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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달의 역사
..... 1998년 2월 이후, 노사정위원회...
첨부파일 -- 작성일 2009-02-03 조회 1315
 

1998년 2월 이후, 노사정위원회가 이럴진대...

김영수(노동자역사 한내 연구위원)


1996~97년 총파업 투쟁을 기억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그 때 그 시절의 용맹함을 술안주로 삼으로면서 회상에 빠지거나 주변 사람들을 힐난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할 것이다. 1996년 12월 정부가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자, 민주노총의 제1기 지도부들은 1996년 12월 26일부터 1997년 2월말까지 총 3,422개 노조의 조합원 3,878,211명이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였다. 1일 평균 파업 규모 163개 노조 184,498명이 참여한 것이다. 정부와 자본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을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에 굴복하여 일시적으로 무효화시켰다. 민주노총은 이에 고무된 듯 1997년 1월 15일에 수요파업으로 전환하였다. 악법을 완전히 폐기시키는 투쟁을 전개한 것이 아니라 노동관계법이나 안기부법이 의회의 민주적 절차를 거치면서 통과하도록 엄호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엄호전략은 1997년 3월에 다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노동관계법이 부활하는데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보는 투쟁으로 변해 버렸다. 

민주노총은 다시 힘을 추슬러 통과된 법을 노동현장에서 무력화시키는 투쟁을 전개함과 동시에 법을 개정시키고자 하는 교섭을 전개하였다. 정부는 민주노총과 교섭하면서 사회적 합의기구를 준비하였고, 민주노총은 정부와의 교섭을 매개로 하여 노동관계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노사정위원회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지도부들이나 대의원들도 노사정위원회를 정부와의 교섭창구로 간주하였던 것이다.



(사진설명 : 98년 1월 20일, 배석범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참석한 가운데 노사정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모습. 이날 선언은 2월 6일 노사정 정리해고 합의로 가는 전 단계였다.)

1998년 1월 15일에 출범한 한국의 노사정위원회는 1998년 2월 6일에 민주노총 제1기 지도부가 잠정적으로 동의한 ‘노사정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였다. 그것의 핵심 내용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간의 공정한 고통분담, 노동계의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수용, 교원노조의 허용, 4인 이하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의 적용”등이었다. 외환위기의 극복을 위해 자본에게 제공한 정리해고제 수용이라는 선물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대의원들은 1998년 2월 9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노사정간의 합의안을 부결시켰고, 제1기 민주노총의 지도부들은 책임을 지고 사퇴하였다. 그 자리에서 노사정 공동선언에 반대하는 2월 10일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하였다가 취소하였다. 지도부들은 사퇴하고 취소하여 소위 명망가인 것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정리해고의 광풍을 맞았던 노동자들은 해고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락하여 아직까지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후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탈퇴하여 노사정위원회가 기형적으로 운영되자, 김대중 정부는 1998년에 6월 5일에서 7월 25일까지 민주노총과 협의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합의하였다. “정리해고, 파견제 문제 등의 남용방지 방안 논의, 2000년부터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으로 단축, 산별?업종별 노사 간담회?협의회 활성화 지원, 노사정위에 부당노동행위 특별대책위원회 설치, 노사정위원회는 실질적 사회적 합의기구로 함, 교원 단결권, 실업자 초기업단위 노조 허용, 55개 퇴출기업 노동자들의 고용대책 논의, 노사정위에 종합 고용안정?실업대책 마련, 노사정위원회 법제정 추진, 2차 공공부문 구조조정 연기 및 성실 협의” 등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이러한 합의를 계기로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 반면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을 논의하기 이전에 노정합의 내용의 추진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민주노총은 2003년 9월 노무현 정권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정책이 발표되기 이전까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첫째,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가 노동진영과 이미 합의했던 내용들을 실천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정부를 신뢰할 수 없었다. 둘째, 민주노총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대중투쟁을 광범위하게 전개하였다.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의 지도부들을 투쟁의 전선에 나서게 하는 투쟁국면이 지속되었던 것이다. 셋째,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본질을 인식하게 되었다. 민주노총의 지도부와 달리 노동자들은 자본의 이해를 보장할 수밖에 없는 정부의 제도적 장치에 대해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이 2003년 9월에 민주노총을 보고 손짓 하며 유혹하자 지도부들도 그 장단에 춤을 추려 하였다. 민주노조운동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노사정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되었기 때문에 민주노조운동의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다고 하면서 유혹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노동관계법이 이미 노동운동을 억압하는 내용으로 개정한 상태에서 민주노조운동을 개량화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①대체근로가 허용되었다. ②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투쟁은 국가의 물리력으로 통제되었다. ③유니온숍 제도가 금지되었다. ④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법들은 노동자들의 단결권을 이미 약화시키고 있는 상황이었다.

