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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은 퇴근길의 두려움
* 참간호 7호 1990.8.25.
참간호는 간호사들이 모여 만든 조직 병원노련 간호사회 추진위원회의 소식지입니다.
현재 우리는 폭력, 폭행, 인신매매, 마약 등 부정적이고 소름끼치는 일들이 무성한 무서운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무서운 일들의 주요 피해자인 여성들은 때때로 잊고 지내기도 하고 나와는 관계없는 사람들의 사건으로만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 내면에는 이런 일들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이 항상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이 여성인 간호사에게 있어서는 이런 두려움이 더 클 것이다. 3교대라는 근무조건으로 밤늦게 퇴근해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Evening근무 후의 퇴근길, 특히나 겨울에는 Day출근시의 깜깜한 새벽과 Evening 근무 후 사람도 별로 다니지 않는 어두운 밤, 이런 때에 마음 느긋하게 다녀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두려움으로 움츠러들고 잔뜩 긴장되어 어떤 남자가 가고 있는 것이 보이면 피해가고 자신의 발소리에도 문득문득 놀라게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Evening 근무는 병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끝나게 된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이 시간이면 아직까지 들어오지 않은 식구 걱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과년한 딸이 안 들어오고 있다면 더더욱 걱정을 하며 마중을 나갈 채비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일상적인 생활의 한 부분이고, 이것마저도 인계시간이 길어지거나 일이 많을 때는 퇴근시간이 더 늦어지게 된다.
3교대 근무가 현재로써는 당장 변화시키기 힘든 어쩔 수 없는 근무조건이라고 치부해버린다고 해도 Overtime이 인원부족에다가 업무의 유동성으로 인해 허다하게 생기는 것이 우리들 일이라 해도 밤늦은 퇴근길에 느끼는 두려움을 어느 정도는 해결해주고 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게 되는 모 병원에서 폭행당했다는 말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구체적인 내용도 알 수 없는 얘기를 몇가지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 섬뜩함과 함께 그 간호사가 무척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런 불행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생각이 들었다.
어떤 병원은 후미진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근무가 끝난 후 전철역까지 버스로 데려다주고 있고, 또 다른 병원은 집이 먼 사람들을 기숙사에서 기거하게 하는 등의 조처가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어떤 곳은 병원규모는 확장시키면서도 기숙사는 축소시키거나 아예 없애려하기도 한다. 어떤 곳은 통근버스가 있지만 사무직 시간에 맞춰 운행하기 때문에 간호사를 비롯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3교대 근무자들은 이용을 못하고 있다.
퇴근길은 쉬는 날 만큼이나 자유롭고 즐거운 시간일 것이다. 퇴근시간이 두렵지 않고 즐거운 마음을 갖게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인력확충과 적절한 시간책정 등이 요구될 수도 있겠지만, 몇몇 병원에서의 통근버스나 기숙사같은 형태가 생색내기용이 아닌 실제로 필요한 사람에게 이용 가능케 한다면, 복지 향상의 측면만이 아니라 3교대 근무로 인한 고층의 한가지 정도는 해결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