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서 멕시코의 맛난 냄새를! <타코 아미고>
이정신(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출판편집자)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독특한 냄새가 있다. 이건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의 이야기인데 다른 동네에 있다가 우리 동네에 오면, 특히 버스 보다는 지하철을 이용해 우리 동네에 도착했을 때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내 후각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 냄새의 실체는 외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맡아보았던 바로 그 냄새다. 냄새만으로도 어디인지 알 수 있는 이 동네의 이름은 이태원이다. 이제는 산지가 2년이 다 되어가니 익숙해져 이태원의 이 냄새를 민감하게 느끼기 힘들지만, 처음 이곳에 집을 얻겠다 결심하고 지하철 이태원 역 출구로 나왔을 때 맡았던 그 강렬한 냄새의 기억은 여전하다. 나는 이 이국적인 우리 동네 공기의 냄새는 분명 이태원 거리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음식점들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강력하게 추측한다. 서울 용산구의 이태원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미군 기지의 배후지 성격이 매우 강했던 지역이고, 미군으로 상징되는 미국식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어왔다. 하지만 최근 이태원에는 흥미로운 변화가 포착되고 있고, 요 변화의 중심에 음식이 있다. 미군 기지가 이전하게 되면서 미군들을 상대하던 음식점과 술집들의 자리에 다양한 국가의 ‘세계 요리’ 음식점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동네의 독특한 냄새 속에는 주로 터키인들이 직접 판매하는 케밥(실제로 케밥은 길거리에서 많이 판매된다. 그 고기 냄새란!), 무슬림들이 주로 판매하는 남아시아식 커리가 분명 큰 몫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빠질 수 없는 것이 타코 냄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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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란 멕시코의 가장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밀이나 옥수수 전병에 고기와 야채를 함께 들어 있다. 이태원에는 이런 타코를 비롯한 멕시코 음식을 파는 곳이 꽤 되는데, 그 중 내가 자주 가는 곳은 간편한 멕시칸 음식을 요리하는 <타코 아미고 TACO AMIGO>다. <타코 아미고>는 그 이름에서도, 가게의 음악에서도, 가게의 모습에서도, 당연히 파는 음식R에서도 ‘우린 멕시코 음식을 팔아요’라고 얘기하는 가게인데(Real Mexican Kitchen이라니!) 메뉴가 대체로 간편하고 다른 가게에 비해서 가격이 썩 괜찮은 편인데다가, 무엇보다도 음식이 정말 실하고 맛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가정식 멕시칸 음식점쯤 되겠다. 가게에는 내국인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외국인들이 많고 규모는 작지만 늘 장사가 잘되는 꽤 보증된 음식점이다.
이 가게에서 대표적인 메뉴는 역시 타코TACO인데, 식성에 따라 고기를 넣지 않을 수도 있고 고기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대체로 토마토, 올리브, 치즈, 고기, 양상추, 피망, 파프리카 등을 비롯한 야채가 또르띠아TORTILLA라고 불리는 멕시코식 전병에 함께 올라가 있고, 멕시코 요리인지라 역시 할라피뇨(멕시코 고추)가 팍팍 들어가 있다. 사워크림과 살사 소스도 힘께 곁들이면 더욱 맛나다. 아래 사진은 닭가슴살 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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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대표적인 메뉴는 브리또BURITTO인데, 브리또는 전병 안에 밥, 콩, 고기, 야채 등이 함께 또르띠아 안에 말아져 나오는 메뉴다. 타코보다 훨씬 배부른 메뉴인데, 아래 사진은 소시지 계란 브리또라는 메뉴. 브리또 역시 입맛에 맞게 고기나 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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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메뉴는 화이타FAJITA인데, 이것도 역시 또르띠아에 재료를 싸먹는 요리다. 고기와 야채를 함께 볶은 것을 직접 싸먹는 것인데, 기본재료는 타코와 비슷하다. 타코는 샌드위치처럼 각 재료를 얹어주는 데 비해 화이타는 속재료를 소스와 함께 불에 볶아 낸다는 차이 정도가 있달까. 또르띠아는 기본으로 2장이 나오는데 추가로 더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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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타코 아미고에는 치미창가, 퀘사디아 등 대표적인 멕시코 요리를 맛볼 수 있고, 멕시코식 매운 초콜릿과 오차타HORCHATA라는 멕시칸 음료처럼 맛보기 힘든 멕시칸 요리도 맛볼 수 있다. 배가 많이 고픈 상태라면 세트 메뉴로 시킬 수 있는데, 세트 메뉴를 시키면 나쵸칩과 살사 소스, 멕시칸 볶음밥이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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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구경을 했으니 알 수 있지만 멕시코 요리는 기본적으로 고추를 많이 쓰기 때문에 화끈한 편이고, 치즈나 고기를 함께 곁들이기 때문에 먹고 나면 꽤 배가 든든하다. 한국인들이 먹기에도 크게 부담이 없는 요리이기 때문에 먹기 전에 크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다. 식사로도 좋고 간식으로도 좋다. 뿐만 아니라 멕시코 요리처럼 시원한 맥주와 어울리는 것도 찾기 힘든데, 타고 아미고에서는 병맥주도 구비하고 있으니 맥주 한잔이 간단히 생각날 때 이 집을 들러도 좋겠다(실은 음식을 먹으면 맥주가 절로 생각난다). 그리고 이 가게는 사랑스럽게도 쿠폰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한 번 방문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준다. 열 번을 방문하면 타코, 브리또, 화이타, 퀘사디아 중 하나를 골라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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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처음 멕시칸 요리를 먹는 분들을 위한 타코 아미고의 친절한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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