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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격, 맛, 상차림’ 삼박자 모두 만족스런 그 집
첨부파일 -- 작성일 2008-10-07 조회 1498
 

뉴스레터 [한내] 2008. 10 (제2호) 내 단골집

‘가격, 맛, 상차림’ 삼박자 모두 만족스런 그 집

글과 사진 : 한선주 (한내 회원, 공공서비스노조 교육국장)

나는 그다지 보리밥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인천시청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꼭 보리밥 집으로 가서 100% 보리만 넣고 지은 보리밥을 먹는다. 또 모처럼 손님이 와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을 때도 그곳으로 간다. 가격, 맛, 상 차림새 삼박자가 잘 맞아 대접하는 사람이나 함께 먹는 사람이나 부담 없으면서도 만족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곳이 바로 인천 구월동 “명동 보리밥”이다.

주는 아니지만 내가 명동보리밥을 들락이기 시작한 것은 10년도 넘었다. 하지만 그 집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보리밥이 차려져 나오는 모양새, 보리밥과 곁들여 나오는 푸짐한 야채와 반찬들, 그러니 당연히 맛도 그때 그 맛 그대로다. 뿐만 아니라 늘 만원인 자리에 신속한 상차림까지 그대로다.

‘명동보리밥’의 특별한 맛

내가 명동보리밥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보리밥보다 먼저 나오는 숭늉이다. 뚝배기에 담긴 숭늉은 그 걸죽한 빛깔만 보아도 구수한 맛이 느껴진다. 숭늉과 약간의 보리 누른밥으로 출출함을 달래노라면 곧이어 보리밥이 나온다. 이곳 보리밥은 각자 밥그릇에 따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뚝배기 가득 약간의 찰기를 머금은 보리밥이 인심 좋게 가득 담겨 나온다. 그것을 각자 양만큼 덜어 따라 나온 새싹과 나물들을 넣고 참기름, 고추장을 곁들인 다음 깊은 맛이 우러나는 청국장을 약간 넣어 비비면 소박한 보리밥이지만 어디서도 맛 볼 수 없는 맛이 나온다. 그와 더불어 또 하나의 별미가 있는데 그것은 보리밥과 함께 나오는 콩비지이다. 깔끔한 맛의 콩비지는 밥 없이 그것만 먹어도 한 대접 다 해 치울 수 있을 것 같다.

내 기억 속 명동보리밥

2002년 아버지는 폐암선고를 받고 시청 근처 종합병원에 입원해 계셨다. 아버지는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며칠 퇴원이라도 해 계실라치면 내가 혼자 살던 집에 와 계셨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때마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굳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시골집으로 달려가시곤 했다. 그러면서 총총한 기억력과 농담으로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도 해주셨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시골집으로 달려가시던 아버지의 그 바지런한 발길은 얼마 남지 않은 여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길이 아니었나 싶다. 암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아버지 삶은 시한부였다. 그 때문이었는지 아버지 상태는 예상보다 더 빨리 악화됐다. 그럴수록 엄마는 아버지 곁을 떠나지 못하고 더욱 극진히 병간호를 하셨다. 아버지도 못 드시고 덩달아 엄마도 제대로 못 드시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때 나는 아버지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엄마를 간신히 모시고 바로 이곳 명동보리밥으로 왔었다. 그곳에서 보리밥 숭늉을 드신 엄마는 아버지 생각이 나시는 눈치였다. 그래서 숭늉을 얻어 아버지께 갖다 드렸더니 아버지도 좋아하셨다. 그 뒤로도 몇 번 더 엄마랑 이곳으로 밥 먹으러 왔었는데 엄마는 선뜻 따라오셨다. 집에서 흉내 낼 수 없는 구수한 숭늉을 아버지께 드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아버지께 뭔가 해 들릴 수 있어 좋았다.

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며칠 의식을 찾지 못하시던 아버지는 다시 눈을 뜨지 못한 채 그 병원에서 일흔 한 해의 생을 마감하셨다. 그래서 나에게 명동보리밥은 잊고 싶지 않은 오랜 기억들과 함께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기억을 만들고 그 기억 속에서 살기 마련이다. 가을 햇살이 따사로운 요즘, 청국장에 보리밥 비벼가며 소박한 기억을 함께 나누고 싶은 이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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