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는 새벽
권두섭(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새해를 맞는 새벽, 복수노조 교섭창구 강제단일화와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의 시행을 내용으로 하는 개악노조법이 날치기로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정리해고제 법안이나 파견근로제 도입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올 수 법안이다. 민주당 정권이었던 노무현정부에서부터 준비된 법안과 글자 하나 다를 것이 없는 내용인데, 격렬하게 반대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민주당의 모습이 우습다. 2000년대를 맞아 보낸 10년이 지나고 새로운 10년이 시작된다. 지난 10년을 시작하는 때였던 1999년 말부터 재능교사노조 설립투쟁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비정규직 노동의 문제는 민주노총안과 밖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고 비정규직 노조들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10년도 그러할 것이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운동의 중심에 나서기를 기대해 본다.
법률원을 찾는 노동자들은 주로는 투쟁을 하면서 법적탄압을 받는 노동자들이고 노동조합이다. 투쟁을 준비할 때부터 상담을 하게 되고 투쟁을 하는 동안, 그리고 그 투쟁이 끝나서 사람들이 다 잊고 지내는 동안에도 수년 동안 그 노동자들을 법정에서 만나게 된다.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최소한 법률원에서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며 그것이 해고소송의 모습으로 손배소송의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법적탄압을 날이 갈수록 가혹해지고 광범위해지고 있다. 손해배상 가압류는 이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탄압의 하나가 되었고 투쟁이 있는 곳엔 어디서나, 업무방해죄 고소와 구속, 형사처벌, 해고와 징계, 온갖 활동을 옥죄는 가처분이 뒤따르고 있다. 투쟁이 마무리되어도 형사재판은 그 뒤로 1-2년, 해고나 손배소송은 3-4년이 계속된다. 이랜드-뉴코아 투쟁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고, 코스콤, KTX 여승무원 투쟁도 그렇고, 2004년 정오교통 투쟁은 지난해에서야 법적 소송이 마무리되었고 한원시시 투쟁은 여진이 남아 지속중이고, 레이크사이드 투쟁도 법률원에서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10년 가장 가혹한 탄압을 받아 온 노동자들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많았고 노동기본권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보니, 온갖 법적 탄압에 맨몸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이제 시작되는 10년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정권은 노동조합이라면 어디를 가리지 않고 자신들이 만든 법조차도 서슴없이 무시하면서 탄압을 가하고 있다. 새해 벽두의 한파처럼 고난의 10년이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강제단일화는 이제 교섭조차도 어렵게 만들어 노동조합의 활동자체를 불법으로 만들게 되지 않을까. 전임자활동의 축소는 사업장에서 사용자의 탄압을 더욱 거세게 할 것이다.
다시 많은 노동자들을 법정에서 만나야만 하겠지만, 새해 투쟁하는 노동자들, 법적 탄압에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노동자들 모두의 건강을 기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