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총 결성과 활동

⦁ 시기 : 1946년 3월 10일

⦁ 요약 : 해방 이후 미군정과 통치세력의 지원으로 우익계 노동조합들이 전평을 붕괴시키기 위해 ‘대한독립촉성노동총연맹’을 결성, 1948년 8월 ‘대한노동총연맹’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1945년 8월 일제로부터 해방된 한반도에 계급해방과 노동해방의 깃발이 올랐다. 대중적으로는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 정치적으로는 조선공산당이다. 그러나 미군정과 새로운 통치세력들은 계급해방과 노동해방의 깃발을 꺾어버렸다. 그들이 사용한 방식은 계급해방과 노동해방에 반대하는 세력과 함께 권력을 나누기에 적합한 카르텔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미군정과 새로운 통치세력은 합법적 제도권력을 독점했다. 그 힘으로 이미 존재하던 노동자들의 대표인 전평을 부정하고, 노동자들의 새로운 제도권력을 반공 우익세력들로 채웠다. 대한독립촉성전국노동총동맹(대한노총)은 1946년 3월 10일 구성됐다. 대한노총은 노동조합 대표가 아닌 깡패들과 반공 우익 청년단체 소속 회원들을 중심으로 15개 직장 45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성대회를 했다. 1947년에는 전평이 주도하는 총파업을 파괴하고 이승만의 정치적 동원부대 역할을 충견처럼 수행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대한노총 지도부들은 정치적 출세를 보장받았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노총 총재를 맡았으며, 8월 25~26일 대의원대회에서 명칭을 대한노동총연맹으로 바꿨다.

미군정과 새로운 통치세력은 제도화된 노동자들의 권력체인 대한노총을 자신의 권력구조에 동원했다. 이승만 정권 아래에서 대한노총의 주요 정치활동은 이승만의 정책이나 노선을 지지하기 위한 대중집회·시위활동이었다. 대표적으로 ‘미군철수에 따른 대한(對韓)무기 및 경제원조를 얻어내기 위한 노동자총궐기대회’(46년 6월 27일, 7월 1일, 1950년 1월 27일), 이승만 개인의 권력유지 및 연장을 위한 ‘개헌반대궐기대회’(1950년 2월 19일), ‘이승만의 통일외교정책을 지지하기 위한 제7차 전국대의원대회’(1953년 4월 1일), 그리고 4사 5입 개헌에 따른 이승만의 대통령 출마를 지지하기 위한 ‘우마차(牛馬車) 시가행진’(1955년 12월) 등이 있다.

미군정과 새로운 통치세력은 자신들에게 종속적이고 협조주의적인 노동조합운동을 양성화했다. 대한노총은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운동의 ‘관료성, 반자주성, 반민주성’을 실현하는 국가의 노동정책 수혜 주체로 전락했다. 미군정과 새로운 통치세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한노총을 지원했다. 직접적인 지원은 재정지원과 전평의 총파업투쟁 등을 억압하기 위해 대한노총과 협력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간접적인 지원은 대한노총의 활동을 보장하는 각종 법·제도적 조치를 마련해주는 것이었다.

대한노총은 노동자들 가운데서 우익성향이 있는 자, 기회주의자, 그리고 전평 지도부에 대해 개인적인 불만을 가진 자들을 포섭했다. 그들을 통해 전평 조직이 완전히 파괴되거나 사실상 활동이 봉쇄된 기업체 또는 공장에서 대한노총이 전평의 자리를 그대로 차지했다. 또 미 군정의 유리한 법적 절차에 힘입어 합법적인 대표성을 획득한 후 전평의 남은 세력을 폭력이나 테러·해고 위협으로 제거해 나가는 방법 등으로 조직을 확장했다. 대한노총은 조합원들의 제반 이해를 추구하기 위한 활동은 하지 않았다. 노총의 권력을 둘러싼 주도권 쟁탈전 또는 국가권력과의 유착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만을 전개했다. 이처럼 대한노총은 미군정과 새로운 통치세력의 전략적 목표 아래 보수우익세력을 중심으로 설립·운용됐고, 지배권력의 토대를 강화하는 활동에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