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와 노정교섭 -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균형 잃은 편견 양규헌(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지난 10월 24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가진 노동계와 만찬에 민주노총이 불참한데 대한 비난이 만만치 않다. 프레시안에 글을 올린 윤효원은 “민주노총의 정치적 사회적 고립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한발 더 나아가 “반쪽짜리가 된 청와대의 노동계 초청 행사는 자폐수준에 다다른 민주노총의 현실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고 혹평을 쏟아놓았다. 민주노총이 노정교섭을 빌미로 사회적 대화를 거부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자폐수준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비난은 받아들이기 거북하다.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을 자폐수준으로 본다면 80만 조합원은 예외일 수 있을까. 청와대 초청에 대한 객관적 정황분석 없이 청와대의 관점으로 민주노총을 비난하는 것은 노동관련 단체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할 일은 아니다. 민주노총이 불참하게 된 주요한 이유는 절차와 방식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청와대의 일방적 행태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노동존중이라는 전제 하에 청와대가 민주노총을 초대한다면 사전에 충분한 공감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초청대상까지 일방적으로 확정하고 통보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노총이 거부하는 것은 초청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도 있지만 더 정확하게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반대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 이유는 김대중 정부에서 있었던 사회적 합의에 대한 트라우마와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법안 강행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역사적 과정을 돌이켜 본다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연장선에 서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가 고작 집권 6개월에 확보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회적 합의의 어두운 그림자들 사회적 대화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이며, 사회적 대화는 상호 신뢰가 뒷받침되는 수준에서 합의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아울러 노사정이 모여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고 공평하다고 판단했을 때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혹자는 모든 걸 만나서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기울어진 운동장에 무턱대고 발을 들여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상호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논쟁의 연속으로 평행선을 벗어나지 못하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아무리 훌륭한 정치인을 대선에서 대통령으로 만들어도 재벌공화국의 게임 룰을 그것만으로 바꿀 수 없다.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노동자계급에게 보인 노동정책은 한마디로 실망이다. 김대중 정부는 노사정 합의를 근거로 정리해고제를 통과시켰으며 그 결과는 노동자들에게 생존 그 자체를 위협했다. 노무현 정부는 대량해고로 쏟아져 나온 노동자들을 비정상적 고용형태로 고용하기 위해 소위 ‘비정규보호법’을 만들었고 그 결과 ‘비정상 고용’이 정상화되는 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비정규양산이 법적으로 용인되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꺼내들며 개혁드라이브에 열중하지만 대한민국의 실질적 권력구조에서 노동자계급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장기투쟁사업장의 현안을 해결하고 박근혜 정권과 맞선 촛불집회를 이유로 구속된 한상균 위원장을 사면조치 했어야 했다. 권력, 자본을 만나 정책적 협상을 하는 것보다 내부 조직화가 우선이다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노정대화의 속내가 전략적 방향인지 아니면 현실적 선택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진정성을 담은 요구라면 복잡해진다. 노동조합의 중앙조직이 노동정책과 관련된 대화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 다만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조합의 협상과 교섭력은 조직된 조합원 대중의 힘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점은 민주노총이 중앙조직의 소외될 수있다는 조금성에서 비롯된 제안한 노정대화라면 심각하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이 위기를 초래한 것은 자주성과 민주성은 물론이고 연대성과 투쟁성의 약화와 노동해방으로 주장되는 변혁지향의 실종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 노동전반에 노출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외부에서 찾기보다 내부를 조직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이 정치권력과 자본에게 협상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간 길지 않은 민주노총의 20년을 돌이켜 본다면, 노동운동은 소위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았을 때 그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되겠지만 무엇보다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았을 때 제시하는 장밋빛 청사진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동한 것이라 보여 진다. 현 정부 출범 6개월 또한 대통령이 광폭정책을 펼침으로써 민주노총은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여 졌다.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폐기약속,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 휴일근로 연장근로에 포함, 비정규문제 해결방침과 최저임금 1만원을 강조했다. 이렇게 노동현안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해서 구체적인 전략 없이 노정대화를 제안한 자체는 성급함이 작동했다고 보여 진다. 노사정위원회 참석은 거부하고 노정대화를 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노정교섭과 노사정교섭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선거투쟁을 계기로 노동운동 전략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민주노총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 중이며 4명의 후보가 출마하여 열띤 토론도 진행하고 있다. 각 후보 간 사회적 대화와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판단은 각기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노정교섭의 필요성은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선거초반이어서인지 모르지만 민주노조운동의 위기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과 대안은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노동정책에 대한 변화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나아가 노동조합은 해결사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투쟁을 조직하여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투쟁조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