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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노동, <레이닝 스톤>
첨부파일 -- 작성일 2010-01-05 조회 920
 

노동자에게 비처럼 쏟아지는 돌, <레이닝 스톤>

이성철(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창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켄 로치의 작품이 자주 소개 되네요. 레이닝 스톤은 극중에서 밥(Bob)의 장인이 어려운 현실을 신앙으로만 버티려는 그를 격려하는 와중에 나오는 대사의 한 구절입니다. “자네가 가진 건 두려움이야. 신앙이 해결해 주진 못해. 노동자에겐 일주일 내내 돌이 비처럼 쏟아져”가 그것입니다. 고단한 노동자의 일상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영국 북부의 관용어라고도 하네요. 7살난 딸 콜린의 성찬식이 곧 다가오게 됩니다. 교회의 전통에 따라 이 날은 부모들이 정성으로 준비한 드레스를 입고가야 합니다. 교회의 신부는 기증받은 것도 깨끗하고 쓸만하다면서 이를 권하지만, 밥은 딸의 기분을 꺾을 수 없다면서 자신이 직접 장만하겠다고 합니다. 드레스와 기타 악세사리 장만에 들어가는 돈은 115파운드나 됩니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한 밥의 고군분투기가 이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그러나 밥의 사정은 만만치 않습니다. 공공요금은 밀려 있고, 전화는 이미 불통입니다. 이웃에 사는 절친한 친구이자 역시 장기 실업자인 토미와 함께 벌이는 생존게임은 웃음과 함께 눈물이 납니다. 남의 목장에 몰래 들어가 양을 잡아 팔아먹기, 장인어른이 갖고 있는 배관봉을 빌려 하수도 청소하기, 관공서나 공공장소의 잔디를 몰래 떼어다 팔아먹는 일에 동참하기 등 실로 ‘거세된 희망’(영국의 ‘working poor’에 대한 폴리 토인비의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의 나날을 이어가게 됩니다. 이 와중에 밥의 재산 1호인 밴을 도둑맞게 됩니다. 이러한 일들은 영화 내내 을씨년스런 풍광과 우울증 걸리기 딱 좋은 날씨들과 함께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모두 헛된 노력에 그치게 됩니다. 하여 밥은 토미와 함께 보다 목돈이 되는 사업(불법 잔디사업)을 하기 위해, 부인 몰래 대출회사로부터 260파운드를 빌려 중고차를 사게 됩니다. 이 일은 나중 큰 일로 번지게 됩니다. 대출금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회사는 이를 고리대업자(탠시)에게 징구권을 넘기게 됩니다. 돈을 받기 위해 밥의 집을 찾은 탠시 일행은 부인과 딸을 모질게 협박하며, 부인의 결혼반지와 쓸모없는 수표책을 강탈해버립니다. 장을 보러 나갔다가 돌아온 밥은 이 광경을 보고 뚜껑이 열려버립니다. 스패너를 챙겨든 밥은 탠시를 찾아 나섭니다. 술집에서 동료들과 함께 있는 그를 발견한 후, 탠시가 혼자되기를 기다립니다. 주차장에서의 응징과 난투 끝에 밥의 잘못은 아니지만 과실치사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쯤으로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불행한 일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앞뒤 분간이 될 수 없는 황망한 상태에서 밥은 신부를 찾아가 경찰 신고를 부탁하게 됩니다. 그러나 신부의 대안은 의외였습니다. “주님께서 자비를 베푸실 거야. 자네가 죽인 게 아냐. 그건 사고였어. 한데 왜 자네의 자유와 가족의 행복을 희생하나? 그 자가 죽어서 많은 사람들이 편히 잘 수 있어... 자넨 내게 도움을 청하러 왔지? 그럼 경찰서엔 가지마. 집에 가서 탠시의 불쌍한 영혼을 위해 기도해...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말고”라면서 탠시가 갖고 있던 부채인 명단 등을 태워버립니다.
 

이제 성찬예배가 열리는 날입니다. 예쁘게 꾸민 콜린과 이웃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중 경찰차가 밥의 곁을 지나갑니다. 불안하고 혼비백산한 마음으로 성찬식을 치르는 밥입니다... 신부는 그에게 빵을 건네며, “그리스도의 몸... 아멘...” 축원을 보냅니다. 켄 로치의 작품에는 종교의 역할이 자주 등장하죠. 예컨대 <달콤한 키스>에서는 극단적인 교리주의자가 등장하는 반면 여기서는 낮은 자와 함께하려는 신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under-stand)하려고 낮은 곳에 서있는 사람인 셈이지요. 영화의 끝에는 내내 답답하던 마음을 일거에 날려버리는 멋진 피날레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기회 나실 때 일견들 하시길...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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