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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혁명 쿠바 일차의료
첨부파일 -- 작성일 2010-07-28 조회 934
 

쿠바에서 배우는 ‘일차의료’라는 인권

 <또 하나의 혁명, 쿠바 일차의료> 

이황현아(메이데이출판사 편집장)

 



일차의료의 핵심 키워드는 인권, 사회정의, 형평성이다. 이 말을 바꿔 말하면 “돈이 없어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 중에 한 사람이 백혈병이나 암에 걸리면 집 날리는 건 기본, 돈 구하러 다니느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무상의료로 알려진 쿠바의 일차의료는 듣기만 해도 부러워서 입이 안 다물어지는 제도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훌륭한 의료제도인 쿠바 일차의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다음의 일화는 ‘예방의료’와 ‘가족주치의제도’로 알려진 쿠바 의료제도가 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마탄사스 주의 한 진료소에서 쿠바 의사와 대화중이던 미국인 의사는 다음과 같은 쿠바 의사의 말에 깜짝 놀란다. “엄마와 아기를 병원으로 오게 하지 않아요. 내가 찾아가서 그 집에서 진료하지요. 그 집에 머물면서 아기와 엄마뿐만 아니라, 할머니와 나이든 삼촌, 10대인 다른 딸까지 모두 진료할 수 있답니다. 나는 아픈 사람들만 진료하는 게 아니고 다른 가족들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할머니가 우울해 하지는 않는지, 10대인 딸이 피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삼촌이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는 않는지도 함께 살핍니다. 또 새로 태어난 아이로 인해 다른 가족들에게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자주 방문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 내에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한 번 방문으로 대여섯 명을 함께 볼 수 있고 심각해질 수도 있는 건강 문제를 미리 발견하여 손쓸 수 있다면 절대 지나치다고 할 수 없지요.” 돈이 없어서 잘린 손가락을 버린다는 미국의 의료 현실을 영화 <식코Sicko>로 접한 우리들은 그가 왜 그렇게 놀랐는지 너무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쿠바 일차의료. 열네 살까지 총 147회의 의사 방문 기회를 접하는 쿠바 어린이들의 모습이 해맑을 수 있는 이유다.

<또 하나의 혁명, 쿠바의 일차의료>는 쿠바에서 ‘건강형평성’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정치적인 것이 되었으며, 이 개념을 제도화시켜 전 세계 유일한 일차의료제도를 만들어냈는가를 보여준다. 혁명 후 ‘지역종합진료소 모델’에서 ‘가족주치의 모델’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쿠바의 국가 보건의료체계가 성립되고 공공보건 영역인 모자보건, 감염질환과 전염성질환, 만성질환과 노인의료 분야를 통해 쿠바의 일차의료가 체계화되는 과정을 역사적으로 보여준다. 쿠바 사례에서 우리는 지역사회 기반 보건의료와 지역주민의 효과적인 참여가 어떻게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모든 이들의 건강증진이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쿠바의 사례는 공공보건을 위한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임을 보여준다. 쿠바인들의 삶 속에 스며있는 정치제제와 경제의 모순 사이에서도 일차의료제도가 굳건히 뻗어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들 개념 때문이었다.

6ㆍ2 지방선거의 민의가 확인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료기관 영리법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2MB. 개인 파산 원인 1위가 의료비 부담일 정도로 의료비가 비싼 나라 미국을 쫓아가기 급급한 한국의 모습이다. ‘건강형평성’이라는 개념으로 이룩한 보건의료 혁명 쿠바 일차의료는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선택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간 논쟁이 증폭되는 한국에서 ‘복지는 바로 정치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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