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스레터
..... 칼럼
..... 임금은 수혜수단이 아니라 노동력의 대가이다_양규헌(110호)
첨부파일 -- 작성일 2018-06-14 조회 764
 

임금은 시혜수단이 아니라 노동력의 대가이다.

노동자계급을 기초생활 수급자로 만들 것인가.

 

양규헌(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결정 과정에 개입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노동자가 생계를 유지하고 저임금을 받는 부당한 피해를 사회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임금은 노동력의 대가이며, ‘노동력의 대가는 노동자가 재생산을 위해 휴식을 취하며 육체적 생존에 필요한 것뿐만이 아니라 자식을 키우고 공부시키며 정상적 문화생활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그러나 지금 논란이 되는 최저임금은 노동력의 대가가 아니라 최저생계비도 아닌 생존을 위한 최소비용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최저생계비는 노동자와 그 가족이 건강을 지키며 문화생활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말한다. 2018년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1,672,105, 2인 가구 2,847,097, 3인 가구 3,683,150원으로 산출되었다. 저임금 노동자의 평균 부양가족을 3인 정도로 봤을 때, 이들의 최소생존비용은 36십 만원이 되어야 최저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16.4%는 시간당 7,530원이며 월 157만원으로 조정되었으나 노동력의 대가는커녕, 최저생계비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아 부작용이 심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비판에 노동자 생존권은 어디에서도 언급하지 않으며 국가의 책임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모든 후보들이 다소 온도 차이는 있지만 하나같이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을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을 지키겠다는 책임보다는 한꺼번에 1만원으로 올릴 수 없다는 현실론이 등장하면서 단계적 인상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2020년까지는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면서 지난해 16.4% 인상했다. 선거가 끝난 후 한번 인상하고는 최저임금 인상은 본질과 방향을 잃고 있다. 자영업자의 상태, 고용률 저하 등의 허황한 논리가 등장하면서 임금체계의 근본까지 뒤흔들고 있다. 최근 국회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을 개악했고 이 악법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은 법 개악이 아니라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지만 이번 최저임금법 손질은 덧셈, 뺄셈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개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노동자계급이 파업을 결의하며 투쟁의지를 다지는 가운데 계속되는 갑론을박에는 최저임금의 본질은 없어지고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최저임금으로 과연 노동자가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보다는 그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만 대서특필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 최저임금을 인상할 때 마다 고용감소를 얘기하고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 등을 중심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최저임금 인상에 근거로 들이댈 수 없다. 왜냐하면 노동자의 생존자체가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정의조차도 실종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갈팡질팡을 하는 가운데 저임금노동자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최저임금이 시행되고 30년간 매년 최저임금을 올렸지만 매번 최저생계비에 어림도 없는 최저임금으로 책정되었으며, 그 결과 한국노동자 삶의 질은 OECD 회원국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최저임금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도구도, 부의 재분배를 위한 수단도 아니다.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비용이며 어떤 경우에도 이 비용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게 최저임금의 본질인 동시에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쟁점은 최저임금이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고 있는지에 맞춰져야한다. 나아가 최저생계비 산출은 현실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비용으로 이뤄졌는지가 최저임금 쟁점의 중심에 서야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낮추려고 한국 상황과 맞지도 않는 외국의 사례를 끌어다 들이대는 것은 최저임금의 본질은 없애고 앙상한 근거만 챙기려는 정부의 꼼수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일 뿐, 노동력의 대가도 표준생계비도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한다. 나아가 최저임금은 한 인간이 노동력을 지불한 대가로서 얻어야 할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최저임금조차 줬다가 빼앗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보장해야한다. 노동자는 노동력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아야 하는 것이지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노동권 존중이라는 노동정책이 노동자 몫을 빼앗는 방안이 아니라고 한다면 지난 국회의 악법은 즉각 무효처리 해야 하며 국무회의 결정도 무효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들의 저항에 끊임없이 부닥칠 것이며 거세지는 분노는 결국 정권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다. 그냥 뺏는 행태보다 주고 빼앗는 수법이 더 악랄하기 때문이다.

 
 
 
 
 
목록
 
이전글 이승원 동지 1주기 추모제와 유고집 발간 (111호)
다음글 사라진 노동, 버스 안내원_정경원(110호)
 
10254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공릉천로493번길 61 가동(설문동 327-4번지)TEL.031-976-9744 / FAX.031-976-9743 hannae2007@hanmail.net
63206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중앙로 250 견우빌딩 6층 제주위원회TEL.064-803-0071 / FAX.064-803-0073 hannaecheju@hanmail.net
(이도2동 1187-1 견우빌딩 6층)   사업자번호 107-82-13286 대표자 양규헌 COPYRIGHT © 노동자역사 한내 2019.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