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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볼만한 영화] 트럼보 - 펜은 칼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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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내
댓글 0건 조회 1,300회 작성일 23-09-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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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보.jpg

 

왕의조 (노동자역사 한내 연구원)

 

 

1929년 대공황의 영향으로 파시즘이 기승을 부리자 수많은 미국인들이 미국 공산당에 합류했다. 독일에 대항하는 미국과 소련의 동맹은 굳건했기에 당시 미국 공산당의 존재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1941년 독일과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면서 소련과 미국은 나란히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이 전쟁으로 세계 인구 중 5천만 명이 사망했다. 이외에도 기아나 기근, 전염병 등을 포함한다면 8천만 명이나 1억 명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무엇보다도 인류는 가장 폭력적이고 잔혹한 방식으로 사회적 갈등에 대처하는 방식을 고안하고 또 그걸 실제로 실현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이 끔찍한 싸움은 공식적인 종전이 선언된 이후에도 망령처럼 남아 세계를 떠돌며 그 영향을 행사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매카시즘과 블랙리스트 사건이었다.

 

본토의 피해 없이 전쟁을 마친 미국은 전시체제를 평시로 전환해야만 했고, 수많은 군수공장들이 사라지거나 품목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를 당하거나, 처우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1945년 말에는 만 명이 넘는 영화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영화 작가였던 달튼 트럼보는 공산당원으로서 영화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 지원했다.

 

- 세트 설치하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 그들과 영화 각본이 대체 무슨 상관이지?

- 함께 영화를 만드는데, 나와 자네는 제대로 돈을 받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아.

- 파업은 끝났어. 당신들이 이겼지 않나? 승자라면 관대함을 보여야지!

- 당신 같은 사람들은 끝이란걸 몰라. 파업 또 파업이지.

 

<트럼보>는 할리우드 블랙리스트 시기에 활동한 달튼 트럼보의 일대기를 다루는 영화다. 트럼보는 <로마의 휴일>, <브레이브 원>으로 아카데미 상(오스카)을 두 번이나 수상했지만, 공산당 블랙리스트에 올라 본명으로 활동하지 못했다. 그는 이념적인 이유로 10개도 넘는 필명과 가명으로 글을 써야만 했다. 하지만 냉전이 만든 촌극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19502월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은 미 국무부에 57명의 공산당원이 활동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공산주의자 색출작업에 나섰고 이는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에 미국에 있는 수많은 사회주의 성향의 정치인과 지식인들이 정치적 숙청을 당했으며, 할리우드에 영화 작업에 헌신하던 10(일명 할리우드 10)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이들은 영화산업 내 어떠한 일감도 받지 못하도록 조치당했다. 본격적인 이념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전부 꺼내어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트럼보가 집필한 인간애가 넘치는 작품들은 세계적인 흥행 가도를 달렸고, 이념을 문제 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하고 우스꽝스러운 일인지도 점차 확인되고 있었다. 결국 수년 동안의 끊이지 않는 이념 갈등에 지친 대중들은 부질없는 공산주의 찾기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했고, 트럼보는 그동안 자신이 유령작가로서 집필한 영화들의 헌신적인 일원이었음을 공식적으로 밝히기에 이른다.

 

블랙리스트는 악마의 시절이었습니다

미약한 개인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가혹한 시절이었습니다

우린 각자의 본성과 필요와 신념에 따라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시기의 가혹함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닥쳤습니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가족을 잃고 연대를 잃고 사랑을 잃어야만 했고

때로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 시기를 기억해야겠지만, 영웅이나 악당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없었기 때문이죠. 거기에는 희생자들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우리는 평소에는 할 필요 없는 생각과 말들로 인해 서로 상처를 주고 받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다는 것을 압니다

지금에 우리가 그런 일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오직 그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함입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갈 뿐이기 때문입니다

- 영화 <트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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