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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아온 길
..... 민주노조 운동 20년을 되돌아 보며
첨부파일 -- 작성일 2008-05-30 조회 725
 

          뉴스레터 창간준비 제2호 (2008년 4월 29일)

■ 내가 살아온 길(1)

민주노조 운동 20년을 되돌아 보며 - 발기인 허영구 동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한국사회는 큰 변화가 있었다.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조합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점이다. 더 나아가 노동자들의 정치세력화를 시도한 점이다. 1970년대 학교를 다니고 1980년대 초에 연구원이라는 직장에 취직한 나로서는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의 엄혹한 탄압에도 한 발 비껴 나 있었다. 위장취업을 통해서라도 현장을 조직한 운동권도 아니었고 건설이나 생산현장에서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도 아니었기에 직장분위기조차 노조에 대한 갈망 같은 것 없었다. 또 왜곡된 부르주아경제학 교과서만 보아 온 화이트 칼라 사무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노동자라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6.10항쟁과 이어 터진 7~9월 노동자 대투쟁은 전국적으로 노동자들의 파업과 함께 노조결성의 물결을 만들어 냈고 연구기관을 비롯한 사무전문직 종사자들에게도 그 파고가 밀려 왔다. 그것은 도도히 흐르는 역사적 물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전문직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의 물결에 합류하는 데는 매우 소심한 요구에 기초할 수밖에 없었다. 권위적인 직장분위연구기관에는 산업연구원 다음으로 전자통신연구원노조와 함께 1987년 12월 4일 결성했다. 퇴근 후 일 대 연락망을 통해 뭣 때문인지도 모르고 근처 지하 식당에 모여 석탑에 낸 책에 나와 있던 대로 일사천리로 노조를 결성한 일, 구청에 신고하는 설립신고서를 탈취당할 까봐 전 날 여관방에 잔 뒤 아침 일찍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일, 직장 고참 선배가 당시 3김씨와 노태우 후보간의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 둔 시점에서 민정당 노태우 후보가 될지 모르니 설립신고를 연기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주문을 받은 일, 정부관료 출신 원장이 노조설립신고를 통보하자 사색이 되어 우왕좌왕하던 일 등 대부분의 노조설립 초기에 있었던 일을 경험했다. 
연구기관처럼 사회적으로 품위도 있어 보이고 조용하며 연구나 하는 직장에서 노조를 설립하고 보니 직원의 눈으로만 보던 연구원의 문제점은 하나 둘이 아니었다. 노동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노조원의 눈으로 보는 연구원 경영과 근로조건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나는 선배들의 권유로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은 회계감사를 맡았다. 그러나 설립초기 노조는 직책과 상관없이 거의 매일 회의였다. 평소 직장에서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던 직원들은 노조를 통해 새로운 사회를 경험했다. 연구직과 비연구직으로 구분되었던 직원들 간 공통된 주제가 만들어졌다. 지시나 내리던 원장에게 요구하고 투쟁하며 그 결과를 단체협약문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은 흥미롭고도 보람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전임을 맡는 문제는 항상 어려움이었다. 연구기관의 특성을 살려 숫자가 많은 연구직에서 노조위원장이 나오는 풍토가 만들어졌고 1년 정도 하고 돌아가면서 위원장을 맡는 순환보직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1989년을 책임지는 2대 위원장을 선출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1988년 말 위원장 선출공고 기간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출마자가 없었다. 선출공고를 일주일 연장했다. 1대위원장은 조합원 중 8명 정도를 지목하고 이 중 누가 해도 좋으니 한 사람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지목받은 8명이 퇴근 후 모여 일주일 내내 토론했다. 모두 자신이 맡을 수 없는 이유였다. 연구기관의 분위기는 대부분 박사학위를 위해 유학을 떠나는 계획을 가진 직원들이 많았다. 결국 교황식 선출을 하기로 했다. 결과는 내가 다득표 했고 울며겨자 먹기로(?)위원장에 출마했다. 
그로부터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1989년 단위노조 위원장이 되자마자 연구기관과 전문기술직 노조가 모인 연구전문노조협의회결성, 전국전문기술노동조합연맹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그 해는 전국적 민주노조건설을 모색하는 지역.업종전국회의가 결성되어 전국적인 조직화를 위해 순회하고 투쟁하던 해였다. 1990년 전노협, 업종희의, 현총련 등 지역, 업종, 그룹 단위 전국조직이 속속 결성되었다. 1991년 전국전문기술 노동조합 연맹 2대 위원장, 1993년 민주노총의 전신이었던 전국노조대표자회의 집행위원장, 1994년 민주노총준비위 집행위원장, 1995년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도중 4년간의 단위노조로의 하방기간도 있었지만 민주노총 5대에 걸쳐 부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민주노조 운동 20년은 거대한 물줄기였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안팎으로 첩첩이 가로막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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