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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또다시 핵폐기장 건설 후보지로 거론,
핵쓰레기장의 망령 되살아나고 있다
박혜령(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 집행위원장)
정부는 영덕, 삼척에 주민들의 강한 반대여론에도 신규핵발전소 건설일정을 강행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의 처분 공론화를 시작하였고, 영덕을 비롯한 전국의 핵발전소지역등을 그 후보지로 거론하며 사용후핵연료의 처분문제를 결정하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중 하나로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하고(2013,4월) 논의결과를 토대로 임기내에 중간저장시설 부지를 선정하고 착공을 추진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2004년 제253차 원자력위원회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침에 대해 ’국가정책방향, 국내외 기술개발 추진등을 감안해 중장기적인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하에 추진하겠다‘ 고 결정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로,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사회적인 공론화‘를 통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힌 후의 조치이다.
▶핵폐기장 반대를 세 차례나 겪은 영덕에 또다시 드리운 핵폐기장의 구름
핵발전은 일본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아무리 관리를 잘 한다고 해도 다양한 사고원인으로 인해 사고를 100%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하고도 본질적인 문제는 수십만 년간 방사능독성이 지속되는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한 사용후핵연료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처리할 기술을 가지지 않은 우리에게 이것은 상상이상의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현세대를 포함한 후세대에까지 물려주어야 한다.
안면도, 굴업도, 부안사태를 통해 핵폐기물의 처분이 얼마나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키며 지역주민들에게 씼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는지 누구보다 영덕 군민들은 잘 알고 있다. 1986년 3000여명의 군민들이 모여 핵페기장 반대운동을 했던 영덕은 최초의 폐기장반대운동을 시작했던 성지로 기억되고 있으며, 아마도 많은 군민들의 기억에도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 지역에 핵쓰레기장의 건설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지역이기주의였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폐기장건설계획을 군민의 힘으로 막아 20여년 동안 폐기장의 졸속건설을 막은 소중한 승리의 경험인 것이다.
 
영덕을 지키지 위한 군민들의 투쟁(좌측 사진은 <일다>, 우측 사진은 <오마이뉴스>에서 인용)
그 이후에도 수차례의 핵폐기장 건설계획에 영덕은 후보지로 거듭 거론되었고 그 때마다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막아왔다. 지난 2005년 경주가 중저준위 핵폐기장으로 최종 결정되기 까지 결과와 무관하게 주민들에게는 치명적인 아픔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주민들 간에 찬반으로 나뉘어 빚어진 갈등과 함께, 유치를 추진하던 관에 반대해 활동했던 주민들에게 가해진 유무의 압력은 주민들의 자유롭고 자발적인 여론형성을 원천 봉쇄하는 자율억압의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 더구나 신규핵발전소 유치과정에서 경제적인 이득을 내세운 관과 한수원의 선전은 그 이면에 숨어있는 핵발전소 건설과 가동의 많은 부정적인 결과를 덮어 묻어버리고 있다. 그리고 소위 부지내의 주민들과 근접지역의 주민들만을 이해당사자로 한정하고 그 외의 주민들은 핵발전소 건설문제에서 구경꾼으로 전락시켜 모든 결정의 과정에서 배제시킨 채 진행하고 있다.
