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철거민 학살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양규헌(노동자역사 한내 대표)
뉴타운을 앞세운 재개발 삽질, 그곳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광란의 자본주의’를 등에 업은 이명박 정권은 선전포고도 없이 특공대를 앞세운 전쟁으로 5명의 철거민을 학살함으로써 그들에게 너무도 당연한 주거권과 생존권에 대한 요구는 죽임으로 되돌아 왔다.
수천만 원에서 억대 이상의 권리금과 시설비를 투자하고 상가임대를 했던 세입자들에게 2천 4백만 원을 보상할테니 나가라고 하면 이들이 갈 곳이 어디 있는가?
투자비의 절반도 되지 않는 보상조건으로 이들을 쫓아내면 어디 가서도 생계의 터전을 마련할 수가 없다. 생존의 권리를 박탈당한 철거민들에게는 법도 국가도 없었다. 자신들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철거민이 뭉쳐서 싸우는 것 외에 어떤 삶에 희망도 찾을 수가 없었고 철거민들에게 돌아오는 건 오로지 용역깡패의 살인적인 폭력뿐이었다. 이 싸움이 형식적으로 보면 철거민과 재개발조합과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재벌과 빈민의 싸움이라는 사실이다. 자본주의 속성상 권력은 늘 자본과 함께 동거하기 때문에 개처럼 봉사하던 공권력 중 가장 전투력이 높은 ‘특공대’를 앞세워 집단살해를 한 것이다.
결국 재개발 시행사인 독점자본의 이윤을 위해 가차 없이 철거민들을 학살했다는 결론이 된다.
그럼에도 검찰을 내세운 이명박 정권은 집단살상에 대한 죄책감이나 안타까움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들의 책임을 다른 방향으로 분산하기 위해 안달이 나 있다. 용산구청장은 “이번 철거민들은 세입자가 아니라 개발하는 데마다 쫓아다니며 돈을 뜯어내는 ‘떼잡이’”라고 했으며 앵무새 검찰은 ‘전철연’을 배후, 외부세력, ‘3자개입’ 운운하며 학살책임에 대한 반성, 뉘우침 보다는 철거민 때려잡기로 방향을 잡고 있음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철거민들이 헌법에 보장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함께 모인 ‘전철연’을 마치 불법단체인 양 매도하며 당사자를 3자로 바꿔치는 수법자체가 유치찬란하다.
‘전철연’은 철거민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구성한 임의 단체이기 때문에 당사자일 수는 있어도 3자가 될 수는 없다. 진짜 3자는 재벌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서민의 행복에 학살의 칼을 들이대는 공권력과 특공대, 그리고 이들을 비호하는 세력, 그 자체가 3자인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역할은 국가가 맡아야 하는 것이다. 사회적 안전망이 미천하고 부자를 위한 정책만이 존재하는 가운데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전철연’의 활동이 찬사를 받지 못할지언정 매도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에서 의도가 불순한 단체는 소수 자본가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다수를 괴롭히고 억압하며 착취하기 위해 민중을 상대로 범죄적 행위를 기획하는 소위 경제단체들이야말로 사회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대상이며 불순한 단체가 아닌가?
갈 곳 없는 철거민들이 공권력에 의해 집단 살해되었는데, 죽인 살인범이 철거민이라고 강변하는 건 무슨 경우인가? 전쟁을 시도하고 특공대를 시켜 죽인 자들이 누군지 명백한데 자신의 범죄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지금은 싸늘한 시신이 된 다섯 명과 함께 했던 철거민들은 구체적 증거도 없이 살인 혐의가 추정이 된다는 기막힌 이유로 구속되어있다.
결국 지금 검찰의 논리라면 ‘전철연’ 회원들이 적정 보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하다 핵심 5명이 동료 5명을 불태워 죽였다는, 그리고 죽은 그들도 살인범일 수밖에 없다는 이상한 주장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현재 국면을 모면하려는 정권의 후안무치함을 금세 알 수 있다.
경제위기의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건설적 정책보다는 한반도를 초토화시키는 삽질정책 외에 아무런 정책도 없는 현 정권의 정책에 대해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판의 목소리를 감추기 어려울 것이다.
극소수 재벌과 특권층을 위한 정책보다는 다수 민중들의 삶에 대한 고민에 전혀 없기 때문에, 자신의 뜻에 반하는 정책과 목소리는 무시하는 게 아니라 없애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미 한미FTA로 농민이 죽임을 당했고,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비정규노동자가 학살을 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위 MB악법을 통해 교육전반이 학살될 것이고, 경제위기로 노동자, 민중이 학살에 노출되어 있으며, 대운하로 비롯된 국토와 환경이 학살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학살의 시나리오를 감안했을 때, 용산철거민 학살은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번 철거민 학살은 그냥 묻혀갈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삽질 정책은 도시빈민부터 시작해 전체 민중을 향해 단계적으로 학살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이 삽질의 괴물은 막강한 호위대까지 끌고 다니기에 더욱 위협적이며, 경찰, 검찰, 언론이 그들이기에 이명박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