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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현이들 2화_소요(99호)
첨부파일 -- 작성일 2017-04-18 조회 1082
 

가현이들 2화

 

소요(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그때 당시 제가 시도했던 게 뭐였냐면 대학을 안 다니고 저처럼 알바로만 먹고사는 조합원들을 모아서 분회를 만들어보고 싶었고 분회를 만들었었는데 망했어요.”

 

대학 중심의 조직 활동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던 가현은 대학이라는 울타리가 포괄하지 못하는 알바노동자들의 분회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사회 곳곳에 퍼져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일주일에 5일간을 풀타임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조합 활동을 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커피 한잔, 밥 한끼의 금액이 일일이 부담으로 느껴지는 알바노동자들의 생활을 생각했을 때, 노동조합 활동이라는 것이 그들에게 경제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어떻게 다가올지 가현 스스로도 실감하고 있는 터였다. 또한 실제로 조직을 위해 만난 노동자들 또한 대학을 안갔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열악한 처지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과정에서 십여년 전 일본에 있었던 프리터 노조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다. 일본의 프리터 노조는 노동자의 권리와 그것을 실현해나가는 지속적인 정치적 실천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고충상담소의 형식으로 변질되었다고 했다. 곳곳의 노동현장에 따로 떨어져, 사회라는 기계의 부품으로 전락해가는 개인들과 그들이 겪고 있는 불안과 소외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노동조합의 위상과 역할이 자연스럽게 축소되어 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등학생 때부터 알바노동을 해왔던 가현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청소년 운동을 하면서도 알바노조운동을 하면서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소외감 그리고 개인이나 조직차원의 전망을 쉽사리 찾을 수 없는 현실에서 오는 불안감에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고민들을 해결하는 실마리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노동자라는 자각. 가현이 오랜 시간 동안 계속해서 찾아 헤맸던 것은, 바로 자신이 노동자라는 자각이 아니었을까. 201351. 메이데이. 그리고 알바데이. 가현은 조합원들 앞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때 사회를 처음 봤는데, 뭐라 해야 될까. 어 내가 노동자구나 처음으로 이게 가슴으로 이렇게 딱 이렇게 왔다고 해야 하나. 왜냐하면 내가 알바를 하고 있는 노동자이고 이게 노동이라고는 머리로는 인정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이게 내가 노동을 하는 거야라고 가슴으로 오는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왜냐하면 보통 모든 노동운동을 봤을 때, 여태까지의 운동은 비정규직이라던가 어떤 궤도 안에 있는 노동자들의 운동이었다고 생각해요. 불려질 수 있는 것, 묶여질 수 있는 것. 청소노동자라던가 여성노동자 라던가. 묶여지는 궤도 안에 있는데, 저는 그 안에 없다고 많이 느꼈었거든요. 그런데, 그날 51일날 알바데이 운동을 하는데 딱 알바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제 앞에 앉아 있었어요. 맥도날드 배달하는 라이더 옷을 입고 있기도 하고, 저도 그 때 롯데리아 알바를 하고 있어서 롯데리아 유니폼을 입고 사회를 봤었는데. 그런 것들 있죠. 편의점 조끼를 입고 앉아있는 조합원들을 보면서. 아 내가 노동자가 진짜 맞구나. 이게 내 운동이구나 하고 그때 딱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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