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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전후
권두섭(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노동절 전에 있었던 철도 재판을 앞두고 김기태 철도노조 위원장 접견을 다녀왔다. 법률원에 와 있는 연수원 시보들도 구치소 형사접견이 과제로 있어서 철도노조 2009년 파업 사건의 쟁점에 대하여 간단히 브리핑을 하고 같이 가게 되었다.
자주 와 달라고 했으면 좀 더 자주 갔을 텐데..., 2주마다 진행되는 재판에서 얼굴을 보지만 구치소 접견을 오랜만에 왔다. 나름 합법적인 파업의 바늘구멍을 어렵게 욕 들어가면서 통과했는데, 하루아침에 불법파업으로 조작되어 구속까지 되었고 노조간부들 중 해고된 사람만 200여 명에 이르니, 갇힌 몸에 답답한 마음이 얼마일까. 진행되는 재판을 생각해보니 나도 답답하다. 얼마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까.
노동절 새벽 근심위는 날치기로 근로시간면제한도를 의결하였다. 노조법 통과도 시한이 지난 1월 1일 새벽에, 그 법에 따른 근로시간면제한도도 4월 30일 의결시한을 지나서 5월 1일 새벽에 모두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5월 1일 새벽에 그런 일이 일어났고, 5월 1일은 노동절, 1만 명 이상의 수도권 노동자들이 모이는 노동절 집회가 예정되어 있다. 평화적인 노동절 행사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새벽에 그런 일이 일어났으니, 결과는 모를 일이다. 노동절 집회는 원래 시청광장에서 하려고 했으나, 경찰은 시청광장 집회, 행진, 야간 문화제를 금지하였고 법원도 30일 저녁에 집행정지신청을 기각하였다. 노동절 대회도 아무런 이유 없이 원하는 장소에서 못하고 금지통고되고 법원은 이를 용인하였다. 다른 날도 아니고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새벽에 일어난 일에다가, 집회 장소마저 여의도 공원으로 밀려났으니, 저녁에 누구라도 시내에 나가서 집회를 하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접견준비도 하고 법률원 당직도 미리 세우고 집회 장소로 왔다. 그런데 소개를 할 때 보니까 이번 노동절에는 색다른 손님들이 오셨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이자,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예정자도 왔다. 정세균 대표가 누구인가. 들은 바로는 쌍용자동차를 상하이차에 팔아넘길 때 주무부서인 산업자원부 장관을 하던 사람이라고 한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임 시절에는 비정규직법과 노사관계로드맵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새벽에 통과된 노조전임자 타임오프제도는 민주당의 추미애 의원이 만든 것이고, 민주당 정권 10년 동안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법률은 유예의 딱지를 않은 채 유지되어 왔다. 이번에 통과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방안은 사실상 노무현 정권 당시에 만들어진 법률과 거의 동일하다. 그 분들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이야기는 하고 다녀도, 노무현 정권 초반인 2003년 손배가압류, 비정규직 문제로 세상을 떠나야했던 노동 열사들에게 사과를 했거나, 지난 날 노동정책 등에 대하여 반성한다거나, 쌍용자동차를 외국투기자본에 팔아넘긴 것은 큰 잘못이었다거나, 이제는 노동정책이 어떻게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지는 못하였다. 정치는 잘 모르지만, 이 사람들은 다시 집권을 하더라도 예전과 비슷하지 않을까. 심난한 노동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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