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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러보면] 부활한 애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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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내
댓글 0건 조회 420회 작성일 24-03-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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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미(노동자역사 한내 기획국장)

 


지난 2월에 끝난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우승을 목표했고, 전문가들은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총성 없는 전쟁나선 대한전사를 응원하며 간절하게 제 나라의 한 골을 바라는 마음, ‘애국심이 아니라고는 못 하겠다. ‘~한민국4강에 그쳤고, 애국자들의 시선은 이제 2026년 북중미월드컵으로 향한다.

 

애국심이면 다 된다


문제의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을 앞둔 26, 현 정부 들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첫 대면회의가 열렸다. 회의가 끝난 뒤 대통령이 그들을 불러 점심을 먹으며 사회에 대한 애정, 후대에 대한 사랑, 국가에 대한 애국심의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공동의 목적의식으로 대화해나간다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국심! 이것 하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한다.

2022년 안전운임제 확대와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파업에 대통령은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했다. 같은 해 대우조선에서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자 대통령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공권력 투입의 뜻을 내비쳤다. 파업이 끝나자 사측은 하청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470억 원을 청구했다.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란봉투법2023년 말 국회 본회의까지 의결됐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2023년에는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하라는 지시에 따른 건폭 특별단속으로 1,500명가량이 검거됐다. 건설노동자 양회동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분신했다. 이렇게 다 해결(?)’됐다. 역시, ‘애국심덕분인가?

 

평가받지 못한 애국심


그리고 삼일절. 그야말로 애국심이 넘쳐흘러 마땅한 날 아닌가.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저는 이 모든 독립운동의 가치가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 그 역사가 대대손손 올바르게 전해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겨레> 기사(31일자, ‘홍범도 깎아내고 이승만 띄우고’)를 보니 대통령실 관계자가 독립운동의 주체로서 그동안 과도하게 무장독립투쟁이 강조돼왔다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에 대한 견해로 봐도 무방할 듯싶다. 기념사에 따르면 국제정치의 흐름을 꿰뚫어 보며, 세계 각국에서 외교 독립운동에 나선 선각자이승만을 합당하게 평가하자는 게다.

 

애국심이 이승만으로 통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1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이승만을 선정했고 철회하라는 항의에 만시지탄, 되려 늦었다고 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복궁 옆 송현광장에 이승만기념관을 짓자고 한다.

건국전쟁이라는 다큐를 만든 김덕영 감독은 이제 국민들이 이승만 대통령의 애국심을 정당하게 평가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34일자 <조선일보>이승만의 영화가 최고의 정치 다큐멘터리 관객 동원이란 정상에 서는 순간 그동안 거꾸로 뒤집혀 있었던 대한민국의 모든 비정상적인 가치들도 제대로 자리를 잡아 나갈 것이다. 그것이 이승만의 완벽한 부활을 기다리는 이유다.”라고 썼다.

 

이승만의 부활


이승만의 부활, 무서운 일이다. 해방 직후 친일세력을 청산하고 자주적인 독립국가, 남과 북의 분단이 아닌 통일국가를 건설하자는 제주도민을 이승만은 무참하게 학살하고 남한 단독선거를 강행해 대통령이 됐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부역 혐의를 씌워 보도연맹원과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전쟁이 끝난 뒤 발췌 개헌, 사사오입 개헌, 정적 제거 등으로 권력을 유지하다 19603.15 부정선거로 마침내 4.19 혁명이 일어나자 하와이로 도주했다.

물론 이승만의 업적에 대한노총을 빼놓을 수 없다. 해방 직후 결성된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를 깨려고 1946310일 대한독립촉성전국청노동총동맹(대한노총)을 결성했다. 노동조합 대표가 아닌 깡패들과 반공 우익 청년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대한노총은 전평의 총파업을 폭력적으로 파괴했으며 이승만의 정치적 동원부대 역할을 충견처럼 수행했다. 1948815일 정부가 수립되자 이승만은 대한노총 총재를 맡았다.

역시 애국심이었으리라. 이렇게 윤석열과 이승만의 애국심은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가 닿는 듯하다. 이미 이승만은 완벽하게 부활했을 수도.

 

한반도 인민들은 오랜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드디어 해방되자 자신들이 살아갈 새로운 사회에 대한 기대와 독립국가 건설을 향한 열망으로 불타올랐다. 실제 전국적으로 민간자치기구인 인민위원회를 만들어 치안, 행정, 식량배급 등을 해결해 나가며 새 나라 건설에 나섰다. 그러나 이승만은 희망찬 인민들의 꿈을 짓밟아 버렸다. 그렇게 이승만이 말아먹은 바로 그 새 나라의 꼴은 2024년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애꿎은 애국심이 향할 곳은 덫에 걸려버린 황선홍밖에 없다. ‘~한민국의 북중미월드컵 지역 예선 통과를 기원한다.

권정생 선생의 시가 생각난다.

 

애국자가 없는 세상(권정생 선생의 )

 

이 세상 그 어느 나라에도

애국 애족자가 없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이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동족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로 가지 않을 테고

대포도 안 만들 테고

탱크도 안 만들 테고

핵무기도 안 만들 테고

국방의 의무란 것도

군대훈련소 같은 데도 없을 테고

그래서

어머니들은 자식을 전쟁으로

잃지 않아도 될 테고

젊은이들은

꽃을 사랑하고

연인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무지개를 사랑하고

이 세상 모든 젊은이들이

결코 애국자가 안 되면

더 많은 것을 아끼고

사랑하며 살 것이고

세상은 아름답고

따사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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