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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사를 함께한 커피볶는 집 향기
첨부파일 -- 작성일 2009-09-07 조회 1138
 

답사를 함께한 커피볶는 집 향기
- 경북 경주, <신형섭의 커피볶는집>

이정봉(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단골집’ 소개라고 해서 술집이나 밥집만 쓰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소식지에 쓴 기사들을 살펴보니 아니나다를까 커피집 소개가 있길래, 나도 냉큼 커피집으로 쓰려고 한다.

경주에서 내가 가는 커피집은 두 군데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자가배전, 즉 직접 커피 생두를 볶은 것으로 커피를 내려 판매하는 집이 두 군데라는 얘기다. 하나는 <슈만과 클라라>라는 집이고 또 하나는 <신형섭의 커피볶는집>이다. 서울이나 광역시를 제외하고 우리 나라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은 그리 흔치 않다. 특히 지방 소도시에서 이렇게 두 개나 되는 자가배전 집을 가진 곳은 내가 알기로는 강릉 정도를 빼놓고는 전무할 정도이다.

아무튼, 두 커피집은 사뭇 다른 역사와 풍미를 가지고 있다. <슈만과 클라라>는 경주 성건동 쪽에 오랫동안 위치해 있었는데 최근 가까운 주택가로 이사를 했다. 성건동은 경주 관광지와는 멀지는 않으나 떨어져 있어서 관광객들은 잘 찾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슈만과 클라라>는 경주 토박이들 중 커피맛을 아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또는 인근 대학 학생들 중 커피맛을 아는 이들이 좀 찾는다. 물론 최근에는 커피 투어를 즐기는 분들이 부러 찾기도 하지만.

<신형섭의 커피볶는집> 역시 오래된 커피집이다. 다만 여기 역시 최근 이사를 했다. 경주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데, 원래는 극장가 바로 앞에 위치해서 자리는 훨씬 좋았는데 지금은 시내에서 경주역쪽으로 더 올라가 있다. 그래서 길에 사람들도 비교적 없는 편이라 예전 만큼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 듯하다.
 


<경북 경주, 신형섭의 커피볶는집 실내 모습>

이 두 커피집은 여러 모로 비교해볼 만하다. 우선 커피를 볶는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슈만과 클라라>의 주인장은 생두를 중배전, 즉 중간 정도 강도로 볶는데 그래서 원두의 색깔이 갈색에 가깝고 그 맛이 약간 신맛이 나는 가벼운 커피를 주력으로 한다. 반면 <신형섭의 커피볶는집>의 주인장은 생두를 강배전, 즉 아주 강하게 볶는데 그래서 원두의 색깔이 검고 그 맛이 무겁고 깊이가 있다. 물론 이들 커피집에서 모든 커피를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로 ‘미는’ 커피가 그러하다. 그 볶는 방법의 차이가 커피 종목의 선택에도 차이를 가져온다. 중배전이 어울리는 커피가 있고 강배전이 어울리는 커피가 있다. 두 커피집의 차이는 그렇게 커피의 맛, 향, 볶는 방법 등에 골고루 배어 있다.

<신형섭의 커피볶는집>은 두 형제가 하는 곳인데 동생의 이름을 따 가게 이름을 붙였다 한다. 경주 내에 따로 커피를 볶는 공장(로스팅샵)을 갖추고 있다고 하고, 여러 가게에서 이곳 커피를 갖다가 커피를 내려 판다.

내가 <신형섭의 커피볶는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오래 볶은 그 커피맛 때문만은 아니다. 경주 시내는 늘 북적북적한데 그래도 이 커피집이 있는 골목만큼은 그나마 한적하기 때문이다. 경주 시내의 골목골목을 누비다 보면, 이 골목의 그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에 젖어들게 된다.

다른 이들에게 이 커피집을 권하는 이유가 또 있다. 사실 시내는 관광지가 다 가깝다. 나 역시 그래서 시내에 위치한 유적지 즉 천마총, 첨성대, 반월성, 안압지, 박물관, 분황사, 황룡사터, 오릉, 봉황대 등등을 돌아다닐 때는 간혹 쉬고 싶을 때 무작정 시내로 들어온다. 시내로 들어와 이곳 커피집을 찾는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이리라. 관광객이라면 하루 종일 답사에 지친 발품을 잠시 멈출 쉼터를 필요로 할 터, 그럴 때 시내에 들어와 이곳 커피집에서 한 모금 커피로 여유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신형섭의 커피볶는집 측면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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