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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의 역사
..... 국민보도연맹과 충주 싸리재 집단학살 _김미화
첨부파일 -- 작성일 2021-03-11 조회 552
 

충주 싸리재 집단학살과 국민보도연맹

 

김미화 (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195075일 충청북도 충주시 살미면 신당리, 공이리, 문화리, 용천리 등지에서 끌려온 수십 명의 보도연맹원들은 싸리재 계곡에서 6사단 7연대 헌병대 지휘아래 경찰과 군의 무차별적인 총탄에 학살당했다.

한편 해방전후로 충주의 모스크바로 알려진 엄정면에서도 보도연맹원이 수백 명 처형당했다고 전해져왔다. 당시 사회주의 활동을 했던 살미면 출신 이구영(1920~2006)도 엄정면에서 보도연맹원 800명이 죽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엄정면은 당시 남로당 책임자였던 김삼룡의 고향으로 그 역시 싸리재 학살이 일어나기 전인 1950626일 한국전쟁이 터지자마자 다음날 곧바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어디론가 끌려가 총살당했다. 한강변에서 죽었다는 설도 있고 남산 소나무에 묶여 총살당했다는 설도 있는데 현재 어느 것도 확인된 것은 없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충주경찰서는 각 지서별로 보도연맹원을 소집했다. 살미면 보도연맹원들은 살미 지서의 지시에 따라 195073~5일 사이 면사무소로 갔다가 바로 충주경찰서로 이송되었다. 6사단 7연대 헌병대가 이들을 싸리재로 끌고 가 그곳에서 총살했다. 현재까지 싸리재에서 학살된 충주시 보도연맹원 숫자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살미면 보도연맹원 73명이 이곳에서 학살되었다는 유족과 주민들의 증언이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진실화해위원회는 살미면 보도연맹원 17명만이 싸리재에서 죽었음을 확인했다.

국민보도연맹은 공산주의 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전향시켜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미명하에 1949420일 서울시 경찰국 회의실에서 창설한 이승만 정부의 반공관변단체다. 국민보도연맹원들은 모두 국민보도연맹원증을 발급받았는데 보도연맹원증은 거주·이전의 권리를 제한하고 요시찰 대상으로 감시와 통제를 받는 인물임을 증명하는 증서였다. 1950년 전국적으로 도민증이 발급되었지만 이들은 도민증을 받을 수 없었다. 이는 주민을 양민과 불순분자로 구분한 것이며 국민보도연맹원들은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공식적인 비국민취급을 받았다.

한국전쟁 전후로 전국 곳곳에서 보도연맹원 30만 명 이상이 학살당했다고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왜 죽이는지 알지도 못한 채 무참하게 학살당해 그야말로 온 국토는 무덤 그 자체였다.

그런데 분명한 것이 한 가지 있다. 가해자가 있고 죽인 집단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그 집단은 대한민국 군과 경찰이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준다는 군과 경찰이 어떻게 국민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자행할 수 있었을까.

학살을 자행한 가해자 집단은 국민이 아닌 비국민으로 낙인찍힌 공산주의자들을 없애기 위한 정당한 국가폭력이라며 자신들을 합리화했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비국민취급을 받는 보도연맹원이기에 이들이 사실 어떤 사상을 가졌던 간에 상관없이 군과 경찰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학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국민이라서.

 

2007년 충주시 싸리재 현장에서 합동위령제 (출처 박만순, 기억전쟁2018)

 

이러한 극우반공체제는 이승만 정권을 거쳐 박정희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강화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사회주의사상을 불온시 하는 반공이데올로기가 힘을 발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이제는 반공이데올로기에서 한 걸음 내딛고 나가야 학살당한 자들이 꿈꾸었던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싸리재는 현재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충주) 후문 맞은편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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