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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한내] 2008년 12월호 : 법정에서 만난 노동자
그 선생님의 사정 2.
글 : 권두섭 (한내 회원, 민주노총 법률원)
교원평가제도, 우열반 편성, 차등성과급제 시행 등을 반대한 일로 여러 분의 선생님들이 법정에 섰다. 오늘 이야기하려는 그 선생님이 법정에 선 사연은 이러하다. 고등학교에 재직하는 그가 학기초 담임을 맡은 반의 김수영(가명임)이란 아이는 일주일에 서너번은 지각이고 수업시간에 툭하면 졸다가 선생님한테 꾸중을 듣는다. 묻는 말에 씩 웃기만 할뿐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하지 않는 그 아이의 사정을 알아보니, 김수영은 할머니와 여동생과 같이 살며 부모님은 안 계시고 수영이가 수업 끝나고부터 밤 12시가 넘도록 아르바이트를 하여 버는 돈과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받은 생계비로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 아침 7시 30분에 학교에 나와야 하니 지각과 조는 일이 다반사인 것은 당연하고 성적을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열반’으로 편성되는 아이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정과 사연이 있을 것이다. 공부에 흥미를 잃었거나, 다른데 관심이 더 가 있거나.... 그는 우열반의 편성은 결국 이런 아이들을 열반에 몰아 놓고 낙인찍어 아이들 스스로 열패감을 갖게 만들고 아이들을 학교에서조차 포기해 버리는 교육방식이라고 생각하기에 이에 반대하였다.
교원평가제도 역시 입시점수를 얼마나 더 잘 받게 했냐가 교사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나아가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들 사이를 평가자와 피평가자로 갈라쳐 동료교사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과 협동 아래 이루어져야 할 교육현장을 파괴하는 독소가 될 것이기에 반대하였다. 그래서 공청회에 참석하여 항의도 해보고 집회에도 가고 그런 것이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집시법을 위반한 일이 되었다.
연일 전교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정권 차원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악덕 문제 사업장에서만 볼 수 있었던 단체협약 해지 강행, 학교별 전교조 교사수 공개, 학교운영이나 교육정책에 관한 사항을 교섭사항에서 명시적으로 배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교원노조법 개악안 발의 등이 그것이다. 사실 2002년 단 1차례 단체협약이 체결된 이해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로 지난 6년동안 단체교섭도 봉쇄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시간을 바꿔 수업을 다 하고 연가를 내고 집회를 여는 ‘연가투쟁’조차도 불법으로 몰아세우는 현실에서 더 나빠질 것이 있을까 싶다. 그러나 단협 해지 이후 조합비 공제 거부, 전임자 축소 내지 발령 거부, 노조활동시간 보장 거부 등으로 노조를 무력화하고 학교 현장에서 전교조 조합원 숫자 공개와 학부모 단체를 동원한 탈퇴 압력을 통해 노조를 고사시키기 위한 정권차원의 공격이 예상된다.
이 모든 것은 국제중학교, 교원평가제도 강행, 일제고사 부활, 자립형사립고 및 특목고 확대 등 그야말로 강부자와 그의 아이들과 손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을 위한 교육정책을 손쉽게 밀어부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자, 교육의 미명아래 미래의 아이들의 머리까지 지배하려는 의도하에 이루어지는 일이다. 학교에서 온전히 아이들에게만 집중하고 싶은 그 선생님의 소망과 사정은 더 어렵게 된 듯하다. 선생님의 건강과 건투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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