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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내레터 다시읽기] 단결투쟁가 *노래로 읽는 노동자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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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내
댓글 0건 조회 1,267회 작성일 23-10-1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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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은 (민중가수)

 

 

단결투쟁가 (백무산 글, 김호철 곡, 1989)

 

1. 동트는 새벽 밝아오면 붉은 태양 솟아온다 / 피맺힌 가슴 분노가 되어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 백골단 구사대 몰아쳐도 꺾어 버리고 하나 되어 나간다 / 노동자는 노동자다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 노동자 / 너희는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 / 아 아 우리의 길은 힘찬 단결투쟁뿐이다

 

2. 수천의 산맥 넘고 넘어 망치되어 죽창되어 / 적들의 총칼 가로막아도 우리는 기필코 가리라/ 거짓 선전 분열의 음모 꺾어 버리고 하나 되어 나간다 / 노동자는 노동자다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 노동자 / 마침내 가리라 자유와 평등 해방의 깃발 들고 우리는 간다 / ~아 우리의 길은 힘찬 단결투쟁뿐이다

 

<단결투쟁가>1988년에 발표된 백무산의 첫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에 실린 시 <전진하는 노동전사 : 울산, 7월 노동투쟁에 붙여>에 김호철씨가 곡을 붙여 1989년에 발표한 노래입니다. 80년대를 대표하는 노동자 시인 백무산은 현대중공업 조선소 노동자 출신으로 1987년 울산 현대그룹 노동자 대투쟁에 함께 했다고 합니다.

 

당시 백무산은 노동운동의 조직가였으며 선전활동가 그리고 선동가였습니다. 백무산의 시는 자신의 현장경험을 통해 노동자의 언어를 시어로 반영하는데 탁월했으며, 투쟁을 통해 낡은 질서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노동자계급의 삶을 제시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890년대 그가 발표한 시들은 한국 사회의 변혁을 꿈꾸는 이들의 방향타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그가 창조한국당 문국현의 멋쩍은 나팔수가 된 것을 보면 세월의 덧없음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더하게 되는 게 현실입니다.

 

876월 항쟁에 이어 7, 8, 9월에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습니다. 당시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87년 들어 발생한 노동쟁의는 3,749건이며, 신규로 결성된 노조 수는 1,300여 개에 이르렀다 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30년간 한국사회에 결성된 노조 총 수가 1,700여 개(이 중 400여개는 1980년 민주화의 봄 과정에서 만들어짐)인 것과 비교해 보았을 때 877,8,9월 석달에 걸쳐 결성된 노조의 숫자는 단순 비교만 해 보아도 그 위력이 대단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877·8·9월 노동자대투쟁은 현재 현대중공업으로 이름이 바뀐 현대엔진노동자들의 노조결성투쟁이 도화선이었습니다. 당시 현대엔진에 근무한 노동자들은 잔업과 철야에, 월평균 420시간의 장시간노동을 하고도 먹고 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당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관리자들이 정하는 고과점수에 따라 결정되었는데, 그 기준들 중에는 조회나 점심 중회 때 두발검사(머리가 조금만 귀를 덮어도 바리깡으로 밀리거나 가위로 땜빵을 했다합니다)와 같은 군대식 기준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고과점수에 따른 차등임금은 시급 동결부터 33원까지 차등으로 매겨졌으며, 연말에 지급되는 상여금에도 영향을 미쳐 동결부터 최대 350%까지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임금과 상여금 차등지급은 노동자들끼리 경쟁상대로 만들고, 저놈은 아부해서 진급한 놈, 저놈은 관리자에게 양주 받친 놈이라며 서로 흉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웃지 못할 분위기였다 합니다. 차등임금으로 노동자들의 불만과 원성은 커져 갔지만, 항의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상황 속에서 자녀의 장학금 지급까지 영향을 미쳐 노동자들이 느끼는 분노와 자괴감은 더욱 컸습니다.

 

민주노조 쟁취를 위해 떨쳐 일어선 현대그룹 노동자들은 방어진을 시작으로 남목고개를 넘어 울산 공설운동장까지 아리랑 목동'훌라송노동자의 노래를 부르며 투쟁했습니다. 시내진출 위를 통해 역동적인 모습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거대한 투쟁은 56일간의 흔들리지 않는 파업투쟁을 통해 임금 38.7% 인상쟁취, ‘차등고과제철폐, ‘단일호봉제 쟁취’ ‘주택수당학자금 일괄지급등 많은 변화를 얻게 되었습니다. 민주노조 건설만이 가난과 차별을 떨쳐 낼 수 있음을 깨달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87년 총파업 투쟁을 통해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밑불로 자리했습니다. 또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은 전국으로 확산되어 영세, 중소, 대공장의 울타리를 넘어 사무, 병원 전문직 등 전 산업에 걸친 주노조 건설운동의 바람을 일으켜 대한민국의 노동운동을 올곧게 세워내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가진자와 부자들을 위한 신호등만 켜지는 이 땅에서 노동자 민중의 촛불 항쟁이 수천, 수만, 수십, 수백만의 힘으로 나서 횃불이 되고, 들불이 되어 삶의 희망을 잃고 고통의 나락으로 빠져 있는 민중들에게 사람이 중심되고, 더불어 사는 삶이 중심 되는 세상을 만드는 밑불이 되길 바라며 너희는 조금씩 갉아 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의 구절을 되뇌어 불러봅니다.

 

 

[사진] 1987년 노동자대투쟁,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eEc6LFOI8KY


[출처] 2008.07.01, 한내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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