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청주 청년들의 항일활동과 앵좌극장

김미화(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1919년 3.1운동 이후 각성한 청년들이 전국에서 청년회를 조직하여 1920년 7월에는 100여 개가 넘었다. 청년들은 각 지역을 근거지로 농민·노동운동과 신간회 운동 등을 주도하며 독립운동의 주축이 되었다.

청주청년회도 1921년 6월 19일 시내 앵좌극장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정식 출범했다. 사무실은 청주제일교회 건물을 사용했고 망선루를 개조하여 운영하는 청남학교에서 교육·계몽 활동을 펼쳤다. 청주청년회는 청년회관 건립계획을 세웠으나 자금난으로 회관건립은 미루어졌고 앵좌극장과 청남학교를 이용하여 토론회와 강연회, 웅변대회 등을 개최하였다.

청주청년회는 1921년 6월 21일 청남학교에서 “사회의 발전에는 정신이냐 물질이냐”라는 주제를 놓고 4~5명씩 나누어 찬반 토론을 벌였으며 이듬해는 기독교 청년들과 청년회가 연합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그날의 주제는 “노동자가 인류사회의 주인공이냐 사역자냐”이었다. 주제를 통해 당시 청년들의 사상이 점차 사회구조의 문제나 체제의 모순으로 발전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1920년대 초에는 충북지역도 신사상이 전파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수용된 신사상은 아나키즘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지만 단연 사회주의가 청년들과 지역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비타협적인 민족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이 좌우합작 운동의 일환으로 1927년 2월 서울에서 신간회를 조직하자 그해 12월 22일 청주에서도 앵좌극장에서 신간회 청주지회를 창립함으로써 청년들의 역량이 신간회로 결집되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1920년 6월 25일 오후 3시 앵좌극장에서 조선노동대회 충북지부가 창립대회를 개최했다. 조선노동대회는 노동자의 상호부조와 인격 향상을 목적으로 1920년 2월 16일 서울 종로청년회관에서 결성된 단체로 회원이 7천 명에 달했다.(독립기념관 국내사적지 소개 사이트(sajeok.i815.or.kr)는 조선노동대회를 조선노동공제회로 잘못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다. 두 단체는 다른 조직이므로 소개 내용은 정정돼야 한다.)

전국에서 조선노동대회 지부가 설립되는 가운데 청주에서도 이날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조선노동대회 충북지부 창립대회 기사 _ 동아일보 1920.6.30

충북지부장 이재기가 개회사와 취지를 설명하고 이어 서울에서 내려온 노동대회 회장 김광제가 ‘노동’에 관한 강연을 했다. 박무병 ‘개조’, 김영식 ‘노동계의 친선’, 원광한 ‘노동계의 질서’라는 주제로 연설이 잇달았으며 청주청년회 김태희가 내빈 대표로 축사를 했다. 이날 행사는 청중이 6백여 명으로 대성황을 이루었는데 당시 식민지 청년들의 열망과 열의가 어땠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집회와 결집의 공간으로 활용된 앵좌극장의 위치는 현재 정확하게 지정할 수 없다. 1916년 12월 15일 낙성식을 거행하며 공식적으로 발족한 앵좌는 당시 청주 상생정(相生町)에서 신축하여 1920년 이후 본정(本町) 2정목으로 주소가 나오는데 이 본정 2정목은 1947년에 남문로 2가로 바뀌었다. 독립기념관 사적지 소개 사이트는 앵좌극장 터를 청주시 상당구 남사로 110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정확한 위치는 좀 더 조사해 봐야 할 것이다. 남문로와 남사로 그 어딘가에 있었을 앵좌극장에는 청년들의 열기와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