이런 비민주적이고 비상식적인 ‘국책사업’의 추진과정도 해결하지 못하고 엄청난 갈등과 반발의 불씨를 내재한 채, 중간저장시설이라는 이름으로 실제로는 고준위 핵폐기장인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절차에까지 영덕을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원자력 클러스터’ 핵심은 고준위폐기장과 재처리시설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분 문제는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다. 정부의 방향은 약 50년을 시한으로 중간저장하는 방법과 영구처분(고준위핵폐기장)방법을 두고 결정을 서두르고 있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중간저장시설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중간저장시설은 50년간 보관 후 다시 영구보관장소로 이동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어떤 선택도 실질적인 영구처분장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또 다른 한가지의 문제는 정부가 사용후핵연료를 한 곳에 집적하는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문제다. 이것이 이후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와 핵무기 개발의 기술을 보유하려는 계획과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상북도가 추진하려고 하는 원자력 클러스터의 주요 사업이 사용후핵연료의 영구처분장을 비롯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과 이의 평화적 이용을 주장하기 위한 명분으로 플루토늄을 원료로 가동하는 소듐고속로(제4세대 원자로의 하나로 전 세계에 사용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은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과정으로, 실제로 추출 과정에서 발전소보다 사고의 예가 많고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것이 아닌 발전용도로는 우라늄을 사용하는 것보다 오히려 비경제적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판단이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은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의 추출이 핵무기생산기술을 보유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하여 ‘한미원자력협정’을 통해 현재까지 한국의 재처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 박근혜대통령은 방미에서 한미원자력협정의 개정을 요구했으나, 오바마정부의 거부로 무산되었고, 2년간 현재의 협정을 지속하고 재협정 논의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2년의 기간동안 또 어떤 대가를 치르고 재처리 가능국으로 올라설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경상북도의 일방적인 핵발전확대정책과 핵시설 건설계획으로 경상북도는 이미 최대의 핵시설 밀집지역이지만, 세계 최대의 핵위험지역으로 쐐기를 박는 것이다. 거기에 사용후핵연료의 처분에 재처리시설을 앞으로 건설할 계획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전의 핵발전소와는 상상할 수 없는 사회적 위험요소를 안게 되고 고비용에 국민들의 허리를 더욱 할 것이다. 지역의 주민뿐 아니라 전 국민의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한 시설을 건설 유지하기 위해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사용할 것이고, 부를 재분배하고 소유의 부당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쓰일 소중한 자원이 우리를 위협하는 데에 쓰일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방사능에 노출되는 위험한 작업장에서 건강과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핵발전 확대정책을 유지한 채 사용후핵연료의 처분논의는 있을 수 없다. 영덕,삼척의 신규핵발전소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사용후핵연료의 처분문제의 진정한 공론화 계획을 재수립하라!
한국은 단위면적당 세계 최대의 핵발전소 밀집도를 기록하고 있으며, 세계 최다량의 핵폐기물을 가지고 있는 나라로, 앞으로 현재의 두배 가량(현재 23기,전세계 5위)의 핵발전소를 보유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핵발전 확대 정책을 유지한 채 사용후핵연료의 처분문제를 논의하고 추진하는 것은 한반도를 실질적인 고준위 폐기장으로 만들겠다는 무책임한 정부의 만행에 다름 아니다. 한 나라의 정책에 상식 수준에서의 최소한의 일관성과 진지함이 없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과연 어떤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고 공론화를 하겠다는 것인지 매우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이미 정부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소위‘공론화’를 통해 관리방침을 정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공론화 일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바꾸지 않고 있다. 더구나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문제를 저장시설의 문제로 축소해 산업통상자원부(전 지식경제부)만의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사용후핵연료의 전반적인 처분문제(재처리를 포함한 정부의 계획) 전체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사용후핵연료의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기위해서는 부처를 넘어선 범부처의 문제로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해 선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사용후핵연료와 관련한 논의가 진정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갖기 위해 정부는 다음의 선결과제를 먼저 논의하기를 바란다.
먼저, 정부주도의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은 실제 고준위핵폐기장으로, 이를 위한 건설 추진계획을 전면 백지화하여야 한다. 둘째, 현재의 영덕,삼척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백지화하고 탈핵정책을 먼저 수립해야 한다. 셋째, 정부가 제시한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위한 제반의 절차와 과정을 전면 백지상태로 돌리고, 범시민사회단체와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수립해야 한다. 위의 선결과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서둘러 진행되는 졸속적인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논의는 또 다시 갈등을 초래하고 많은 사회적 비용과 부담을 지게 될 것이다.
영덕과 삼척을 비롯한 5개 핵발전소 보유지역의 주민들은 수십년 째 돌덩이같은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 저녁이면 트인 식당이나 술집을 피해 가게 한쪽에서 푸념처럼 늘어놓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지역을 걱정하는 말들이다. 힘없는 주민들이 의지하고 희망을 걸 수 있는 목소리를 찾아 떠도는 자리를 왕왕 목도한다.
한 나라의 정치가 진정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이 촌부의 눈에도 보이는 분명한 것들이 채워지고 지켜지는 나라를 꿈꾸어 본다. 국민들이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하지 않고, 누군가의 배를 채우기 위해 생존이 위협받지 않고, 모든 생명과 인간이 함께 공존해야 하는 생명의 가치를 저버리지 않고,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힘과 가치를 파괴하지 않는 느리게 가더라도 제대로 가기 위한 정치와 권력의 새로운 지평을 진실로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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