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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죄송합니다. 단식이 죄인 줄은 아오나...(제주 새한병원노동자투쟁) - 송시우 (43호)
첨부파일 -- 작성일 2012-07-15 조회 1017
 

어머니 죄송합니다. 단식이 죄인 줄은 아오나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가진자의 횡포를 이길 수 없기에

  송시우 (노동자역사한내 제주위원회 부위원장)  

2김진숙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부당해고에 이어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하고 있는 콜트?콜텍 노동자들, 특수고용직 노동자 싸움을 하고 있는 재능교육 노동자들,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하고 있는 코오롱 노동자들,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하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 정리해고로 1년 넘게 본사 점거농성을 하고 있는 대우자동차판매 노동자들, K2, 시그네틱스, 홍익대 청소 경비 노동자들, 풍산 마이크로텍 노동자들, 해고자 전원 복직을 요구하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등 장기투쟁 사업장들을 하나씩 열거하기가 비참한 현실이다. 전국해고자복직특별투쟁위원호l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10만 명 이상의 해고 노동자가 있다고 한다. 재능교육이 1600, 콜트?콜텍이 1900, 코오롱이 2400일 등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우울증과 불안감에 휩싸이다 못해 자살하는 노동자가 쌍용자동차만 해도 22명이나 되고 있다. 분명 이러한 현실은 1989년 현대중공업의 식칼테러 보다 더 노동자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테러다.

자본가의 더러운 상식과 이를 관리 감독해야할 노동부와 제주도 당국의 기업주가 사업을 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라는 태도로 반민주적이고 반노동자적인 행위를 묵인과 방조 속에서 209일 넘게 위장폐업철회투쟁을 했던 노동자들이 있었으니 제주새한병원 위장폐업철회투쟁이다. 단지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 하나로 과감하게 폐업을 감행하는 가진자들의 더러운 위선에 맞서 노동자의 권리쟁취투쟁이 단위 사업장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투쟁으로 전국적인 연대투쟁으로 추운 겨울을 녹이고 따스한 봄날을 달궜던 25년 전의 그 기억들이 제주지역 노동운동의 한 페이지로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87년 민주화운동의 여파는 곧바로 7?8?9월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지는데, 제주도에서는 운수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근로 시간 준수 등의 요구를 내걸고 투쟁이 전개된다. 지금에 견주어 보면 노동조합이 노사협의회 활성화를 내건다는 것이 순박하게 보일지라도 노동자들에겐 제주도의 좁은 바닥에서 철판을 깔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고 어떠한 연줄로 비집고 들어오는 회유와 정보기관의 겁박 등을 헤쳐 나가지 않으면 그야말로 어용으로 낙인찍히는 결과를 낳아 소문이 파다할 정도였다. 특히 민중운동의 맥이 끊긴지 한 세대 넘은 상황이라 노동운동의 모범을 찾을 수 없던 지경이었다. 그러나 제주새한병원 투쟁은 자주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투쟁이었으며, 가진자들(당시에는 자본가라는 말 대신 가진자들이라고 호명했었다.)의 무식한 횡포에 맞선 제주지역에선 전무후무한 노동자들의 처절한 아우성이었다.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 하나로 길거리로 내 팽겨치는 현실을 제주도민들은 기억할 것이다. 더구나 제주시에서 제일 번화한 중앙로 한 복판의 사업장에서 말이다. 당시에는 제주시의 모든 시내버스들이 경유하는 코스였기에 길거리를 지나가거나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자연스레 시선이 머물렀던 장소였다. 사실 위장폐업한 병원 앞에서 피켓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혹은 조금은이란 생각들을 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서는 사건의 배경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결과만 놓고 재단해 버리는 현실에서 매도당하기 일쑤이며 진의가 왜곡되어 투쟁의 주체들을 힘들게 할 뿐이다. 사업장에 취업규칙 하나 없이 최장 11개월 17일을 수습기간이라는 굴레를 씌우고서 무급으로 부려 먹는 몰상식의 극치, 아니 가진자의 횡포는 가족경영으로 극을 달했었다. 빰 맞는 것이 일상이었고 싫으면 나가라는 막무가내식 경영방식은 제주도에서 노조 1란 이유하나로 연말 종무식에서 원장이 병원을 폐쇄한다는 말 한마디나, 이를 감독해야할 제주시청 사회과와 보건과 직원들이 일방적으로 노조가 양보해야 한다거나 새해 인사를 오지 않는다는 등의 언사나, 제주지방노동사무소 근로감독관의 직무유기나 편파적으로 사용자측 손들어 주기 등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작태들이 벌어졌던 야만의 시대에 위장폐업 후 209일 넘게 투쟁한 것을 소중한 기록으로 투쟁 상황일지를 만들었다.


<출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국민운동제주본부 중심으로 882월 초에 새한병원노동조합탄압저지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중재 및 협상 그리고 여론화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연대 투쟁의 사례를 남겼으며, 새한병원 노동자들 또한 출근투쟁, 대중집회, 가두투쟁, 도청 항의방문, 국회의원 면담, 범도민대회, 사업장 점거농성과 강제침탈 등의 방법으로 폐업철회, 노조인정, 전직원 복귀의 요구 관철을 위한 그야말로 눈물겨운 투쟁들을 이어 나갔다. 당시 제주시 탑동 불법매립과 관련한 제주지역주민주체개발결정권쟁취공동대책위원회활동도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던 쌍팔년도이고 보면, 그해 봄은 성과없는 공대위와 병원장과의 협상도 지지부진했었고, 이러한 국면을 전환해 보고자, 417일부터 조합원들이 단식투쟁에 돌입하게 된다. 그러나 공대위의 시민단체들은 4?26 총선에 무게 중심을 두기 시작했고, 단식투쟁한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님들이 가만있지 않았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단식이 죄인 줄은 아오나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가진자의 횡포를 이길 수 없기에 뜨거운 눈물 삼키며 불끈 분노의 주먹을 쥐고 목숨 건 단식투쟁에 들어갑니다. 섬이여 우리들 삶의 공동체여, 우리는 오늘 단식 의지 속에서 흐트러져가는 섬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한 줌 망설임 떨쳐 버리고 한 치의 반역도 긁어 버리고 오장육부 깨끗하게 오로지 맑은 눈빛으로 서릿발 같은 눈빛으로 항거합니다. 다시는 이 곳 제주땅에서 가난하고 힘없는 우리 형제들 일터 빼앗김이 없도록 우리들 생존의 외침은 어두움 짙게 깔린 섬의 음울한 공기 헤치며 나아갈 것입니다. 끝내 우리는 가리라 노동 해방의 자유 찾으러 사람다운 평등 찾으러 어머니 친구들 찾아와 제 안부를 물을 땐 눈가에서 눈물이 쏟아졌나요. 괴로웠습니다. 어머니의 주름살 떠올리면 그러나 어머니 그 날 노동해방이 승리하는 날 저희들 어린 딸들은 어머니를 힘차게 부를 수 있겠지요

제주지역 노동운동사에 단식투쟁은 초유의 일이였으며, 국가가 버려 버리는(?), 절이 싫으면 중 보고 나가라는 식은 학교가 싫으면 학생이 떠나야 한다거나 대한민국이 싫으면 국민보고 떠나라란 말과 같다. 막가파식 조직논리로 노동자를 우롱하는, 소모품 쓰듯 버리는 권력과 부를 가진자들에 대한 노동자들의 권리 쟁취투쟁은 87년 노동자대투쟁이나, 오늘 벌어지고 있는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의 원직복직 투쟁이나 똑 같다. 변화된 것은 저들이 더 간교해졌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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