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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을 드립니다
첨부파일 -- 작성일 2009-01-06 조회 1236
 
자연을 드립니다
한숙자(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노동자 역사 ‘한내’에서 내 단골집이란 코너에 글을 하나 써 줄 것을 요청받았다. 나는 ‘알겠습니다’하고선 내가 단골집이 있었던가?란 생각을 해봤다. 이 글을 부탁받은 덕분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지, 좋아하는 식당, 술집, 가게들이 있었는지, 내가 단골이라고 할 수 있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를 생각해봤다. 그런데 부천에서 8년을 살면서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식당도, 술집도, 가게도, 단골집도 하나도 없다. 이런.. 이렇게 되니 ‘내 단골집’ 꼭지가 나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기껏해야 소식지의 작은 꼭지 하나를 다루는데도 말이다.

계속해서 부담으로만 안고 있을 수 없기에 생각의 전환을 시도해봤다. 그럼 단골집으로 만들고 싶은 곳을 찾아볼까라고... 한 군데를 찾았다. 바로 ‘자연드림’이다.
 


자연드림은 성공회대학교 내에 있는 작은 베이커리이다. 친환경 우리밀로 만드는 베이커리로 성공회대학교 학생들과 인근 지역 주민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자연드림’에서는 우리 밀 빵과 동티모르에서 재배되는 커피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내가 이곳을 찾을 때면 수업을 마치고 나와 빵과 커피,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풋풋한 대학생들이 북적이고 있다. 어떨 때에는 먹을 만한 빵조차 없을 때도 있다. 학교선배들이 맛있다고 꼭 먹어보라던 샌드위치는 구경도 못해봤었다. 그러던 중 나는 이 작은 베이커리에서 저녁이 되면 먹기 힘들다는 샌드위치를 커피와 함께 먹을 기회가 있었다. 내가 먹었던 작은 모닝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가 왜 먹기 어려운 빵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저녁에 학교를 가는 나에게 판매가 될 때까지 남아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담백한 모닝 빵과 샌드위치 속은 너무 잘 어울렸다(너무 오래전에 먹어서 그때의 느낌을 살리지가 못해 아쉽다). 우리밀로 만든 빵이어서 조금은 거칠고 달지 않아 맛이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빵을 야채로 버무려진 속이 채워주고 동티모르에서 재배되는 커피는 진한 듯하면서 배가고파 급하게 먹었던 샌드위치가 쉽게 목 넘김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자연드림’의 소비자가 오염없는 밥상을 차리고, 받고, 우리농민의 생활을 보장한다는 비전이 마음에 든다. 또, 동티모르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여 수익금으로 동티모르의 생산자와 난민촌, 청소년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기에 더 애착이 가는 것 같다. 학교를 다니는 2년 동안 나는 ‘자연드림’을 애용할 것이다. 이미 1년은 애용하고 있다고 해야겠다. 20대 초반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모여 있는 학교에서, 성공회대 진입로의 ‘자연드림’이란 빨간색 간판과 벤치가 있는 테라스의 그곳에서 나는 우리밀로 만든 빵과 동티모르의 커피를 마시며 수업을 준비하고 젊은 20대 청년들을 부러워하며 나의 동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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