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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줄과 날줄 : 87년 7,8,9 노동자대투쟁과 단결투쟁가
첨부파일 -- 작성일 2008-07-01 조회 1703
 

[창간준비4호] 씨줄과 날줄

노래를 통해 본 노동자역사(3) : 단결투쟁가

글 : 최도은 (발기인) / 사진 : 인터넷 6월항쟁 기념관 제공

물대포와 방패를 앞세운 경찰의 폭력이 난자한 거리를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람, 하이힐을 신은 사람, 그리고 어린 아이를 끌어안고 광장을 지켜보는 사람.... 지난 20여 년간 제가 참여했던 집회시위에서 한번도 마주치지 못한 사람들이 오늘도 경찰의 폭력에 굴하지 않고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옵니다. 경찰의 폭력진압이 예상되면 퇴로부터 찾는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자본공화국, 폭력공화국을 딛고 민심이 승리하는 역사를 향해 움직이는 새로운 에너지를 느끼며 흥분과 긴장이 요동치는 7월의 노래로 <단결투쟁가>를 정해 보았습니다.

단결투쟁가 (백무산 글, 김호철 곡 1989년)
1. 동트는 새벽 밝아오면 붉은 태양 솟아온다/ 피맺힌 가슴 분노가 되어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백골단 구사대 몰아쳐도 꺾어 버리고 하나 되어 나간다/ 노동자는 노동자다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노동자/ 너희는 조금씩 갉아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 아 아 우리의 길은 힘찬 단결투쟁 뿐이다.
2. 수천의 산맥 넘고 넘어 망치되어 죽창되어/ 적들의 총칼 가로막아도 우리는 기필코 가리라/ 거짓선전 분열의 음모 꺾어 버리고 하나 되어 나간다/ 노동자는 노동자다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노동자/ 마침내 가리라 자유와 평등 해방의 깃발 들고 우리는 간다/ 아~아 우리의 길은 힘찬 단결투쟁뿐이다.


사진 1. 백무산의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표지

<단결투쟁가>는 1988년에 발표된 백무산의 첫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를 통해 나온 시 <전진하는 노동전사 : 울산, 7월 노동투쟁에 붙여>에 김호철씨가 곡을 붙여 1989년에 발표한 노래입니다. 80년대를 대표하는 노동자 시인 백무산은 현대중공업 조선소 노동자 출신으로 1987년 울산 현대그룹 노동자 대투쟁에 직,간접으로 결합했다 합니다.
당시 백무산은 노동운동의 조직가였으며 선전활동가 그리고 선동가였습니다. 백무산의 시는 자신의 현장경험을 통해 노동자의 언어를 시어로 반영하는데 탁월했으며, 투쟁을 통해 낡은 질서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노동자계급의 삶을 제시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8∼90년대 그가 발표한 시들은 한국사회의 변혁을 꿈꾸는 이들의 방향타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만, 오늘날 그가 창조한국당 문국현의 멋쩍은 나팔수가 된 것을 보면 세월의 덧없음과 사람에 대한 고민을 더하게 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21년 전 그 뜨거웠던 날들을 기억하며 <단결투쟁가>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 2. 수많은 민주노조 깃발들

