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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의 기록
..... 1987년 통일노동자들의 투쟁일지_이영기 (98호)
첨부파일 -- 작성일 2017-03-16 조회 1184
 

()통일노동자들의 1987년 투쟁일지

- 198787~25-

 

이영기(노동자역사 한내 자료국장)

 

한국의 대표적인 기계공업단지인 창원공단은 19877월말부터 투쟁의 열풍에 휩싸였다. ()통일노동자들은 730<민주노조쟁취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87일 집회와 동시에 농성투쟁에 돌입했다. 주요 요구는 민주노조 쟁취, 강제잔업 철폐, 해고자 복직, 임금인상 등이었다. 22일간의 치열한 투쟁 끝에 828일 어용노조가 물러가고 민주집행부가 들어서고 요구안의 대부분을 쟁취했다. 승리였다.

 

1987년 그 시간, 그 장소에서 통일노동자들이 남긴 기록들을 통해 오늘 우리들은 그 투쟁의 경과들을 다시보기할 수가 있다. 현재 한내에 소장되어 있는 당시 기록으로 통일노동자들의 일지와 편지, 일기들이 있다.(편지, 일기들은 818농성 12일에 생각한다는 제목으로 농성 참가자들이 쓴 것이다. ‘이제는 주장할 때가 되었다라는 제목으로 글 모음집이 출간되었다. 형성사. 1987. 11)

 

사측이 작성한 일지 1종류를 제외하고 통일노동자들이 남긴 일지 기록은 3종류이다. 2개는 87일부터 25일까지의 상황을 담고 있고 나머지 하나는 9월 이후 10월 투쟁에 관한 것이다.(자본과 공권력의 반격의 탄압은 9월말 바로 시작되었다. ()통일노조의 10월 상경투쟁은 이에 대한 선도투쟁의 의미가 있다.)

 

일지는 투쟁기간 동안 틈틈이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87일부터 13일까지, 또 다른 하나는 87일부터 25일까지의 상황을 담고 있다.

 


노동자들은 아침 7시에서 7시 반 사이에 일어나 체조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투쟁 초기에는 아침이든, 저녁이든 빵과 우유로 허기를 달래는 정도였던 것 같다. 보통 8시부터는 정문투쟁을 진행했다. 관리자들의 공장진입을 저지하거나 농성에 합류하려는 동지들을 지키기 위하거나, 공장 밖으로 나가기 위한 몸싸움들이 벌어졌다.

 

낮에는 공장 밖으로 진출해 노동자, 시민들과 함께 투쟁하기도 하고 공장내에서 한마당놀이, 장기자랑 등으로 서로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금성사, 풍성정밀 등의 투쟁속보에 환호했다. 가투를 위해 통일공장 옆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공장 안과 밖의 노동자들이 서로 사기를 북돋아주었다. 공장내 침묵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식사를 하고 계속 장기자랑이 이어지거나, 노가바, 투쟁가를 배우기도 하고 투쟁의 정당성, 이후 투쟁에 대한 전망과 결의 등에 대해 학습하거나 조별 토론을 하기도 했다. 취침시간은 보통 자정을 넘겼다.

 

농성 중에 사측의 노조 대의원 선거 개입문건, 블랙리스트, 안기부, 경찰서 등으로의 상납문건, 어용노조의 비리통장 등을 발견, 폭로하기도 했다. 경남대 대학생들의 지원투쟁이 있었고 이소선 어머니와 청계피복노조 부위원장 등의 격려지지방문도 있었다. 어용집행부 대신 선출된 투쟁지도부는 어용집행부와 대의원의 사퇴서를 받았다.

 

사측은 앞에서는 교섭을 거부하거나 협상을 결렬시켰다. 농성을 먼저 해산하라거나 새지도부의 대표성을 문제삼기만 했다. 농성에 참여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찾아다니며 회유하다가 조합원들과 충돌하는 사태를 벌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는 부상자와 구속자, 수배자도 발생했다. 급기야 824일 사전에 계획된 구사대를 투입, 폭력적으로 투쟁을 진압하고자 했다. 완전무장한 구사대 투입은 처음에는 성공하는 듯 했으나 공장내부에서 완강히 저항하고 외부에서 결사 진입하려는 투쟁대오에 밀려 완전히 공장 밖으로 밀려났다. 구사대 작전이 성공하는 줄 알고 공장 정문에 나타났던 사장은 그대로 도망갔다가 다음 날 처음으로 협상을 요청했다.

 

이 투쟁의 배경이나 진행경과, 투쟁이후의 경과까지 들은 <이제는 주장할 때가 되었다>, <전노협 백서1권 기나긴 어둠을 찢어버리고>, <내 사랑 마창노련>, <끝없는 저항> 등 여러 책에 잘 정리되어 있다. 김하경의 소설 <그해 여름>은 더욱 생생하고 풍성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마도 통일노동자들이 남긴 기록이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책을 통해 당시의 투쟁을 접하고 상상하게 된 후에 당시의 실제 기록을 눈으로 보면서 느낄 수 있는 현실감 또한 기록, 기록남김의 중요성을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문헌

<이제는 주장할 때가 되었다> 형성사, 1987.11 ; <내 사랑 마창노련>, 김하경, 갈무리, 1999 ; <전노협백서 1: 기나긴 어둠을 찢어버리고> 개정판, 전노협백서발간위원회, 노동운동역사자료실, 논장, 2003 ; <끝나지 않은 저항>, 김정호, 통일-S&T중공업 노조운동 30년사 발간위원회 기획, 한내,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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