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광업소 노동자들의 파업농성은 비교적 초기에 조직적으로 진행돼 연행노동자들의 석방을 확인하고야 농성을 푸는 등 투쟁과정의 견고성으로, 이후 전개된 광산 노동자들의 투쟁에 큰 영향을 끼쳤다.
기만적 임금협상으로 노동자들을 우롱한 어용노조와 회사측에 불만을 품어왔던 한성광업소 노동자들의 투쟁은 7월 23일 막장을 비롯하여 광업소 내에 투쟁을 예고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유인물에 △상여금 월 총소득의 400%지급 △25일 만근제 △사택보조비 지급 △퇴직금 누진제 등 4개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만약 회사측이 25일 오후 3시까지 성의 있는 응답을 하지 않을 경우는 행동에 돌입할 것을 경고했다. 그러나 회사측으로부터 아무런 응답이 없자 오후 3시를 기해 갑방 퇴근자와 을방 출근자 등 500여 명이 시내진출을 시작했다. 이들이 사택 앞을 나서 태백골 다리에 이르자 미리 연락을 받고 출동해 있던 전경 100여 명이 이들을 저지했다. 그러나 노동자들과의 투석전에 밀린 전경은 일단 후퇴했고, 노동자들은 계속 전진해 오후 6시 30분경 태백역 앞 사거리까지 진출했다. 가족의 참여로 700여 명으로 늘어난 시위대는 이중 150여 명을 선발대로 역 앞에서 1Km 떨어진 시장 3거리까지 가두행진, 점거농성에 들어감으로써 태백시내 교통은 전면 마비됐다.
밤 11시 30분경 투쟁을 알리기 위해 KBS로 가자는 의견에 따라 400여 명이 2Km가량을 행진해 가던 중 시청 앞에서 200여 명의 전경들이 제지하자 격렬한 투쟁을 전개했다. 노동자들이 저지선을 돌파하려 하자 전경들은 가로등을 끈 뒤 최루탄을 무차별 난사하면서 구타했고 잠시 흩어졌던 노동자들은 700여 명으로 불어나 전경들과 난투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약 20여 명이 연행되고 경찰의 물리력으로 밀려난 노동자들은 역 앞에서 대오를 정비해 100여 명이 농성을 계속하면서 투쟁방향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했다.
7월 26일, 오전 10시경부터 일부 노동자들이 선동을 시작하자 즉시 300여 명으로 불어난 노동자들이 ‘연행자 석방’ ‘회사 사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가두행진을 시작해 12시 30분경 다시 역 앞 사거리에 도착해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500여 명으로 불어난 노동자들에 대한 해산 시도로 경찰과 장시간의 투석전이 벌어졌고, 오후 5시경에는 태백골 다리 앞까지 밀려났다. 이때 광산연맹 임원이 도착해 중재를 자원했으나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잠시 후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 밤 11시 빗속에서 젊은 노동자들을 선두로 다시 400여 명의 대오가 “연행자 석방” “임금인상” “단결” 등을 외치며 사택주위를 돌며 시위를 벌이다 새벽 1시에 해산했다.
7월 27일, 비가 그치자 오전 11시 300여 명이 노동조합 사무실에 모여 농성을 시작했고, 오후 2시경에 태백골 다리를 향해 행진에 나서자 시위대는 500여 명으로 불어났다. 한편 회사측과의 협상 결과 ‘보너스 총소득의 300% 지급’ ‘26일 만근제, 만근시 합숙소와 사택 거주자들에게 보조비 1만 원 지급’ 등의 안이 나왔지만 노동자들은 연행자부터 석방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하고 7시 30분경 500여 명이 다시 역 앞 사거리에서 경찰 300여 명과 대치해 농성에 돌입했다.
7월 28일에도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하고 농성을 계속했으며, 7월 29일 연행자가 전원 석방되자 노동자들은 협상안을 수용하고 투쟁을 일단락 지었다. 완전한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