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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한내] 2008년 11월호(제3호) 함께 읽어요
『수화기 속의 여자』, 이명윤, 삶이 보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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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역 지하도 납작 엎드린 등. 쏟아지는 눈길. 껌처럼
달라붙은 저 눈빛을 어디서 보았더라?
며칠 전 어시장 좌판, 큼직한 날개를 펼치고 엎드려 있던
더 할 말 없다는 듯 아랫배에 입을 숨기고 있던 가오리,
버스가 서지 않는 오지의 지명처럼 쓸쓸히 지나쳤던 그때 그
가-오-里
(「날아라 가오리」부분)
2006년 시 「수화기 속의 여자」로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던 이명윤 시인의 첫 시집이다. 그의 시편들은 자본주의의의 가치 법칙에서 소외되어 사회의 변방으로 몰린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도시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그리고 있다.
시인은 우리 사회의 낮은 곳에서 한 시대의 음화(陰畵)들을 건져 올렸다. 시인은 항상 낮은 곳, 변두리의 삶에 시선을 던지고 있지만, 인간적 위로나 근거 없는 희망에 기대지 않은 채 현실을 직시한다. 이명윤의 시에서 도시는 불안과 공포의 장소이며 그 불안과 공포는 도시의 표정이다. 이 공포와 불안의 심리 상태는 도시에 거주하는 인간들에게, 우리 모두에게, 일상적으로 경험된다. 그러나 시집 <수화기 속의 여자>는 “봄은 모든 곳에서 피어날 권리가 있다”(「풀 2」)는 선언처럼 비판보다는 긍정, 절망을 넘어서는 새로운 모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