민주노총의 지도부들은 이러한 상황을 투쟁으로 돌파하려 하기보다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교섭의 문제를 거론하다가 2004년 9월 21일, 제32차 임시대의원대회에 사회적 교섭을 안건으로 상정하였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안건이었다. 민주노총의 대의원들은 지도부들에 대해 투쟁을 전개하여 그 대의원대회를 유회시켰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들은 2005년 정기(제33차)대의원대회(2005.1.21), 제34차 임시대의원대회(2005.2.1)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사회적 교섭과 관련된 안건을 통과시키려 하였다. 이러한 시도도 실패하였다. 민주노총의 대의원들이 회의장소의 단상을 점거하여 농성하는 투쟁을 전개하였기 때문이다.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의원들은 다음과 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의 보호를 위해서 혹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이러한 투쟁을 위해 사회적 교섭에 응해야 한다. 교섭을 하지 않는 투쟁은 조합원들에게 패배주의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대의원들은 그러한 논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 “현재 정부와 자본은 노동자들을 통제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다. 교섭이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본질이다. 정부와 자본은 사회적 교섭을 통해 오히려 정리해고 및 비정규법 개악의 명분을 축적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는 사회적 교섭의 의미가 없다.” 사회적 합의기구를 거부하는 세력들은 노사정위원회가 노동자?민중의 이해를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체제가 아니라 노동자?민중들을 탄압하는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라고 간주하였다. 이처럼 한국의 노사정위원회나 노정간의 합의는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첫째, 노사정위원회나 노정간의 합의내용에 대해 자본이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미 자본의 요구사항들을 정책과 법으로 관철시킨 상태였기 때문에, 정부는 노동조합의 투쟁을 무마하는 차원에서 형식적으로 협상하였고, 그 결과를 추진하려는 의도조차 없었다. 정부는 협상이라는 형식을 빌어 노동자들을 기만하려는 전략만을 추구하였던 것이다. 둘째,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내용들은 자본축적의 위기상황에서 정부나 자본이 수용하지 않고 노동자들을 탄압하여 해결하려는 계급투쟁의 의제들이었다. 투쟁의 요구 내용은 공기업 사유화를 포함한 일방적 구조조정의 중단, 노동-정부 간에 합의되었던 내용의 이행, 노동-정부 간의 합의기구인 공공부문 구조개혁위원회의 구성을 통한 구조개혁 추진,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노동시간의 단축을 위한 공세적 입법, 비정규직 철폐 등이었다.

한국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 제1조에 따르면, 이 법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이 법은 근로자와 사용자 및 정부가 신뢰와 협조를 바탕으로 노동정책 및 이와 관련된 경제·사회 정책 등을 협의하고,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게 하기 위하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기구 및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산업평화를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개정 2007.1.26> 정부와 자본이 생각하는 노사정위원회의 실질적인 목적이 노동자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자본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첫째, 사회적 합의체제라는 틀을 이용하여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운동의 전투적인 투쟁성을 순치시키려 한다. 둘째, 정권을 중심으로 하는 위로부터의 민주주의 이행이라는 정당성을 내세워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포섭하려는 것이다. 셋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정책의 정당성을 사회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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