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스레터
..... 그곳의 역사
..... 1930년대 충북선 화물운송노동자투쟁_김미화
첨부파일 -- 작성일 2021-01-12 조회 471
 

1930년대 충북선 화물운송노동자투쟁

 

김미화(노동자역사 한내)

 

1905년 경부선을 중심으로 철도부설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자본주의화·식민지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서구 열강의 식민지체제 구축이 철도부설과 채굴권 획득에서 시작됐듯 경부선 철도의 부설도 일본 제국주의가 침략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 발판이었다. 철도는 사회경제적 변화는 물론 일상적인 생활까지 바꾸기 시작했다. 수많은 인적 자원과 상품·물류는 철도를 따라 여기저기로 운송됐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신사상도 철도를 따라 중앙에서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사설철도는 일제가 추진한 남북으로 관통하는 철도와 그 간선철도망에서 벗어난 민간철도인데, 충북선·경춘선·장항선이 대표적이다. 충북선은 192111월 경부선 조치원역에서 청주역까지 개통됐다. 그 뒤 충주까지 연장돼 1928년 조치원~충주 간 충북선이 완성됐다. 충북선은 조치원-(오송)-(월곡)-정봉-(송정)-청주-(정하)-오근장-내수-청안-보천-음성-소이-대소원-(달천)-충주 등 11개 역과 간이역 5개가 있었다.

철도역이 들어서자 역 주변에는 철도화물을 취급하는 운송점과 운송회사들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조선총독부 철도국은 철도운송정책을 통해 철도연선의 운송점 수와 영업을 통제해오다 19306월 합동회사로 설립된 조선운송주식회사에 국유철도 화물집배를 대행시키려 했다. 이 합동정책에 반발한 비합동 운송업자들은 연합해서 여기에 동참하지 않고 반대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사진) 일제강점기 조선운송주식회사 터. 현 주소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북문로2122-1. 

 

19329월 조선철도회사는 화물운송 규정을 개정, 101일부터 조선운송주식회사가 직영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은 운송업자와 하주(荷主)에게 손해가 발생하고 화물운송노동자 2,000여 명이 실직되는 등 폐해가 심각해 충북선 연선의 운송업자들이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927일 청주 중선운송회사 화물노동자 61명은 동맹파업을 단행했다.

 

 

 

(사진) 청주 중선운송회사 노동자 동맹파업 관련 보도. <동아일보> 1932930일자. 

 

독점직영체제로 전환되면 화물 주인으로부터 받은 운임료 중 10%는 조선철도회사, 10%는 조선운송주식회사, 20%는 중선운송회사가 가져가게 돼 있었다. 이는 임금 5~30%가 삭감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화물노동자들은 동맹파업을 단행했다. 동맹파업은 충북선 충주, 음성, 증평 등에서도 시차를 두고 벌어졌다. 

당시 자본가들은 새로운 임시인력을 고용해 파업을 무력화하려 했으나 파업 중인 노동자들은 강력한 투쟁으로 임시인력을 막아냈다. 회사 측이 요구조건을 수락하지 않고 노동자를 새로 모집하자 임시노동자를 구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게 쌍방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다 파업 20여 일만인 1022일 조건부로 합의하면서 파업은 일단락됐다.

 

청주시는 현재 옛 청주역 자리에 청주역사를 복원해 과거의 모습을 되새기도록 했다. 역 광장을 지나면 화물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던 운송회사 건물이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들을 기억하지 않는 옛 청주역사 건물은 노동자 투쟁의 역사를 가리는 사진관의 배경일 뿐이다.

 
 
 
 
 
목록
 
이전글 양규헌의 내가 살아온 이야기 ⑥ : 전두환의 정화지침과 노동조합 업무조사
다음글 N라면 노동자의 기억_ 우리는 실험쥐가 아니다. 밥, 밥, 밥을 달라! (3편)
 
10254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공릉천로493번길 61 가동(설문동 327-4번지)TEL.031-976-9744 / FAX.031-976-9743 hannae2007@hanmail.net
63206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중앙로 250 견우빌딩 6층 제주위원회TEL.064-803-0071 / FAX.064-803-0073 hannaecheju@hanmail.net
(이도2동 1187-1 견우빌딩 6층)   사업자번호 107-82-13286 대표자 양규헌 COPYRIGHT © 노동자역사 한내 2019.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