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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스테크 노동자들의 투쟁과 위장폐업(1987년 8월)
첨부파일 -- 작성일 1987-08-29 조회 248

맥스테크 노동자들의 투쟁과 위장폐업

 

⦁ 시기 1987829 

 

 

서울지역 노동자들의 투쟁 중 맥스테크의 투쟁은 이후 서노협 운동사의 첫머리를 장식하게 된다. 이들의 투쟁승리 1차 보고대회가 열렸던 19871215, 여성백인회관에서 서울지역 15개 사업장 노조위원장들이 모여 연대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함으로써 마침내 서노협 건설의 시작을 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 외에도 맥스테크 노동자들의 승리는 장기간에 걸쳐 참으로 치열한 투쟁의 성과였다.

 

맥스테크 노동자들의 요구는 우리에게 일을 달라 위장폐업 철폐하라 노동3권 보장하라 생존권 보장하라 추워 못살겠다 스팀 달라 단전이 웬말이냐 전기불을 달라 배고파 못살겠다 밥을 달라기계를 내 몸과 같이 지키겠다 노조탄압 즉각 중지하라 등이었다.

  

당시 투쟁 상황과 내용은 122맥스테크사 노동조합원 일동명의의 호소문으로 알 수 있다.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단결권을 소중히 여기고 격려해주시는 여러분들께 호소합니다!”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인 노동조합을 없애버리려는 사장의 악랄하고도 불법적인 폐업조치로 인해 우리 맥스테크사 270여 노동자들은 모조리 겨울거리로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지금 일터와 목숨보다 소중한 우리의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해 영하의 매서운 추위에 떨며 밤을 지새고 있습니다. 저희 맥스테크사는 마포구 도화동 정우빌딩에 있는 회사로 미국에서 의학서적, 재판기록 등의 책자를 가져다가 정확히 컴퓨터에 입력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신촌의 단칸방 사무실로 시작해 지금에 이르러서는 ()한양, ()한국상역, 깊스, 하니 구미지사 등 대규모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원래 저희는 600여 명으로 구성된 ()한양의 소속이였으나 차츰 100, 200, 270명 등의 규모로 나뉘어 제일전산, 광주대승시스템, 맥스텍크사, ()한양 등 4개의 소규모 회사로 갈라놓고 우리의 의견은 아랑곳없이 상호변경에 따라, 회사의 의도에 따라(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일이라 말함) 수시로 옮겨 다녀야 했습니다.

 

저희 맥스테크사의 사장은 ()한양의 상무인 김상철 사장입니다. 진짜 사장인 홍국태, 홍진태등 가족들이 회사를 실제 운영하고 사장의 작은 부인까지도 제일 전산을 운영하는 가족체제입니다.

 

