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현이들 3화 소요(노동자역사 한내 회원) “노동조합 한다고 해고하더니! 언니! 언니! 저 알잖아요! (왜 모른척 하세요?)” 2016년 1월 20일 이가현은 자신이 일했던 맥도날드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매장 안의 알바노동자들은 여느 때처럼 분주하게 일을 했고, 매장 바깥에는 확성기를 든 이가현과 알바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가현은 자신을 해고한 사업장 안으로 드문드문 익숙한 얼굴이 비칠 때마다 확성기의 볼륨을 높였다. 맥도날드 노동자의 인권을 보장하라! 퇴근 후 강제노동 중단하라! 대학생이었던 이가현은 맥도날드 알바를 통해 생활비를 벌었다. 화장을 하고 스타킹을 신고 머리망을 하고 억지로 웃는 일이 어려웠지만, 그녀는 성실히 일했다. 그렇게 지냈던 2014년,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고 한국에서도 알바노조의 지지성명이 잇달았다. 2013년 10월 알바노조에 가입한 이가현은 조합원으로서 기자회견 발언을 했고 그 일은 그대로 사진과 함께 다음날 조간신문에 실렸다. 2014년 여름의 일이었다. 다음 날 이가현이 일하던 매장의 담당자는 그녀를 호출해 이야기했다. 그는 본사의 사정, 맥도날드의 이미지 등의 표현을 쓰면서 이가현의 활동이 불편하다는 뜻을 전해왔다. 유니폼은 입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이가현은 계속해서 알바노조 활동을 이어나갔고, 그해 9월 해고되었다. 점장실을 들락날락하는 이가현을 보는 동료들의 표정이 뜨악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의 증언 자리에서 다시 만난 점장과 매니저의 얼굴은 냉담했다. 약간의 갈등은 있었지만, 그들은 성실하게 일해 왔던 가현에게 고맙다, 네 덕분에 안심이 된다는 말들을 자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랬던 점장은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가현이 매우 불성실한 노동자였다고 증언했다. 이가현은 그 때 이 사회의 차갑고 서늘한 얼굴을 보았다. 동시에 또 다른 가현. 윤가현과도 만났다. “가현이들은 이 사회 어디에나 항상 존재하며, 우리는 각자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가현이를 찾아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수많은 가현이들이 모여 함께 싸운다면, 이 사회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이후의 이야기는 위의 사진들이 대신하고 있다. 그녀는 어느새 알바노조의 위원장이 되었고 또 다른 가현이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노란 리본이 휘날리는 광화문 광장에서, 광고탑에 올라간 노동자들의 빌딩 앞에서, 수많은 가현이들 앞에서 그녀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안정적으로 보이는 친구들의 삶이 부럽다고 했던 가현은 다른 사람들의 불안에 연대하는 방법으로 앞으로의 삶에 대한 질문을 대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권에 나중은 없다고, 최저의 삶은 없다고 거리에서 외치는 가현이들의 투쟁에 연대와 지지의 메시지를 보낸다. 가현이들 (The Part-Time Workers' Union, 2016) / HD / Color / 78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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