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두루치기와 뻑뻑주, 대전 적덕식당
김성학(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20년 만에 후배를 만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청소년 문화공간에서 만났던 후배를 고등학교 졸업한 후 처음 만난 것이다. 간간히 이 친구가 쓴 글에서, 주위 사람들을 통해 소식은 들었지만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대의원 대회에 갔다가 우연히 만났다. 세월을 이야기하기엔 아직 어색한 나이지만 20여 년이 지났어도 왠지 그때의 느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왜 그리 각별하게 느껴지던지...
그런데 아뿔사... 어색하게 대할 걸 그랬나 보다. 얼마 후 뉴스레터에 실릴 글을 써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예의 그 능청맞은 말투로 부탁을 하는 데 차마 못쓰겠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나마 제일 쉽게 쓸 수 있는 꼭지라며 ‘나의 단골집’을 쓰라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대전에 산지 17년, 어쩌다 제2의 고향이 됐다. 이 글을 청탁한 그 후배는 쌍둥이였는데 어느덧 나도 쌍둥이 아빠가 되었고 대전에서의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내 보잘 것 없는 역사를 이루고 있다. 천방지축으로 살던 무렵 간혹 서울에서 선배들이나 문화일꾼들이 대전에 들러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제일 먼저 ‘어디에 가지?’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대전에 왔는데 뭔가 색다른 것을 맛보이고는 싶고 주머니는 가볍고, 그럴 때마다 단골로 가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적덕식당이다.

한국통신 계약직으로 근무할 때 함께 근무하던 형님들을 따라 갔던 적덕식당은 매우 허름하고 어두침침했지만 찌그러진 양재기에 수북이 담겨 나오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부를 보면 금세 그런 건 개의치 않게 된다. 보기만 해도 매울 정도로 빨갛지만 청양고추 다대기를 더 넣어야 제 맛이라며 한 수저를 푹 넣고 떠먹으면 순식간에 이마에 땀이 맺힌다.
대전의 유명한 음식이라 치면 두부두루치기와 칼국수, 도토리묵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두루치기는 대전시내권에서 언제나 값싸게 한 끼 식사와 술안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묵 마을은 외곽에 있어서 맘먹고 찾아 가야 한다.)

대전에는 유명한 두루치기 집이 몇 있는데 집마다 약간씩의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 이곳 적덕식당의 두루치기가 가장 푸짐하다. 이 집의 또 하나의 별미는 일일이 손질한 족발을 숯불에 구워 매콤한 양념을 한 족발과 솔향기가 솔솔 나는 ‘뻑뻑주’다.
이가 부실한 어른도 드실 수 있을 만큼 부들부들한 족발은 숯불에 구워서 냄새나 느끼함이 없고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운다. 이렇게 안주가 있는데 술을 먹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비해 약간 맛이 달라지긴 했지만 뻑뻑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뻑뻑주 한 사발을 함께 하면 입안의 매운맛이 시원한 솔향기로 가셔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먹고 마지막 코스로 양재기에 국수사리를 넣고 비벼 먹으면 기차시간 다된 줄 모르고 한숨 자고 싶어진다.
어느 맛 집을 소개할까 하다 이곳을 고른 이유는 이곳이 대전역과 고속버스 터미널을 지척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은 지리적 특성상 많은 회의가 잡히는 곳이다. 요즘은 워낙 인터넷으로 예매한 후 시간에 맞춰서 차를 타는 경우가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별로 없지만, 두어 시간 정도 여유를 두고 적덕식당에 들러 못다 한 이야기와 함께 뻑뻑주 한 사발 나눈다면 헤어짐이 덜 아쉬울 수 있을 것 같다.
찾는 길 : 성남사거리에서 가양동 사거리 방면 주유소에 붙어있음/ 가양초등학교 근처, 대전역, 터미널에서 택시로 약 10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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