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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전태일재단의 ‘조선일보 사태’를 비판하며 - 전태일 정신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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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내
댓글 0건 조회 288회 작성일 24-03-06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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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113. 봉제노동자인 전태일의 분신은 당시 한국사회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폭로하고, 노동자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한국노동운동의 가장 오래된 원칙과 기풍을 만들어낸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전태일 이후의 민주노동운동에는 언제나 전태일의 이름이 자리했습니다.

 

불안정노동을 확대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구조를 왜곡해온 자본과 정권의 오랜 탄압에 맞서 투쟁했던 노동자들의 모든 역사에 전태일이 함께해왔습니다.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전태일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이유는 전태일이라는 이름이 지닌 역사성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전태일 정신은 어느 한 조직이나 개인이 사유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태일재단또한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간 전태일재단의 행보나 관점에 이의가 있음에도 침묵하거나 비판을 자제해 온 다수는 전태일이라는 이름이 거느리고 있는 역사성을 존중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전태일재단은 조선일보 사태를 계기로 역사적 선을 넘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오랜시간 동안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성을 왜곡하고 노동자 간의 갈등을 부추겨 온 대표적인 언론사입니다. 이번 기획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그동안의 왜곡된 원인진단과 반노동자적인 해법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조운동진영이 그간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비롯한 수많은 보이콧을 벌여온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하물며 그런 언론사의 창간을 함께 기념하는 것도 모자라, 공동사업을 기획하는 일을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조선일보가 전태일 정신을 운운하고 평가하는 것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라는 언론사의 공동사업자로서 전태일재단이 함께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현재 전태일재단은 전태일의 역사성을 모독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 뒤를 따른 수많은 전태일들을 욕보이고, 나아가서는 전태일과 함께해 온 모든 노동자에게 깊은 분노와 수치심을 안기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전태일이라는 이름을 통해 전태일을 파괴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태일재단은 조선일보와의 협업을 당장 중단하고 전태일재단에 대한 동지적 존중을 보내온 모든 노동자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합니다.

또한 이 조직적인사태를 기획하고 묵인해온 관계자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책임을 수행해야 마땅합니다.

 

끝으로, 노동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러나 입장의 여부와는 달리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한가지는 있습니다. 노동자의 투쟁은 반드시 그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노사 간의 대립은 악이요 노사 간의 상생이 선인 것이 아닙니다.

노동운동의 오늘은 노자 간의 투쟁과 타협에 따른 결과이자 과정이기에, 이를 이해관계나 분배의 양상에 따라 단선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전태일 이후의 민주노동운동이 오늘날의 노동 현실을 뼈아프게 인식해온 이유는, 치열한 논쟁과 평가를 통해 더 나은 내일을 열어가기 위함이지 풀빵을 나누지 않은 사람들을 색출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노동운동에 대한 공적인 평가와 비판에 조심성과 엄중함이 따르는 것 또한 전태일 정신의 역사성에 대한 존중이자 성찰입니다.

 

전태일 정신은 무엇입니까?

 

전태일 정신은 노동자역사에 대한 책임입니다. 어떤 책임은 때때로 너무나 거대하기에 직책이나 개인이 함부로 짊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갈등하면서도 동시에 연대하고 또 끝끝내 단결하는 투쟁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열어온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진정으로 서로에게 그리고 끊임없이 스스로 묻고 답해야만 합니다. 전태일 정신은 무엇입니까?

 


- 2024.03.06. 노동자역사 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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