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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다시, (최저)임금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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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내
댓글 0건 조회 65회 작성일 26-05-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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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최저)임금을 생각한다

 

정용재(노동자역사 한내 운영위원)

 

23년치 연봉에 달하는 성과급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노동자가 받는 올해 성과급(!) 6억에 달한다 한다. 2026년 적용 최저임금(시급 10,320)을 적용받는 노동자의 23년 치 연봉에 달하는 금액이다. 역대급 성과급 지급에 대해 산정 기준의 투명성과 공정성, AI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주주환원과 노동분배 가치 충돌,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의 임금 여부 등 온갖 논란과 주장이 쏟아졌고 한국 사회를 휘감아버렸다. 막대한 보상액에 대해 대다수 노동대중의 상대적 박탈감까지 더해져 파업 직전 노사 합의 이후에도 여진과 파장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업이라도 하면 세상이 망할 것처럼 저주를 퍼부어대던 입들은 삼성전자의 천문학적인 이익의 원천이 어디인지, 누구의 죽음·질병과 노동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 정의로운 분배의 기준과 대상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따지고 묻지 않는다. 과연 오늘날 노동자의 임금은 무엇인가.

 

35년 전 노동조합 소식지에 적힌 최저임금제

노동소득분배율뿐 아니라 임금노동자 내 불평등과 격차마저 날로 커지는 오늘, 소장 자료의 전산화를 위해 한내 서고에 켜켜이 쌓여있는 옛 자료를 살펴보던 중, 빼곡한 손글씨로 채워진 한 노보에 시선이 꽂혔다. 다시 노동자의 임금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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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7, 서전노조, 1991년.

  

도래한 최저임금의 계절

수억대 성과급과 치솟는 주가에 희비가 교차하는 요즘, 최저임금이 관심이라도 있을까 싶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4211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3년의 임기 최저임금위원장은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인 권순원 공익위원이다. 그는 윤석열 정권 시절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주도하며 69시간제와 각종 노동개악(최저임금에 한정하더라도 업종별 차등, 주휴수당 폐지, 고령노동자 차등 적용 권고)을 설계했다. 해괴하기 이를 데 없는 국민경제생산성 증가율기반 산출 공식을 들이대며 지난 3년간 평균 2.36%, 역대 최하 인상률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민주노총을 찾아가 잘하겠다사정하니 민주노총은 애초 사퇴 요구를 철회하고 회의에 복귀했다. 민주노총의 결정이 너무 안일한 태세 전환 아닐까 우려가 깊어진다.

2026년 현재 고용노동부와 경총의 자료에 근거해도 최저임금 영향 노동자는 290만 명,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276만 명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최저임금은 한국사회 대다수 노동자의 사업장 임금, 사회임금의 기준으로 기능하고 있다. 공공부문 임금가이드라인, 공무원 보수, 시중노임단가, 지자체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인상률에 따라 동반 인상되고 있으며 출산육아급여, 실업급여, 공공일자리급여, 산재급여 등 각종 사회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고 있다. 한국사회 노동자 누구도 최저임금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중차대한 기준이다.

올해 민주노총은 2027년 적용 최저임금으로 시급 13,070(26.5%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물가와 경제성장률 증가치를 깔고 실제 노동자 가구 생계비용에 따른 요구다. 최근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지속으로 실질임금의 삭감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대폭 인상은 당연하고도 절박한 요구인데 그에 걸맞은 태세를 갖추고 투쟁을 준비하는지 의문이다. 최저임금의 중차대함에 비춰 연간사업이 진행돼야 하고 4~6월 때마다 진행하는 달력 사업이어선 안 된다는 평가도 반복되지만, 여전히 관성적 대응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1988년 최저임금법이 제정되고 시급 462.5원에서 시작된 한국 최저임금제의 역사도 38년에 달한다. 이에 반해 최저임금법 제4(최저임금의 결정 기준과 구분)에 명시된 노동자의 생계비, 유사노동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에 기초한 논의와 결정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모든 임금 투쟁이 그러하듯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처럼 오직 대폭 인상을 위한 기획, 노동대중의 집합적 실천과 투쟁의 결과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돼왔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 결과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요구에 걸맞은 투쟁이 실천돼야 할 이유다.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에 주목·쟁취해야

올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만큼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 적용대상의 확대다. 책임 회피와 분절적 고용구조의 확대로 사장님’ ‘개인사업자로 둔갑해 860만 명을 훌쩍 넘어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들은 과업 단위 보수를 받는다는 이유로 도급노동자의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최저임금법 53)는 조항이 있음에도 최저임금 산정과 적용에서 지금껏 제외돼왔다. 수년간의 끈질긴 요구와 투쟁 끝에 올해 드디어 최저임금위원회 안건 의제로 상정됐다. 모든 노동자의 최저수준 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법의 취지를 살리고 임금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 무엇보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산정이 이뤄져야 하고 이에 걸맞은 최임위 교섭과 대중투쟁이 집중돼야 한다.

 

다시 <메아리 7>

전노협 시절 민주노조의 조직쟁의부만큼 빠지지 않는 부서는 조사통계부였다. 복잡한 재무재표와 경영지표를 들이대며 회사가 망한다” “시기상조다” “턱없이 높다는 자본의 임금억제 논리에 맞서는 방법은 별다른 것이 없었다. 처참한 임금·노동조건에 대한 폭로를 넘어 활동가들은 현장의 노동시간, 가계 지출내역, 동종 사업장의 임금 수준, 시장 물가를 발로 뛰며 연구하고 조사했다. 십수 쪽에 달하는 빼곡한 문항의 전 조합원 설문은 그야말로 기본활동이었다. 각종 생필품 가격의 변화 추이와 물가 조사를 위해 시장과 거리를 누볐다. 그 결과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부당하게 일하고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밝히고 임단협 갱신 교섭의 근거와 무기로 활용했다. 민주노조운동은 십수 년간의 사업장 임금과 최저임금 요구를 만들어내는 경험 끝에 노동자 생계비 모델을 독자적으로 산출, 개발해 최저임금 대응과 함께 매년 임투에서 강력한 무기로 활용했다.

오늘의 임금 투쟁의 준비와 대응 방식은 당연하게도 변화된 세상에 조응해야 할 것이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노동의 논리와 요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쏟는 땀과 노력, 내 사업장의 임금과 모든 노동자의 임금이 연결되어 있다는 시야와 관점의 확장, 불평등 타파를 위한 실천과 투쟁이 함께 가야 한다는 것, 바로 35년 전 투박하고 우직한 손글씨와 그림으로 써 내려간 노보가 이를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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