저희가 주로 하고 있는 작업은 인쇄된 작은 글씨와 컴퓨터 화면에서 나오는 광선 때문에 장시간 일할 경우 시력에 장애를 가져오는 유해작업으로 미국에서는 이 작업을 하루 4시간 이상 할 수 없도록 법으로 정해 놓은 실정이지만 우리 회사는 하루 10시간 이상씩 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입사 시에는 근시나 난시가 거의 없었지만 6개월 이후면 금방 시력이 떨어져 노동자들의 90%가 안경, 렌즈를 사용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렇게 힘든 일을 시키면서도 회사는 기본급 97,000원이라는 기막힌 저임금을 주었고 또한 저임금을 보충하는 수단으로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도 분명치 않은 생산수당과 품질수당을 주면서 도급제라는 명목으로 합리화하여 우리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수단 또 회사에 복종시키는 수단으로 이용해 왔습니다. 지난 달 25만 원의 월급이 이달 17만 원으로 변경되고 아무도 모르는 월급지급 방법으로 회사는 무수한 이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열악한 노동조건을 견디다 못한 맥스테크 270명의 노동자들은 829일 드디어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100%의 가입률이 말해주듯 빈틈없는 단결력으로 회사의 회유와 협박을 이겨내며 오늘까지 견뎌왔습니다. 현재 저희는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회사와 단체협약에 들어간 상태이고 저희 노동조합을 지켜보게 된 계열회사의 노동자들도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회사는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의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해 음모를 꾸미게 된 것입니다. 1127일 오후, 사장 김상철은 노조 위원장을 불러 최근 마련한 회사 사장을 시켜주겠다고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위원장이 이를 한마디로 거절하자 이번에는 여러 계열회사 ()한국상역, 깊스, 제일전산 그리고 맥스테크사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식당을 맥스테크는 사용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이유는 바이어들 접대할 방이 없어서 식당을 줄여야겠다는 것인데 이는 노조가 있는 맥스테크노동자들과 계열회사 노동자들이 어울리는 것을 막기 위한 핑계에 불과한 것임이 너무나 분명했습니다. 다음날 식당에 가보니 식당에는 맥스텍크 노동자들의 식사는 아예 준비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사무실에는 형사가 와서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1130일 회사측의 부당한 처사를 알리는 글을 식사하러 온 계열회사 노동자들에게 나누어주었는데 사장 왈!도저히 불쾌해서 회사운영 못 하겠다. 폐업이다!라고 협박하였고 하룻밤 사이에 정당한 사유도 없이 다음날인 121일 회사문앞에 폐업공고를 붙인 것입니다. 하지만 전노동조합원은 허위날조된 위장폐업을 인정할 수 없어 세무서와 관계기관 노동부에 찾아가 부당한 위장폐업을 알리자 관계 노동부에서는 그건 분명한 위장폐업이기 때문에 여러분 끝까지 싸우라고 말만 하면서 부당행위를 구경만 하고 있습니다. 더욱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사장이 노동부며 금속연맹을 찾아가 다니면서 회사사정 때문에 식사를 다른 식당에서 하라고 했더니 식대를 계속 올려달라고 해서 도저히 운영할 수가 없다고 사실과는 전혀 다른 거짓선전을 하여 폐업을 합리화하고 있으며 더욱이 이 일에는 제3자인 형사들까지 불러들여서는 보호해주어야 할 우리가 당하는 회사의 부당한 처사는 묵인하며 오히려 우리들이 회사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계열회사 노동자에게 알리는 것을 위법이라며 회유, 협박하며 마포경찰서 정보과 형사는 사무실에 상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젠 아예 전화와 전기, 심지어 스팀, 주변 공중전화까지 끊어 우리를 추위와 공포에 떨게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와해시킬 목적 하나 때문에 회사문을 닫아버리고 노동자들의 밥줄을 끊어놓는 회사의 악랄한 처사에 우리는 결코 굴복 할 수 없어서 회사가 의도적으로 불법적인 위장폐업을 진행시키면서도 얼마 전부터 계획되어온 역촌동 신탁은행 맞은 편에 기계도 없는 빈 작업장을 이미 마련해 놓고 뽑은 신입사원더러 일주일 후면 기계가 오니 연락을 기다리라고 한 지가 이미 2주전, 회사는 이렇게 폐업과 동시에 취업알선의 사탕발림을 공공연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한치의 흔들림 없는 단결로 이에 대처할 것입니다. 밤을 새워 저희의 기계는 한 대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든 것이 죄가 됩니까?그 동안 저희는 노동조합을 세운 이후 회사에서 자행하는 분열공작, 회유 등 갖은 부당노동행위도 참을성을 가지고 의연하게 견뎌왔으며 회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써왔고 단결력을 바탕으로 생산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어째서 우리가 노동조합운영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거리로 내쫓겨야 합니까?정의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여러분들께 호소합니다. 저희 회사의 부당한 폐업조치가 하루 빨리 철회되어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십시요. 저희는 얼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희의 일터를 지킬것입니다.

힘있는 주민 여러분들께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간절히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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