87년 6월 항쟁에 이어 7월에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습니다. 당시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87년 들어 발생한 노동쟁의는 3,749건이며, 신규로 결성된 노조 수는 1,300여 개에 이르렀다 합니다. 한국전쟁 이후 30년간 한국사회에 결성된 노조 총 수가 1,700여 개(이 중 400여개는 1980년 민주화의 봄 과정에서 만들어짐)인 것과 비교해 보았을 때 87년 7,8,9월 석달에 걸쳐 결성된 노조의 숫자는 단순비교만 해 보아도 그 위력이 대단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87년 7·8·9월 노동자대투쟁은 현재 현대중공업으로 이름이 바뀐 현대엔진노동자들의 노조결성투쟁이 도화선이었습니다. 당시 현대엔진에 근무한 노동자들은 잔업과 철야에, 월평균 420시간의 장시간노동을 하고도 먹고 살기 힘들었다 합니다. 당시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관리자들이 정하는 고과점수에 따라 결정되었는데, 그 기준들 중에는 조회나 점심 중회 때 두발검사(머리가 조금만 귀를 덮어도 바리깡으로 밀리거나 가위로 땜빵을 했다합니다)와 같은 군대식 기준들도 있었다 합니다.
[고과점수에 따른 차등임금]은 시급 동결부터 33원까지 차등으로 매겨졌으며, 연말에 지급되는 상여금에도 영향을 미쳐 동결부터 최대 350%까지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임금과 상여금 차등지급은 노동자들끼리 경쟁상대로 만들고, 저놈은 아부해서 진급한 놈, 저놈은 관리자에게 양주 받친 놈이라며 서로 흉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웃지 못할 분위기였다 합니다. 차등임금으로 노동자들의 불만과 원성은 커져 갔지만, 항의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상황 속에서 자녀의 장학금 지급까지 영향을 미쳐 노동자들이 느끼는 분노와 자괴감은 더욱 컸습니다.
관리자들의 일상적인 폭언과 구타까지 현대그룹내 노동현실은 병영통제를 방불케 하는 상황에서 87년 7월 5일 마침내 현대엔진노동자들은 [상여금 차등철폐]를 주장하며 노동조합을 설립합니다. 그러나 현대 왕회장 정주영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며 노조를 인정하려들지 않았습니다만 민주노조 건설을 향한 현대엔진 노동자들의 외침은 현대그룹 전체 노동자에게 확산되었습니다.
마침내 87년 7월 25일에는 김필수, 정병모 등 11인을 중심으로 ‘현대중공업 민주노조 대책위’가 구성되어 현대중공업 어용노조 퇴진과 노동자의 기본생활개선 등 17개 요구사항을 내걸고 총파업을 시작하였습니다. 8월 17∼18일 현대그룹노동조합협의회 주도로 열린 연합시위를 통해 7만의 울산 현대노동자들은 샌딩머신을 앞세우고, 지게차를 끌고 노동자의 함성과 구호로 행진을 합니다.
‘민주노조 인정하라!’ ‘두발 자유 쟁취하자!’ ‘정주영은 물러가라!’ ‘이름표를 바꿔 달라!’ ‘전경들도 동참하라!’.



사진 3. 진군하는 노동자군대

민주노조 쟁취를 위해 떨쳐 일어선 현대그룹 노동자들은 방어진을 시작으로 남목고개를 넘어 울산 공설운동장까지 ‘아리랑 목동''''''''''''''''과 ‘훌라송'''''''''''''''' ‘늙은 노동자의 노래’를 부르며 투쟁을 하였습니다. 시내진출시위를 통해 역동적인 모습은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거대한 투쟁은 56일간의 흔들리지 않는 파업투쟁을 통해 임금 38.7% 인상쟁취, ‘차등고과제’ 철폐, ‘단일호봉제 쟁취’ ‘주택수당’과 ‘학자금 일괄지급’ 등 많은 변화를 얻게 되었습니다. 민주노조 건설만이 가난과 차별을 떨쳐 낼 수 있음을 깨달은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87년 총파업 투쟁을 통해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밑불로 자리했습니다. 또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위력적인 투쟁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영세, 중소, 대공장의 울타리를 넘어 사무, 병원 전문직 등 전 산업에 걸쳐 민주노조 건설운동의 바람을 일으켜 우리나라 노동운동을 올곧게 세워내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7월에도 촛불하나 들고 나섭니다. 촛불의 힘으로 오늘도 힘겹게 투쟁하는 기륭, 이랜드뉴코아, GM대우비정규직, KTX여승무원, 코오롱 등 수 많은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파업을 경험한다는 건설노동자 아저씨와 함께 지금 이 시간에도 투쟁을 시작하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들불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진자와 부자들을 위한 신호등만 켜지는 이 땅에서 시민들의 촛불 항쟁이 수천, 수만, 수십, 수백만의 힘으로 나서 횃불이 되고, 들불이 되어 삶의 희망을 잃고 고통의 나락으로 빠져 있는 노동자 민중에게 사람이 중심되고, 더불어 사는 삶이 중심 되는 세상을 만드는 밑불이 되길 바라며 “너희는 조금씩 갉아 먹지만 우리는 한꺼번에 되찾으리라”의 구절을 되뇌어 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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