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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뉴스레터 창간호] 한내 칼럼
민주노조운동과 정신을 되살리는 나침반이 되겠습니다.
글 : 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양규헌

8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되었던 민주노조운동은 세계노동운동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비타협적 투쟁의 전형이었습니다. 계급적 노동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 전노협을 건설했고, 전노협은 평등세상 건설과 노동해방 쟁취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탄압의 한가운데로 뛰어든 장엄한 투쟁의 물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빛나는 투쟁의 성과로 계급적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조직적 과제를 향해 민주노총을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조직적 성과에도 현재 우리는 운동의 성과를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울러 노동운동의 기본 정신인 자주성과 민주성, 계급성과 변혁성이 차츰 그 빛이 퇴색되어감에 따라 많은 동지들이 민주노조운동의 한계와 위기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에 대한 진단이나 민주노조운동의 정통성을 회복하기 위한 해법은 다양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 우선되어야 할 역사적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보관, 관리, 활용되고 있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기록은 있으나 자료는 없습니다. 기억은 있으나 잊어버리고 맙니다. “살아가기조차도 각박한데 그따위 지나가버린 사건과 기억과 흔적이 뭐가 중요하다고 관심을 쏟아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투쟁의 원칙과 경험 속에 해법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한계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답은 특별한 지침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운동의 경험 속에 해법이 담겨있습니다. 복원되지 않는 정신은 역사가 될 수 없습니다. 억압과 굴종에 맞서 당당히 싸워온 우리 노동자역사는 우리가 살려내야 합니다.
역사의 주인은 노동자라고 했습니다. 노동자의 역사가 기록, 보존, 관리조차 방치된 탓에 그간 우리의 투쟁사는 역사의 주인에 의해 기록되고 전해지는 게 아니라 지배계급에 의해 만들어진 왜곡된 역사만을 답습하고 있음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자신의 역사를 자신의 손으로 기록하고 자료들을 체계화시키지 않는다면 왜곡과 파행의 역사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정체된 운동에 대한 해법도 찾아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광란적 탄압을 온몸으로 맞섰던 전노협의 역사적 깃발을 접고, 전노협 해산을 기점으로 백서가 만들어지면서 비로소 자료 관리를 시작한 지 10여 년, 소중한 자료들이 수집되고 보관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보다는 그 짐들을 어디에 보관할까를 걱정하던 시기를 마감하고 비로소 ‘노동자역사 한내’를 통해 체계적 자료실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내는, 퇴색해가는 민주노조운동과 그 정신을 복원시켜내는 나침반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려 합니다. 한내는, 물리적 공간으로서 자료관이 아니라 유실되는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려 합니다. 열사들의 투혼이 깃든 민주노조운동의 재생산기지로서 역할과 임무를 하려고합니다. 한내는, 거대한 변혁의 물줄기로서 평등세상 건설, 노동해방을 향한 도도한 역사의 강물과 함께 할 것이며 그 중심에 늘 동지들이 서 있다고 확신하며 함께 하시는 동지들을 통해 한내의 밝은 전망을 발견합니다. 길지 않았던 준비위 시기 내내 관심을 보여주신 동지들께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