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 참사역입니다』
(작가선언 6.9 지음, 실천문학사)
우리가 용산을 잊을 수 없는 이유
양돌규(노동자역사 한내 조직국장)
이 나라는 이상한 나라다. 용산 참사가 어느덧 1년이 지났지만 대통령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비즈니스 하러 다닌다. 자신이 총리가 되면 용산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던 총리 역시 비즈니스 마치고 돌아온 대통령 공항 나가 영접하느라 바쁘다. 서울시장은 광화문에 스노우보드 경기장에 돈을 쏟아 붓고 스노우보드 잔치를 하면서 정작 시민의 눈물은 외면한다. 1년이 다 돼가도록 정권과 관료들은 용산 학살을 없었던 일처럼 여긴다. 그러다 세밑이 되어서야 겨우 보상 문제 등 협상이 타결되었다. 하지만 1년이 다 돼가도록 마르지 않던 유족들의 눈물이 이 협상 타결로 마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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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참사 협상이 타결되었지만, 철거민들의 고난은 끝난 것이 아니다. 2008년 11월 서울시는 “동절기 강제철거를 금지하겠다”는 행정지침을 발표했던 적이 있다. 철거 자체가 문제인 상황에 한 철 철거만 안 하겠다는 것은 미흡하긴 하지만, 그래도 엄동설한에 쫓겨날 걱정을 덜 수 있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2009년 12월 2일, 철거가 진행 중인 마포 용강동 시범아파트에 사는 세입자가 집에서 넥타이에 목을 매 숨졌다. 이 주민은 숨지기 몇 시간 전에도 용역업체 직원과 멱살잡이를 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또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보장되어 있는 임대아파트 입주권과 주거이전비 중 하나만을 주겠다며 세입자들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또 최근 종로 옥인동, 마포 연남동에서도 철거 문제가 발생을 했고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동교동 삼거리의 음식점이 강제철거 당했다. 거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마포구청은 12월 중순 신촌 그랜드마트 주변 노점상을 강제철거했다.
우리가 용산을 잊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 스스로가 약속했던 말을 지키지 않는 현실에서 용산에서 돌아가신 다섯 명의 억울한 죽음을 기억하는 건 중요하다. 권력과 관료들이 몇몇 거대 건설기업과 거기에 이권을 가진 투기세력의 요구에 순응하는 한 그걸 저지해내는 데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용산 참사와 같은 일들은 바로 그러한 죽음을 직접적으로 야기한 권력, 관료, 자본의 책임일 뿐만 아니라,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웃의 삶에 무관심하고 오로지 자기 가족의 행복과 안녕만 추구해온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그걸 기억한다는 건, 무엇보다도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나와는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묻게 만든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침묵과 무관심이 어떤 참혹한 결과를 낳게 만드는지 등의 질문들 말이다.
이 책은 용산 참사 이후 2009년 6월 9일, 192명 문인이 모여 ‘6·9 작가선언’을 했던 이들이 힘을 보태 만든 책이다. 작가, 소설가, 화가, 문학평론가, 사진작가, 만화가 등이 120편의 시와 산문, 그림, 사진을 모아 이 책을 냈다. 이들의 슬로건은 ‘근본적으로, 구체적으로, 지속적으로’라고 한다.
제법 두툼한 느낌이 나는 이 책은 책갈피마다에서 작가들이 용산을 마주하고 겪었던 솔직한 고백들이 정제된 언어로, 컬러로, 필치로 표현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용산에서의 죽음이 예술로 되살아나 우리에게 또 다른 열정으로, 풍부한 감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수익금은 용산 참사 추도기금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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