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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견법은 개악저지의 대상이 아니라 폐기의 대상이다
첨부파일 -- 작성일 2010-06-08 조회 765
 

파견법은 개악저지의 대상이 아니라 폐기의 대상이다

양규헌 (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파견법이 만들어진지 12년이 경과했다. 노,사,정의 합의형식을 통해 만들어진 파견법은 노동자계급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는데 부정할 사람이 없다. 파견법의 제정취지는 ‘노동력의 예견이 곤란하여 단기간 파견인력을 사용하려는 경우’나 ‘전문적 인력을 일정기간 이내로 사용하려는 경우’, 그리고 ‘노동자가 필요로 하는’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파견법은 근로기준법이 원칙으로 규정한 ‘중간착취’가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저임금을 고착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무런 저항 없이 노동자를 해고하고 노동자계급을 분할,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으며, 노동유연화라는 명분으로 정규직 수가 축소되고 비정규노동자 숫자가 60%에 육박하며 불안정 노동을 확산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해 왔다. 파견법은 비정규보호법안 제정으로 유연화의 날개를 달고 ‘파견업무대상’과 ‘파견기간’에 대한 변화를 모색하면서 노동자계급 내부를 갈등과 대립의 구도로 재편함으로써 계급적 단결과 투쟁력을 각개격파 시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여 진다.

 파견법의 의의와 폐해
원래 파견법은 기업횡단적 노동시장을 전제로 하는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에서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도입되었다. 한국에 도입된 파견법의 본질은 노동자 중심성을 벗어나 자본 중심으로 철저히 왜곡되고 말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대원칙과 노동자의 필요에 따라 일시적, 계절적, 한시적 업무에 일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진 파견법이 노동자를 삶에 낭떠러지로 내모는 시대적인 악법이 되었다. 유럽에서 도입된 파견법이 일본과 한국에 가장 큰 폐해를 남긴 이유는 파견법의 원칙과 의의를 거꾸로 적용하기 위한 자본의 전략이 관철되었다는 것이며, 파견법의 본질과 의의가 왜곡된 근거는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파견법의 본질과 성격이 ‘노동자의 필요가 아닌 자본의 필요’에 의해 법안의 구성되면서 노동자의 기본권이 근본적으로 차단되었으며, 자본의 필요에 따라 합법적으로 해고시킬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었고, 둘째 파견법의 근본인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동일노동 차별임금’으로 바꿔치면서 계급내 차별을 극대화시키고 여성차별을 비롯한 온갖 차별을 낳는 자판기로 둔갑하고 말았다. 셋째는 일시적, 한시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파견법은 파견기간의 정함도 일시적 한시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2년, 3년을 쟁점으로 삼는 것은 파견법의 본질을 완전히 벗어났다는 점을 부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파견법의 폐해가 일본과 한국이 가장 큰 또 하나의 이유는 노동조합 조직형태에 있다. ‘기업별노조는 노조가 아니다’라는 게 국제노동운동의 일반적 시각이다. 기업별 노조에 대한 번역은 ‘회사노조’로 규정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보다는 경쟁과 대립의 구도에 편입되고 있는 게 기업별노조의 현실적 상황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산별노조형태를 유지시켜온 유럽의 경우,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하나의 원칙으로 통용되고 있다. 산별형태인 유럽의 파견법이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노동자계급의 고용불안 심화가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계급의 치열한 투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정리해고’, ‘파견법’이 합의적 형식으로 제정된 것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의 업보’와 역사적 치욕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의 파견법 투쟁과 한국의 반응

일본의 파견법은 25년 전에 도입되었고, 파견노동자에 대한 그들의 평가에는 파견법 폐해가 세계에서 일본이 가장 크다고 강조한다. 파견법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일본은 민주당의 선거공약으로 내 세우며 집권에 성공하게 되었고, 현재 국회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어 있다.
최근 일본의 국회 앞에서 노동변호인단과 일본 각 지역의 유니온, 좌파정당, 운동단체들과 파견노동자의 항의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3일 ‘일본노동행심위’에서 일본민주당과 노,사,정이 마련한 파견법개정시안에 대해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주장과 비판은, ‘행심위’는 ‘물과 기름을 접목 시킨 안’, ‘죽은 법안을 부활시키고 있다’ 경단련과 합의를 주도한 일본노총(연합)에 대해 ‘특권 노동자의 집단 일본노총(연합)’, ‘노동자에 대한 이중의 반역’이라는 비판을 쏟아내면서 국회를 포위하자고 주장한다.
일본 민주당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파견법 개정안이 ‘전면허용’에서 ‘규제강화’라는 기조상의 변화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파견노동의 근본적 문제를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파견노동자들은 발본개정(법안폐기)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소위 개혁성향의 신문들은 ‘일본의 파견법 개정, 타산지석으로 삼자’, ‘1회용 파견제, 급제동’ 등의 찬사를 보내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진보정당은 ‘일본 파견법 개정이 우리의 미래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내용은 변하지 않은 채 형식만 바꾸는 꼴’을 보며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은 중대한 오류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의 파견법 개악 의도와 대응기조
최근 노동부는 ‘파견대상업무 및 파견근로자 활용 실태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종전 32개 파견대상업무를 대폭 늘려 49개 업무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대상업무를 확대한다는 명분으로는 ‘위장도급을 파견으로 유인하여 고용건전성을 확보한다’고 하지만 이러한 발상은 ‘도둑놈을 유인하여 강도를 만든다’는 발상이며 파견노동자들의 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꼴이나 다름없다. ‘파견대상업무를 확대’한다는 발상은 노동자계급의 고용을 불안정고용으로 내 몰고, 결국 비정규직을 정상적 고용형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며 노동자계급에게 포섭과 배제의 전략으로 자본의 영원한 지배구도를 완성하겠다는 음모일 뿐이다.

자체선거 이후 변화된 정세에서 이명박 정권은 파견법개악을 연기할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쟁점은 파견법 개악시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파견법은 그 본질을 벗어나 노동자에 대한 이중착취는 물론, 노동자계급의 억압, 통제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법안 개정이나 개악저지로 맞서는 건 올바른 대응이 아니다.

‘부품을 몇 개 바꾼다고 불도저는 전차가 되지 않는다.’ 모순을 증폭시키기 위해 불순한 의도로 만들어진 법안은 몇 개의 조항을 손질하고 시행령을 보완한다고 근본 취지가 바뀌지 않는다.
파견법이 파견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그 법이 노동자를 분할,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때 파견법은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며, 존재 이유가 없는 법을 없애자는 건 당연한 것이다.
민주노조운동의 역사에서 악법을 부분적으로 손질하라고 한 적이 있는가. 제3자개입금지, 정치활동금지, 복수노조금지 등에 대한 투쟁은 폐기투쟁이었다. 현재의 파견법은 근로기준법의 정신조차도 철저히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폐기투쟁을 강조하는 것이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를 외치며 거대한 불기둥으로 산화해 간지 40년이 되었다. 근 반세기 전에 외침이 세계경제 10위권에 진입했다는 오늘의 한국에서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를 외치고 있다. 파견법을 폐기투쟁하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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