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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일기업 등 전북지역 운수노동자 투쟁
⦁ 시기 : 1987년 8월
1987년 8월 2일, 전주에 있는 택시운수업체인 원일기업 노조간부 8명이 ‘사납금 인하’ ‘상여금 지급제한 철폐’ 등 9개항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이어 8월 3일에는 조합원들이 합세해 오후 3시부터 전면파업 농성에 들어갔고, 8월 4일에는 조합원 50여 명이 단식농성에 합세하자 회사측은 휴업계를 제출하기 위해 번호판 반납을 요구했지만 조합원들의 일치단결된 힘에 의해 실패하고 말았다. 8월 5일에는 조합원 70여 명이 정문 앞에서 연좌농성을 계속했고, 8월 6일부터는 시내 8개 회사 택시노동자들이 원일기업을 방문하여 격려하고 지원금을 내놓기도 했다.
8월 7일에는 전주시내 전 택시노동자들이 원일기업의 투쟁에 동참하며 운행을 전면 거부하고 11시경부터 8개사 250여 명이 덕진동 택시사업조합 앞에서 △사납금 인하(현재 38,850원) △사업조합 임원진 퇴진 △노동조합 위원장 전임인정 △단체협약 체결 등 11개 요구조건과 △원일기업 노조 9개항의 요구조건을 전면 수용할 것 등을 요구하며 팔달로에 있는 한일교통(당시 사업조합 이사의 직영 택시회사)으로 가두진출을 시도했다. 이들이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저지했고, 노동자들은 투석전을 벌이며 이에 맞섰다. 이어 택시노동자들은 한일교통 회사택시 포니2 두 대를 전복시키고, 운행 중이던 개인택시 20여 대를 뒤엎으며 맞서다 증원된 경찰병력에 진압당하고 말았다. 이어 8월 8일에는 전주시내 택시회사 비노조원 900여 명이 가세하여 가두농성 시위를 벌이면서 전주시내 뉴코아백화점 앞에서 완전월급제 실시, 단체협약 체결, 원일기업 요구조건 전면수락 등을 요구했다. 이 시위는 8월 11일까지 계속되다가 노동부 관계자의 중재로 대부분의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고 이날 오후부터 운행에 들어갔다. 원일기업 노동자들이 쟁취한 요구사항은 △식대 월 78,000원 지급 △상여금 지급제한 일부 철폐 △사납금 월 96만 원, 비수기 91만 원으로 인하 △주유권은 회사, 조합, 주유소 3자 합의로 △조합장 전임, 사무장, 회계감사, 부조합장은 15일 근무를 만근으로 인정 △기본급 114,000원을 15만 원으로 인상 △차량고장시 시간공제를 30분 단위로 한다 등 10가지 사항이었다.
원일기업의 투쟁은 약 열흘간 진행됐지만 전국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투쟁을 전북지역으로 옮겨 붙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택시노동자들의 연일 계속된 투쟁은 동종업체 전체로 퍼져나갔고, 뒤이어 제조업 노동자들에게까지 확대되기에 이른다.
한편 원일기업 노동자들의 투쟁에 영향을 받은 군산지역 택시 노동자들도 투쟁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8월 11일, 군산의 신광택시 노동자 50여 명이 기본급 60% 인상, 상여금 400% 지급 등 8개항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돌입하자 회사측은 8월 12일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다. 또한 8월 12일에는 안전택시 등 11개 택시회사 노동자 700여 명이 전면파업에 돌입하는 등 군산일대 전 택시가 운행을 중단하다시피 했다. 8월 13일, 노동자들의 전면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정상운행하던 서해교통 택시 11대가 시위 노동자들에 의해 부서지자, 군산시내 12개 택시회사 사장들은 군산세무서에 휴업계를 제출하고 8월 14일부터 전면 휴업에 들어감으로써 노사 양측의 대립은 극에 달하게 되었다. 그 후 약 1주일간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됐고, 8월 20일에야 임금 10% 인상, 상여금 200% 지급 등에 합의하고 정상운행에 들어갔다.
이리(현 익산)지역에서도 택시노동자들의 투쟁은 전면파업 양상을 나타냈다. 8월 19일 오전 6시, 이리시내 10개 택시회사 운전기사 584명은 기본급 24만 원 보장, 1일 2교대제 실시 등 10개의 요구사항을 내걸고 전면파업에 돌입하는 한편, 각 회사별로 농성에 돌입했다. 8월 20일에는 이리시내 택시 356대 중 20일까지 단체협약 기간이었던 이도택시 39대를 제외한 317대가 파업에 돌입해 있었다. 이도택시는 8월 16일부터 조합원 83명이 농성에 돌입하여 단체협약 등을 체결했다
그밖에도 8월 14일에는 김제 택시노동자들이 임금인상, 사고 기사 재임용, 병가시 외상 입금제 폐지, 접촉사고 처리비용 회사부담, 기사복 사계절 지급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고, 8월 17일에는 신태인 소재 형제택시 노동자 11명이 운행을 중단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8월 10일, 새벽 5시 30분 전주시내 신성, 전일, 호남, 제일여객 등 4개 버스회사 기사 150여 명이 전일여객 앞에서 △임금 40% 인상(26일 근무시 45만 원) △상여금 연 400% △일급제 폐지와 월급제 실시 △퇴직금 누진제 △어용노조 퇴진 등 10여 가지 요구조건을 걸고 파업농성에 돌입했고, 이 파업농성에는 시내버스 기사 총 500여 명 중 400여 명이 참가했다. 이와 동시에 시외 직행버스인 전북여객의 버스기사 100여 명이 새벽 6시를 기해 공용터미널 안에서 임금인상과 어용노조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하자 10시경 동료기사 250여 명, 안내양 100여 명, 남자차장 50여 명 등이 합세해 시외버스 노동자들의 농성 대오는 5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로써 8월 10일 전주시내는 택시 27개사, 시내버스 4개사, 시외버스 5개사 중 4개 사의 파업농성으로 전체 교통이 마비되었다.
한편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파업은 타 지역으로 급격히 확산되어 전북여객 군산영업소 시내버스 기사 100여 명, 김제 안전여객 165명이 8월 11일 새벽 5시부터 농성에 돌입하였고, 군산, 옥구지역 54개 노선 시내버스와 김제 시내버스 45대, 시외버스 57대의 운행이 전면 중단되었다. 8월 15일, 농성 6일 만에 시내버스 기사들은 △전국 도청소재지 평균 인상액 7월 1일 소급 적용 △상여금 200% 지급 △농성기간 기본급 지급 등 6개항에 합의하고 8월 15일 농성 6일 만에 4개사 모두 정상운행을 재개했다. 전북여객 시내버스 99대의 운전기사 100여 명은 8월 20일 정상운행에 들어갔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투쟁도 함께 진행되었는데, 8월 11일 대한통운 군산지점 소속 운전사 100여 명은 오전 군산 시내 대한통운 창고에서 임금인상 등 22개항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8월 29일, 전주 호남 정기화물 지입차주와 운전기사 40여 명은 트럭 27대를 몰고 10여 분간 가두시위를 벌여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경찰은 이 시위에서 38명을 연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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