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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내 연기(年記)
첨부파일 -- 작성일 2010-02-08 조회 727
 

한내 연기(年記)
 

안나영(노동자역사 한내 자원봉사자)

전 한내에서 자원봉사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안나영이라고 합니다. 마창노련 1차 자료등록을 마치고 현재는 한내가 소장하고 있는 서가 등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터 란에 실릴 글을 제안 받았을 때 전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화롯불에 콩 볶듯 정신없이 뛰어다니기만 했던 2009년 한 해가 저 스스로에게, 또 한내에게도 그리 충실하지 못했던 아쉬운 기억으로 남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한내의 기억을 담는다는 것이 사실 무지하게 창피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앞으로 이어질 내용들은 그동안 한내가 일구어왔던 업적들이 아니고, 다소의 왜곡과 탈락이 있을 수 있는 제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뉴스레터에 링크 될 글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돌규 국장님의 위안(?)이 부담감에 졸고 있는 제 마음에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이미 앞에서 좋은 말씀을 해 주신 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괜히 저 혼자 조금의 안심도 가져봅니다. 어찌 보면 아주 사소한 추억일 수 있지만 사적인 것이 정치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곳 또한 한내라고 생각합니다.

2009년 봄 한내 식구들은 벚꽃놀이를 다녀왔습니다. 이 소풍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디로 무엇을 타고 움직일 것이며 도시락 메뉴는 뭐가 좋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표정들이 떠오릅니다. 저도 꽃! 청춘 드디어 가보는 벚꽃놀이라 무지 설레였던 것 같고요. 하지만 정작 출발은 하지 못했네요.. 놀 복 없는 팔자란ㅠㅜ 다만 석균(한내 자원봉사자) 씨의 컴퓨터 속에 남아있던 처장님의 꽃! 같은 미소를 담은 사진 만이 그 때의 나들이를 전하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제 평생 먹게 될 아이스크림의 90%를 섭취한 시간이었습니다. 원래는 군것질을 좋아하지 않는데 한내 사무실에는 음식에 대한 예의를 아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의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하나..? 의 유혹을 절대 떨쳐버릴 수 없거든요. 막대기 꽂힌 바 아이스크림과 콘 아이스크림을 사이에 둔 경쟁은 치열했지만 덕분에 팥이 들어간 것부터 보석 색깔이 번쩍번쩍한 아이스크림, 웰빙세대를 위한 요거트 아이스크림까지 종류별로 다양하게 맛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비록 유명 아이스크림 회사의 제품은 아니었지만 그때 그 아이스크림들이 한 여름 저에게 준 행복의 맛은 앞으로도 계속 생각날 것 같습니다. 물론 곰팡이는 절대 방지! 깔끔한 뒷정리는 항상 중요합니다ㅎㅎ

가을은 한내 식구들의 방앗간(참새가 방앗간을 사랑하는 이유와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옥상 나들이와 함께 하는 시간들입니다. 단풍 날리는 풍광을 자랑하는 동네는 아니지만 우리에게 안심하고 끽연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이렇게 악화된 건강을 보살피기 위해 몸살림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까지 제공합니다. 누구나 옥상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죠, 놀러오세요. 커피 한 잔과 함께 가을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멋진 곳입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혹독한 추위와 함께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분명 기능하고 있다고 불빛을 밝히고 있는 천장 난방기를 야속하게 바라보고 있던 식구들은 진심으로 한 유머 하셨던 제품 회사 상담원과의 통화를 끝으로 그 위용을 자랑하는 붉은 색 히터 하나를 들여 놓았습니다. 위치가 가장 가까운 저는 물론이고 설거지를 할 때면 괴로워졌던 철환(한내 자원봉사자) 씨의 피부 건강까지 세상에, 한내와 함께 하게 된 이 빨간 히터와 남은 겨울도 참 따뜻하게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같이 살고 있는 모빌랙 속의 기억들도 컴컴한 창고 속 아린 냉기가 아닌 지금 우리의 온기를 가질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벌써 2010년 하고도 두 번째 달이 찾아왔습니다. 영기 팀장님 따라 큰 고민 없이 찾아온 곳이었는데 여기서 네 계절을 보내고 또 다시 새해를 맞았습니다. 많은 것들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참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2009년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새삼스럽기도 하고 마치 어제 일인 것 같은 느낌이라 1월 달 잠수부로 변신했던 저 때문에 골치 아프셨을 분들에게 마냥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런 기억들에 감사합니다. 인사로 맞아주시는 한내 분들, 묵묵히 그 역사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는 서가 속 책들과 수많은 자료들, 이 공간이 존재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주시는 회원 분들까지 2010년에도 한내와 함께 좋은 추억 만들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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