박진경 중령은 전임 김익렬 연대장과 달리 강경 진압으로 일관해 부임한 지 한 달 열흘 만에 이른바 포로’ 6천여 명을 붙잡아 들여 그 공로로 대령으로 초고속 진급했다. 결국 618일 진급 축하연을 마치고 숙소에서 잠자다 부하들에게 암살됐다. 그에게 총알 2발을 쏜 손순호 하사는 재판에서 박진경이 제주도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을 희생시켜도 무방하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그를 국가에서 유공자로 지정했다. 근거는 그가 4.3 당시 무공훈장을 받았다는 것으로, 유족의 신청에 승인해준 것이다. 제주 관음사 근처 한울누리공원에는 박진경 추모비가 설치돼 있고, 그가 태어난 경남 남해군에도 박진경 동상이 서 있다. 동상 앞 추모문에는 제주 4.3 당시 공산 반란 해방군 주력을 섬멸한 전공으로 육군 대령은 특진했지만 불행히도 적의 흉탄에 장렬히 전사했다고 쓰여있다.

이렇게 이 국가는 벌해야 할 자들에게 상을 줘왔던 게다.

시민사회는 학살자를 미화하는 추모비와 동상을 철거하고 무공훈장 서훈과 국가유공자 등록을 취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국가유공자 취소 검토를 지시했다.

 

벌하지 못하는 사회, 계엄 해제가 무슨 소용인가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은커녕 훈장을 준다. 학살자뿐인가, 내란범뿐인가.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가 언론에 보도된 것만 27명이다. 이 또한 노동현장의 학살이다. 그러나 노동자 사망사건 은폐를 직접 지시하기까지 했던 당시 김범석 쿠팡 대표는 과연 처벌받을까.

이후 사면됐을지언정 전두환도 기소된 뒤 169일 만에 1심 선고가 나왔다. 윤석열은 기소된 지 11달이 됐다. 지나온 과거가 그러했기에 앞으로도 이 나라에서의 정의 실현에는 큰 기대가 없는 지경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어둠 속에 숨겨온 역사 속 진실은 계속해서 끄집어내야 한다.

다시 계엄을 해도, 다시 국민이 응원봉 들고 모여 막아내면 그만인 걸까. 그것으로 ‘K-민주주의 만세일까. 엉성하다. 눈이 부시도록 명백한 결말, 처벌이 필요하다. 하루빨리 내란범 어워드가 마무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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