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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로 보는 오늘] 역대 '건폭' 검거 사건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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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내
댓글 0건 조회 1,372회 작성일 23-06-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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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원(노동자역사 한내 사무처장)

 

 

건폭의 역사

한국의 건설현장에는 온갖 불법이 난무한다. 용역회사를 통한 불법도급, 노동계약서 미작성, 산업안전법 위반 등이 판을 친다. 현장으로부터 자정하고 공론화하는 노력이 필요했기에, 건설노동자는 현장감시단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의 활동을 놓고 누구는 갈취라 했고, 공갈이라 했고, 폭력이라 했다.

200010월 안산지역의 건설회사와 노조가 처음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노사는 노조사무실을 마련하고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불법용역을 근절하고 노조가 운영하는 무료 취업센터를 통해 적법하게 노동자를 고용하고, 고용보험과 산업안전 교육을 상시화 하기로 약속했다. 그 결과 중간착취와 임금체불이 줄어들었고 고용안정성이 개선되었으며 퇴직금도 생겼다.

전국의 건설회사 수는 9만 개가 넘는단다. 이 거대한 건설 산업을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지탱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건설노조가 현장감시단 활동을 한 것도, 원청사와 단체협약 체결 투쟁을 벌인 것도 원청의 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건설현장에 만연한 불법은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비롯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2003년 말, 건설 다단계 구조를 끊기 위해 노동자들이 시작한 단체협약 체결 투쟁은 전국으로 번졌고, 그 결과 9개 지역 300여 개 현장에서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

  

폭력의 전말

 2003년 검찰이 대전충남지역, 안산지역 건설노조 간부들을 금품갈취’ ‘공갈협박등으로 구속했다. 고용관계가 없어 법적 의무가 없는 원청업체들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노조전임자 임금을 원청업체로부터 매월 수십만 원씩을 받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함으로써 금품을 갈취하였다는 게 죄목이다. 합의에 따른 노조전임비를 갈취금품이란 한 것이다. 또한 원청업체들이 이에 불응하면 공사현장의 안전시설 미비점 등을 찾아 노동청에 고발하겠다고 협박하거나 공사현장을 돌아다니며 사진 촬영을 하는 등 고발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이에 겁을 먹은 원청업체 현장소장 및 관리과장 등과 단체협약을 체결토록함으로써 공갈 협박하였다는 것이다.

구속된 노조 간부들은 건설업체에 단체협상을 요구하고 단체협약에 따른 전임비를 받았을 뿐이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상당수 현장 소장들도 구체적인 협박 행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2003년부터 3년간 구속된 건설노조 간부는 28명에 달했다.

2008년에도 미국발 세계금융위기가 닥치자 정권과 자본은 드러내놓고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탄압했다. 합법적으로 활동해오던 덤프, 레미콘 등 건설기계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노조설립신고증을 반려했다. 건설현장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의 고용을 노골적으로 거부했다. 복수노조 제도도 잘 활용했다.

20165월에는 경찰청이 나서 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선포하고 전국에 284개 수사팀 1,316명의 전담인력을 편성했다. 경찰은 조합원 고용 요구, 집회 및 시위, 건설사의 이권에 개입하는 행위 등을 떼쓰기 식 집단 불법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고 촛불투쟁이 시작되면서 유야무야되었다.

  

건설노동자는 어쩌다 폭력배가 되었나

안전보건공단 발표에 따르면 2022년 대한민국에서 산업재해로 874명이 사망했다. 그중 건설현장에서 402명이 떨어지고 부딪히고 무너지고 깔려서 죽었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무사히 귀가하는 것이 바람인 건설노동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노조를 파괴해 모래알로 만들면서까지 자본과 정권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1994년 말 유행했던 저금통이 하나 있었다. 동전을 놓아두면 손이 나와 쓱 집어넣는 양변기 모양의 저금통이었다. 나름 인기몰이를 했는데 사람들은 이 저금통을 노태우 손이라 불렀다. 그때 노태우 비자금이 4천억이라는 말이 돌았는데 그게 불가능한 금액이 아니란다, 원전, 신도시 등 각종 사회투자 사업이 시작될 때였으니.

그 전에도 후에도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건설업은 비자금의 화수분이다. “관급공사 하나에 막도장 한 포대라는 말이 있듯이 하도급, 덤핑 구조 속에 비자금이 만들어져왔다. “건설업체들은 일용직 노동자의 인건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마련해왔는데, 단체협약을 통해 퇴직금 공제와 고용보험 제도를 도입하면 일용직 노동자의 인건비가 정확히 드러나기 때문에 비자금을 마련할 여지가 없게되는 것이다. (“비자금의 적을 쓸어버려라” <한겨레신문> 2004.2.26.)

2023. 윤석열 대통령이 건설현장 정의 실현에 나섰다. '건폭'이라는 호명과 함께 전국의 곳곳에서 소환조사, 압수수색이 시작됐고 구속자가 나왔다. 현장을 바꾸는 노조의 조직력이 강해진 만큼 전임비 갈취범의 수도 늘었기 때문이다. 묵묵히 건설 부조리와 투쟁해 온 노동자는 수치심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폭력이란 무엇인가? 건설노동자는 폭력배인가?

  

 

 

양회동 동지를 기억합니다 - 노동자역사 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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