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생각
권두섭(민주노총 법률원)
오랜만에 연락을 드렸다. 그는 당시 택시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장거리 택시를 이용할 일이 집안에 생겼던 것이다. 하루 사납금을 채우는데 조금 도움을 드릴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병원에서 기다려주시고 하느라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는 장애인콜택시를 운전하다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1년 만에 계약 갱신거절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를 당했다. 노동위원회에서는 계약기간 만료이지 해고가 아니라는 말도 안 되는 법 논리로 패소하였고 행정법원에 소송을 내게 되면서 법률원을 찾아왔다. 그 이후로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주 그를 만나게 되었지만 사실 지금도 자세히 안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기억에 남는 것은 그가 목사님이었다는 것과 생계를 위해 잠시 택시를 운전하던 중에도 홀로 거주하는 노인 분에게 도시락을 싸 드리는 일을 하였다는 것, 그리고 만나는 때마다 늘 평화로움을 주었고 누구에게나 그랬을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라는 정도이다. 목사님이었지만 노동을 하는 것을 그의 일로 생각하였던 것에 무언가 깊은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지금도 상상한다. 그가 노란 장애인콜택시를 운전하며 차량에 탄 장애인과 이런 저런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말이다. 언젠가 이 소송이 끝나는 때쯤에는 소주 한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듣고 싶다.
평화, 편안함, 배려, 동지애 같은 말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 또 있다. 다행스럽게도 법정에서 만난 것은 아니다. 그는 지금은 평화운동을 하고 있는데, 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투쟁에 열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연히 같은 일을 하던 동지들과 모인 자리에서 본 요즘의 그는 한층 더 평화로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다만 남은 우리가 잘 해나가지 못해 그의 미안함과 부담감을 덜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가까이 있었다면 닮아가기 위해 좀 더 노력을 하겠건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2009년이 시작되었다.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고스란히 그 고통을 감내하고 있지만 우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너무 조용하다. 공동묘지가 될 것인가. 말은 쉽고 실천은 어렵고 조직화도 어려운 일이다.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이 안이하고 나태한 우리들을 깨워주길 바라며, 평화로운 두 노동자의 마음을 닮아 올해는 동지들에게 조금 더 너그럽고 편안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