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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작성일 2009-02-03 조회 996
 

바닷가 카페의 바리스타, 쉘리의 커피

전경남(노동자역사 한내 발기인)

멋진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진 곳. 백사장으로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옵니다. 백사장에 부딪쳐 갈 곳 없는 파도는 되돌아가야 합니다. 바다로 가는 파도와 뭍으로 오는 파도가 만나 물결이 일렁이면 오는 파도는 큰 파형을 만들고 금 새 성난 듯 가는 파도를 덮칩니다. 그러고는 출렁이는 물결로 파도머리를 바다 위에 뿌립니다. 저녁노을이 곱게 비칠 때는 파도머리가 흩뿌린 물보라가 퍼지면서 찬란한 무지개를 불 수 있습니다. 이곳에 앉아 그렇게 바다만 바라봐도 하루를 고된 일과를 쉬 잊고 내일을 기획할 수 있습니다. 

강릉 경포에서 바닷가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10여분 올라가면 사천진리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해안도로가 구부러진 모퉁이 언덕아래 자그만 이층 돌집이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커피전문점입니다. 나무 계단을 올라 데크를 밟고 목수의 대패 손길이 거칠게 지나간 묵직한 나무 문을 열면 갓 볶은 커피향이 코를 찌릅니다. 그곳에 두 분의 바리스타가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한분만 계시고 견습 겸 알바를 하는 두 분이 손님을 접대하며 일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1층에는 탁자 두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언뜻 봐도 비좁아 보입니다. 한쪽 벽면에는 벽난로로 봐주기도 힘든 작은 주철제 난로에서 장작이 활활 타며 ‘탁탁’소리를 내며 불길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이층에 올라가면 바다가 격자 창문을 통해 눈부시게 들어옵니다.
 


이 찻집의 장점은 바닷가 풍경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또 멋진 외벽과 어우러진 고풍스런 실내 인테리어가 잘 꾸며져 있다는 사실도 아닙니다. 바로 이곳을 많은 사람들이 오게끔 만드는 것은 커피를 자기 삶처럼 사랑하는 바리스타가 있기 때문입니다. 날카롭고 섬세한 눈매를 가진 그가 분쇄커피를 커피여과지를 넣고 손으로 주전자 물을 붓는 그 모습을 보면 누구든지 속으로 탄성을 지릅니다. 언제인가 휴일 이곳을 방문한 연세 드신 손님 한분이 핸드드립을 하는 바리스타를 보고 “커피 물은 꼭 그렇게 붜야 하나요.”하고 물을 때 말없이 웃으며 시선을 떼지 않고 물을 붓 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커피 원두를 굽는 방법과 분쇄 방법, 커피 물을 내리는 방법에 따라 똑 같은 커피가 맛과 향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만큼 기울인 정성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얘기겠죠. 그가 일하는 모습에서 ‘노동이 예술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가 내려주는 커피에는 남다른 ‘예술혼’이 있기에 커피 맛이 더욱 좋습니다.  
 


저는 선천적으로 위기능이 약해서인지 커피믹스를 마시기만 하면 속이 더부룩합니다. 그러면서도 커피믹스의 부드럽고 달콤한 향을 잊지 못해 주위에서 사람들이 마시기만 하면 그 유혹을 잊지 못해 또 손이 갑니다. 그러고는 더부룩한 배를 손으로 매만져야 합니다. 그렇게 산지가 십수년이 넘었습니다. 뻔히 자기 몸에 나쁜 줄 알면 기호식품들을 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년 전부터 커피믹스를 끊고는 원두커피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속이 불편하지 않다고 하루 몇 잔씩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카페인 중독에 걸렸는지 작년 겨울부터는 커피를 세잔이상 마시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손끝이 나른해지며 힘이 쫙 빠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결국 좋아하던 원두커피를 하루 두잔 이하로 줄이고 나서야 증상이 개선되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한다고 몸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오히려 몸에 나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중독이 중독인 이유는 몸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이제부터는 커피를 무모하게 마시지 않기로 굳게 결심합니다.

커피를 즐기시는 분들께서는 강릉에 오시면 사천진리 바닷가 이층돌집 커피전문점을 찾아주세요. 멋진 바리스타가 맛있는 커피로 여러분을 반겨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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