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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아온 길
..... 노동변호사가 되기까지
첨부파일 -- 작성일 2010-01-05 조회 891
 

노동변호사가 되기까지

정기호(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변호사)

제 고향은 경북 문경입니다. 문경은 문경 새재와 무연탄 생산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저는 고향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했는데, 법조인이 되고 싶어 한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었습니다. 법대에 진학을 해서 학생운동을 접하기 전까지 그 꿈은 한 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내게 되자 현실적으로 법조인의 꿈은 멀어져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군대를 제대한 다음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 제 상황은 계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1998년 IMF 사태로 취직(제가 받은 학점으로는 어디에도 취직원서를 낼 수 없었습니다.)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어서 고시공부를 1999년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시공부를 할 때에는 합격하면 막연히 좋은 법조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 노동변호사로 살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사실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에서 일하는 변호사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3년 반 정도 공부하고 운 좋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2년 과정의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1년차였던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게 되었고, 우리나라도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한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일부 뜻(?)있는 동기들이 이라크 파병은 침략전쟁이고 이러한 침략전쟁 국군을 파견하는 것은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국제평화주의를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제5조 제1항에 위반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헌법을 위반하는 정부의 잘못된 결정을 지적하고, 예비법조인인 사법연수생의 의견을 집단적으로 청와대에 표명을 하자는 제안을 하였고,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여 동참하기로 하고 제가 소속된 반의 대표 역할을 하였습니다.

당시 토론회도 개최하고 성명서를 작성하고 서명운동을 벌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물을 청와대에 제출을 하니, 사법연수원장이 노발대발하면서 공무원의 집단행위금지 규정을 들어 징계하라고 지시를 하여, 저는 주도를 했던 다른 동기들과 함께 조사도 받고 징계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금속노조법률원에 들어가서 노동변호사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연수원을 졸업하고 2005년 1월에 금속노조법률원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를 하였습니다. 이 당시 금속노조는 대의원대회 결의로 법률원 울산사무소를 개설하기로 결정을 하였고, 이러한 결정에 따라 2005년 5월에 울산에 내려와 금속노조법률원 울산사무소를 개소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울산에 내려올 때는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낯선 곳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매우 컸습니다. 근무환경도 매우 열악하여 처음 한 달 정도는 정해진 자리가 없어서 주인이 자리를 비운 동안만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일을 하였고, 울산지역본부 내에 공간이 없어서 컨테이너박스를 하나 놓고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근무를 하였습니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경우 고문계약을 체결하고 조합원들의 일상적인 법률상담을 하였는데, 조합원들이 컨테이너박스를 사무실로 사용하는 변호사가 어떻게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의 고문변호사가 되었나며 불만을 토로한다는 이야기를 법규부장으로부터 전해 듣기도 하였습니다.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5년 동안 울산플랜트 투쟁,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대구 건설노동자 투쟁, 포항플랜트 투쟁, 화물연대 투쟁 등 각종 투쟁을 함께 하면서 투쟁과정에서 구속된 노동자들을 보면서 아파하고, 해고된 노동자들의 해고가 법원에서 확정되면 같이 아파하고, 구속된 노동자들이 석방되거나, 부당해고가 확정되어 복직을 하면 같이 기뻐하며 보냈던 것 같습니다.

아무런 연고가 없던 울산에서 5년 가까이 생활하다 보니 요즈음 울산이 고향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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