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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사진 : 그 시절 연대

사진: 노동자역사 한내 소장 자료 / 글: 정경원 노동자역사 한내 자료실장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식칼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구사대와 최루탄, 지랄탄을 앞세운 경찰의 폭력에 맞서 노동자들은 파업자위대, 정당방위대, 선봉대 등을 만들어 대처해 왔습니다. 옆 사업장에 구사대가 나타나면 곧바로 달려가 구사대를 물리치고 연행된 노동자를 석방시켰습니다. 선봉대는 단위 사업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전국적인 선봉대 구성으로 확산되었습니다.
그 시절 선봉대에 대한 평가도 다양했습니다. 일반 조합원에게 선봉대는 ‘전투부대’로 비춰지니 문제라고도 했고, 선봉대원들은 투쟁의 형식에 걸맞는 의식을 갖추지 못하고 지쳐 떨어진다고 평가되기도 했습니다. 여러 한계가 있음에도 선봉대는 그 당시 간부와 조합원을 연결시키는 중간 허리로서 민주노조운동을 한걸음 발전시켰습니다. 필요한 곳에 달려갔습니다.
오늘 소개할 사진은 1990년 서울의 한 철거지역에 지원투쟁을 나선 전노협 선봉대원들 모습니다. 당시 철거 현장에서는 갈 곳 없는 도시빈민들이 짱돌과 화염병을 들고 쇠파이프와 식칼을 휘두르는 깡패들과 맞섰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많이 보이는데, 실질적 도움이 되었을까? 그런 의문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 때 그 곳에 함께 한다는 게 연대의 시작이니까요.
50일이 넘게 진행되고 있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한 사람이라도 남아 있어야 한다며 집에 가지 않고, 김밥과 우비를 사다 나눠주고, 새벽까지 투쟁하는 사람을 위해 라면을 끓이고, ‘국민토성’을 쌓는다고 하면 줄 서서 모래주머니를 나르고, 옆에 있던 사람이 연행되면 주저앉아 ‘연행자 석방하라!’ 외치고, 화물차를 운전하는 노동자는 미친소 운송을 거부하는 것이 연대의 시작입니다. 한 가지를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