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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25년 한 해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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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내
댓글 0건 조회 10회 작성일 25-12-3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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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며

 

양규헌(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다시 역사의 강줄기와 마주합니다.

빠르게 흘러간 듯 보이지만, 그 물줄기 속에는 수많은 이름과 얼굴, 그리고 노동과 투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올해도 한내는 노동운동 역사를 묻고, 기록하고, 기억하려고 애썼습니다.

누군가는 지우고 잊어버리고 싶은 역사, 불편하다고 왜곡하며 외면당한 노동의 시간을 다시 불러 세우는 일은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함께해 주신 동지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 덕분이었습니다.

 

노동자의 역사는 거창한 사건이나 투쟁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현장의 작은 메모, 오래된 사진 한 장, 선배 노동자들의 절규와 긴장된 목소리, 그리고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주장이 모여 역사가 됩니다. ‘한내는 그 흐름을 잇는 이름이었고, 우리는 노동자 역사의 강물을 마르지 않게 지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노동의 가치가 흔들리고, 민주노조운동의 정신마저 흐려지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투쟁의 역사가 왜곡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는 몇몇 사람들만의 고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왜곡되거나 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다시 반복된다는 것. 그리고 노동자의 역사는 곧 노동자계급의 역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올해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오늘의 노동운동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내일의 노동자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역사는 늘 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 한 해였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도 한내는 흔들리지 않고 주어진 사업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권력의 시선이 아닌 노동자계급의 관점으로, 지배계급의 기록이 아닌 노동자 삶의 기록으로, 침묵이 아닌 연대와 투쟁과 해방의 정신으로 역사를 정리하겠습니다. 느리더라도 깊게,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올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지켜온 삶과 투쟁의 흔적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분명 존재했던 노력에 깊은 존경과 동지애를 담아 인사를 보냅니다. 새해에도 노동운동의 역사가 노동자의 눈을 비켜서지 않도록, 기억의 강줄기 한내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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