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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 작성일 2008-11-24 조회 876
 

뉴스레터 [한내] 2008년 12월호 : 칼럼

역사교과서 논쟁 - 노동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아야 하나

글 : 이승원 (한내 사무처장)

‘관점이 달라지면 역사가 달라진다.’고 한다. 

유신독재 시절 대학입시 필수과목이었던 국사는 예비고사 25점 배점으로 비중이 컸다. 국어, 영어, 수학 각 50점이었으니. 윤리과목의 반공정신과 함께 유신 찬양을 위해 ‘국난극복’ 중심의 현대사를 기술하고 있었다. ‘80년대 초반 대학과 사회에서 알게 된 노동과 민중의 역사는 전혀 새로운 역사였다. 제도권의 국사교육이 식민사관의 관점에서 기술되었고 독재정권의 자기 정통성을 위한 내용임을 깨달았을 때 시험을 보기 위해 외웠던 역사는 나에게 연대기 외에 어떠한 의미도 없게 되었다.

최근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 포럼’이『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를 출간하면서 역사교과서 논쟁이 시작되었다. 11월 들어서는 서울시교육청이 일선 고교 교장과 학교운영위원들을 대상으로 특정 출판사 교과서 불매를 유도하는 연수를 실시하였고,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을 중심으로 강사진을 구성하여 ‘우리 역사 바로 알기’ 특강을 실시하기로 했 다. 

교과부에 이어 서울시교육청까지 나서서 하려는 역사 왜곡의 내용은 무엇일까? 그들의 의도는 대한민국 정통성 살리기이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 사건을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여 모든 것을 재해석 하고자 한다. 그래서 뉴라이트 학자들의 주장은 ‘한민족’이 아닌 ‘한국인’을 한국사의 주체로 설정하고 있으며, 식민지 시기의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여 일제의 강압적인 통치와 경제개발이 동시에 존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김옥균 등의 개화파와 이승만-박정희 독재 정권의 재평가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서구식 근대화 달성에 기여했다는 것이며 일제식민지 시절의 경제성장, 이승만의 건국, 박정희의 산업화 업적 등이 ‘성공한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뉴라이트의 역사인식에 대해 보수언론은 좌-우파의 대립으로 부각시켜 현재의 교과서가 대단히 좌편향 되어 있으며, 대한민국의 역사적 의미를 왜소화하고 있는 것처럼 부풀리고 있다. 그래서 뉴라이트에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다분히 민족주의적 사관과 민주화의 관점에서 기술되어 있는 현행 교과서를 지켜내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하고, 관심과 고민이 없던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관점도 존재한다는 식의 논리로 쉽게 뉴라이트의 관점이 먹혀 들어갈 빌미를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 입장에서 보아야 할 것은 바로 실종된 우리의 역사다. 우리는 뉴라이트의 경제주의적 관점에서의 천박한 역사인식을 지지할 수 없다. 또한 민족주의 사관과 역사발전의 주체를 지배층과 시민의식으로 묶어 두려는 현행 교과서의 내용에 동의하기도 어렵다.

우리 노동자 민중이 가져야 할 입장은 사회 변혁과 발전의 주체인 노동자 민중의 역사가 사실대로 기술되고 평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자본주의 지배계층의 힘의 논리로 제대로 평가 받기 어려운 현실속에서 역사적 사실이나마 왜곡, 축소되지 않고 기술되었으면 하는 바램인 것이다. 이러한 교과서 논쟁을 바라보면 정권이 바뀌고 지배계층의 관점과 힘에 의해 뒤바뀌는 역사가 아니라 차라리 해석하지 말고 객관적인 사실만을 가르치는 역사 교육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현행 교과서의 왜곡과 편향성, 고의적인 누락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총론적으로 보더라도 ‘노동’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고, 노동자가 아닌 근로자로 표현되고 있으며, 일제강점기 원산총파업, 조산공산당이 주도한 6.10만세운동, 혁명적 노동조합 운동, 해방 후 전평의 활동과 투쟁, 10월 인민항쟁, 전평의 총파업 요구와 투쟁, 전평의 남한 단독정부 수립 반대 5.8총파업과 제주 4.3항쟁의 의의, 70년 전태일열사의 분신, 70년대 민주노조운동과 1985년 구로동맹파업, 1987년 7,8,9 노동자대투쟁, 1996년 노개투 총파업 등의 역사가 아예 언급조차 안 되거나 축소, 왜곡 해석되고 있다.

이제 근현대사 역사교과서의 문제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분명한 입장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된 것도 매시기 중요한 투쟁의 선봉에 섰던 노동자 민중이 역사 기록에 있어서는 무관심했고 등한시 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주역으로 당당히 나서는 것은 진실된 역사를 기록하고 평가하고 발전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노동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는 것은 곧 자본과 대립되는 노동을 통해 이 사회체제의 변혁과 발전을 만들어 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교과서 논쟁에서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인가?

첫째 뉴라이트와 자본가 집단의 역사 왜곡과 경제 교과서 도입에 적극적인 반대를 조직해야 한다. 현행 교과서 사수가 아니라 전면적인 재편이며 노동의 역사를 되찾는 투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둘째 우리의 역사를 찾고 남기는 사업에 노동조합과 관련 단체들은 인력과 재정을 할애하고 역사적 소명감을 갖고 추진해 가야 할 것이다.

셋째 노동운동사 교육도 근현대사 교육으로 확장하여야 할 것이다. 노동자는 근현대사의 중심에서 사회를 발전시켜온 주체였음을 현장 조합원과 함께 읽어가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미래의 노동자인 중고생을 위한 진정한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작업도 가능해 질 것이다. 뉴라이트는 치밀한 계산속에 싸움의 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민족주의와 경제주의와의 싸움 속에서 노동의 역사가 실종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역사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을 통해 우리의 정당성과 존재 가치를 부여해 주기 때문에 찾고 기록하고 인내심을 갖고 싸워 나가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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